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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너무 속상해서요.


BY 비오는날 2002-04-02


어느새 결혼 3년이 다 되어가네요.
남편과 연애로 5년 사귀다 결혼을 했으니 함께 한 시간을 따지면
8년 정도 되나요...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닌데 난 그 사람을 잘 모르겠어요.
아니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 사람을 자세히 살펴 볼 생각을 못 했던건가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참 어렵게 대학을 다닐때 그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 사람도 저처럼 가진 게 별로 없었지만 마음만은 참 너그러운 사람이였습니다.
그래서 좋아했고 결혼도 결심했었죠.

결혼과 동시에 집에서 벗어난 저는 남편의 도움으로 제가 원하는 직장도 다니게 되었고...남편에게 많이 고마웠어요.
물질적인 도움이 아니더라도 마음으로는 저를 편하게 해 줬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직장을 다니고 일정 수입이 보장되자
그 사람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더군요.
회사를 다니는 게 힘들다며 자기 일을 해 보겠다구요.
말릴 수가 없었죠. 그 사람도 절 믿어줬으니까요.

그리고 2년... 그 사람은 생활비라는 걸 모른답니다.
물론 사회 생활 하는 사람이라 좋은 옷, 좋은 신발, 여유 있는
용돈이 그사람에게도 필요했죠.
하지만 그 부담은 모두 저의 몫이였습니다.
회사를 차리면서 필요했던 자금을 평생 삯바느질을 한 시어머님께 얻었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이자와 원금은 꼬박 꼬박 갚겠다고 큰소리도 쳤죠.
하지만 그건 그냥 말 뿐이네요.

생활비는 걱정 안 해도 되니까 제말 시어머님께 드려야 하는 돈은
무슨 수를 써도 잊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제 얘기는 어디로 들은
걸까요?

그래요, 회사가 힘들 수도 있죠... 그래서 돈 한 품 못 벌 수도
있어요.하지만 그 사람 너무 바빠서 늘 집에는 10시 12시나 되야
들어오는 그 사람...알고 보니 다른 일로 바뻤더군요.

민주 노동당에 가입한 그 사람..이 나라를 위해서 노동자를 위해서
많은 시간 바빠야 했고
생활비는 한 푼 없어도 당 회비는 꼬박꼬박 갔다 냈다더군요.

시어머니의 냉대 형님의 무시를 받으며 꾹 2년을 참아왔는데
문득 이렇게 살아야 하나...그런 생각이 드네요.

그 사람..너무나 좋은 사람이예요.
언젠가 친구 집들이에 갔을 때 그 집 부인 고생한다며 나서서 설거지를 해주더군요.
그러면서 여자 후배들한테 시집가지 말라고 여자는 결혼하면 다 손해라고..진심어린 충고도 잊지 않는 사람이예요.

하지만 그 사람은 알까요?
직장 다니랴 집안일 하랴.... 늦은 밤까지 사람 목소리 하나 듣지 못하고 쓸쓸히 잠드는 사람이 바로 당신의 아내라는 걸요.

이혼하자는 말을 어렵게 꺼냈습니다.
그 사람은 싫다고 하더군요.
왜 안 싫겠어요... 먹여주고 재워주고 하고 싶은 일은 다 하면서
사는 사람인데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잘 모르겠어요.
아니 용기가 나질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