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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BY 형제 2002-04-11

기운이 하나도 없네요.

나는 대학 2학년, 남동생은 고3때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없는 집안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시니.. 집안꼴이 말이 아니었어요.
동생은 자기가 장남이라고 엄마하고 나를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나봐요.
엄마는 아버지 가시자마자 저한테 학교를 그만두라고 압력을 넣으셨죠. 나가서 돈벌라구요.

엄마는 살림외에는 아무것도 할 생각을 안했어요.
항상 난 못한다, 못한다.... 이런 소리만 하시고 우리만 잡으셨죠.
돈 벌라고.

학교 그만둔다고 생각하니까 차라리 죽는게 낫겠다 싶은게....못그만두겠더라구요. 왜냐면, 못배워서 당하고만 사시던 부모님을 보면서 난 어두운 그곳에 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세상의 밝은 쪽에 살려면 그래도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꽉 채우고 있었기 때문에 (대학 못다니신 분들이 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예요. 그저 그때 내가 그런 생각을 했었다는 이야기니까 이것으로 문제를 삼지 말아주세요) 절대 못그만 둔다고 버티고...

내 동생은 바로 생활전선으로 뛰어들었어요.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내 동생, 고생 많이 했죠.
취직이 안되서 친척의 도움으로 거의 노가다같은 일을 했으니까 .. 손이 말이 아니었어요.
그래도 불편한 내색 한마디 안하고 돈을 벌었어요.

엄마나 나나 맘이 편할리 없었지만, 어쨌거나 겉으로 보기엔 아들이 버는 돈으로 엄마는 살림하고 난 학교 다녔으니까..(아르바이트를 방학때마다 했지만, 동생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는 없었어요)
동생은 자기의 고생을 당연한거라 이야기 했었어요.

그리고 그런 세월이 다 지나고 저도 결혼을 하고, 동생도 장가를 갔는데... 전 잘 살지는 않지만, 조그만 집도 있고 은행에 저축도 조금 있고..

동생은 지금도 여전히 어렵네요.
버는 돈은 다 엄마손에 들어가고, 엄마는 알뜰하지만 그 돈으로 살림하고 동생 장가보내고 남은돈은 엄마 통장으로 들어갔어요.
떼돈 번건 아니지만, 동생은 자기앞으로 10원도 없어요.
그런 상태에서 실직까지 하게 되었어요.

얼마전 동생과 통화를 하는데...누가 용돈을 석달에 5만원 받는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전 속으로 그 돈으로 어떻게 ... 너무 작다고 생각했는데..
동생은 많이 받네? 이러는거예요.

순간 마음이 짠한게...
가난하니까 동생한테는 5만원이 큰 돈인거예요.
학교 다니면서 도움 받은거 갚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어느시점이 좋을지 몰라서 이러고 있는데...

지금 아무것도 없이 실직까지 한 동생에게 몇백만원을 주면 그냥 흐지부지 다 없어져 버릴까봐 주지도 못하고 있는데..

동생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파요.

동생이 살 길을 마련해 주고 싶은데 돈이 원수네요.
나라도 잘 살면 가게라도 하나 장만해 주면 좋을텐데... 그럴 형편이 안되니까 나는 나대로 우울하고 ..

석달에 5만원을 큰돈이라고 ..그러는 동생.
나이가 서른이 다 된 동생인데 얼마나 없으면 그렇게 말할까... 싶고.
그 정도인지는 몰랐거든요.

친정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요.
우울하고 .. 몇십만원, 이렇게 찔끔찔끔 도와주는거 말고 한몫에 발판을 마련해 주고 싶은데, 그거 할 수 있는 형편이 안되니까 나도 사는게 즐겁지 않고 동생의 지난날 고생한거 희생한거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지는거 같고...

미치겠네요.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