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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여자에게 쓰는 편지


BY 허무 2002-04-15

6시 퇴근 준비를 마치고
이렇게 앉아 님에게 편지를 쓰고 있읍니다.

잔인한 달 4월
누가 말했는지 요즘은 정말 그 말이 실감이 나는군요.
그 의미는 물론 지금 내 경우와는 틀리겠지만
참 많이도 날 아프게 하는 4월 입니다.

7년 결혼생활이 한 순간에 허무로 다가온 달이기에 많이 슬프네요.
단칸 사글세 방값도 부족했던 남편을 만나
사랑하나로 가난이란걸 극복 할 자신있었고
남편의 생활력을 믿었기에 시작한 동거.
부모님 반대. 난 자신있게 설득했지요. 이세상에서 평생 나만을 사랑할 사람이라고.
함께한지 두달쯤 지나 남편은 아팠고 생활은 극도로 어려웠던 그때.
응급실을 몇번씩 오가며 지내던 그때.
많이도 힘들던 그 시절 어여곡절도 많았지만 우린 무사히 넘겻고
지금….. 온통 빚으로 시작하고 친정식구들과 하는 동업이지만
자신있게 추진해 나가는 남편을 믿고 살고 있었네요.
카드대출에 현금써비스.친구의 돈.보증기금의 돈. 친정엄마 식모살이 하며 모은 2천만원.
요즘은 생활비도 못 가져오는 형편이기에 나의 월급과 현금써비스로 생활하고 있지만
남편 사업이 안정되면 빚 갚는것 쯤은 어렵지 않겟지…하며 살고 있었읍니다.

3월 초.
머리 복잡한 일들이 많아 바람도 쐴겸 혼자 출장간다던 남편.
많이 힘들어 하는 모습 안쓰럽게 생각하며 보냈읍니다.
출장에서 돌아온 남편
입고 나간 옷이 아닌 연두색 티셔츠에 겨자색 잠바를 입고
안경까지 사 끼고 집으로 돌아오더군요.
순간 기분이 묘했읍니다.
알수없는 묘한 기분. 슴득한 불안함.
그날 밤 남편의 폰을 확인했고 폰의 전화번호부엔 강남이
등록 되어있더군요.
강남. 이상하다 싶었지만 거래처 이겠거니 생각하고
별다른것 생각없이 그렇게 넘어갔지요.

그리고 3월 중순 중국 출장.
일이 늦어져 일요일날 귀국하게 되었다는 남편.
인천공항으로 도착햇고 집에 돌아온 남편의 몸에서 향기가 나더군요.
사우나를 하고 돌아온듯한…

내가 아는 남편은 출장갔다가 오는 도중 사우나 할 사람이
아닌데 하는 생각에 또 한번 묘한 기분.
샤워 못해 가칠가칠한 피부가 아닌 보들보들한 남편의 몸.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그래도 설마….
일 시작하고 이렇게 힘든 시기에 설마….

그리고 3월 말일.
중국 손님 때문에 출장을 간다던 신랑이 대출 만기 연장건을 내가 처리 하지 못해서
일이 복잡하게 꼬이게 되었고 그날 나랑 죽을만치 싸웠지요
죽을 생각으로 싸웠고 맞을 각오로 내 주장을 얘기 햇고 결국 난 남편한테 맞았고
쌍스러운 욕까지 들었지요.

맞으면서 생각햇어요.
절대 오늘 이후로 당신 얼굴 안 보리라…..
이렇게 맞고 욕까지 들으면서 그와 함께 할 이유가 없었읍니다.
얼굴에 남편의 손자국이 또렷했고
목은 뻐근해서 가누기 힘들었고….
그런 상황에서 남편은 울며 미안하다 했고 자기 한테는 나 밖에 없다며
용서해 달라고 하더구요.
진심으로 정말 진심으로 날 간절히 필요로 하는줄 알앗읍니다.
내가 그의 곁에 없으면 그의 인생 자체가 끝나는것 아닌가 싶은 착각에 빠졌읍니다.
그리고 결심했읍니다.
한번 맞은걸로 이혼까지 하는건 안될일이다.
다시 한번 마음 맞춰 잘 살아봐야지.
맞은 몸이 너무 불편해서 왼종일 남편이 해주는 밥 얻어 먹었읍니다.

그리고 그날 새벽.
남편은 중국에서 온 손님때문에 서울에 올라갔지요.
저 또한 외국손님한테 실수하면 안될것 같아서 가보라고 했읍니다.
일욜 새벽에 출발한 신랑.
4월1일 서울에서 자고 4월2일 도착했읍니다.
도착한 남편은 공장 직원과 회식이 있다며 12시가 넘어 집에 들어왔지요.
제 마음엔 나랑 그렇게 심하게 싸웠고 출장을 1박 2일 갔었으면
퇴근후 곧장 집으로 오는게 맞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많이 섭섭햇지만 일 때문에 그랫거니 이해 하려 햇읍니다.
12시가 넘어 들어오는 남편.
술이 많이 취한 남편은 거실에서 금새 잠이 들어 버리고
난 남편의 옷을 정리하다가 양복 주머니에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들었지요.
전표가 한장 나오더군요.

하이마트 **동 지점.
남편의 이름으로 물건을 샀고 (29"티브.냉장고.밥솥)
김** 이라는 분의 이름 01x-xxx-xxxx
서울시 xx구 xx동 주소로 물건이 발송되었고 결재는 xx카드.
순간 너무 당황스러웠고 떨리는 손으로 남편의 핸드폰을 켰읍니다.
전화 번호에 xx이라고 등록되어있었고 그 전화 번호가 님의 전화 번호랑 일치 하더군요.
어떻게...또다시 설마….아니겟지…설마…
발신 전화 번호를 확인했더니 11시58분
남편은 집에 들어오기 직전에 님과 통화를 한겁니다.
온몸이 떨려오는걸 참으며 남편을 흔들었지만 술에 취해 일어나지 않더군요.
그날밤 밤을 꼬박 세우며 생각했지요.
이것이 정말 오해 일까.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그날부터 난 남편을 본격적으로 의심하게 되었고
남편을 떠날 준비를 하리라 마음 먹었읍니다.
내가 물어봤지만 절대 그런일 없다며 딱 잘라 말하는 신랑. 펄쩍 튈 남편임을 알기에.

일부러 여행도 가자고 했는데 남편은 선듯 응하더군요.
난 분위기 잡고 여행가서 남편의 고백을 듣고 나도 조용히 이 사실을 물어보려 했는데
기회가 되질 않더군요.
여전히 불편한 마음으로 여행에서 돌아와서 몇일 지나 10일날 밤
다시 한번 신랑의 폰을 확인해 보고 싶어서 폰을 켰더니
여전히 01x-xxx-xxxx 번호가 찍혀있고
남편과 내가 여행하고 있던 그 순간.
내가 잠시 자리를 비웠던 그 시간. 일요일 7시쯤.
님의 전화 번호가 또렷이 발신번호에 찍혀있더군요.
그리고 착신번호에 찍힌 일.월.화 4시.5시쯤에 찍힌 님의 전화 번호.
더 이상 나의 오해가 아니란걸 그때서야 확실히 알았읍니다.

이젠 그를 떠나는 일만 남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래도 미련이 남아서 남편한테 그 문제를 얘기하기로 마음먹었지요.
미안하다..
한번만 용서해 달라.
그렇게 나오리라 기대 했었나 봅니다.
너무도 어리석은 생각이였지요.
남편은 절대 그런일 없다! 이렇게 힘든 상황에 그럴 정신이 어디 있냐!!
너가 그런 상상을 하는 자체가 너랑 말할 가치도 없다!
딱 잘라 말하더군요.

오늘 제가 이렇게 구질구질 저의 얘기를 하는것은
진실을 알고 싶어서입니다.

정말 내가 열심히 성실히 가정에 충실하려 애쓰며
이리저리 돈 벌려고 뛰다니느라 바쁜 남편을 의심이나 하는 정신 나간 여자 인지???
그렇다면 난 남편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해야할 입장입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확실한게 아무것도 없읍니다.

제가 이렇게 님에게 글을 띄우는것이 너무 무례한 행동이고
경솔한 행동인줄 알고 있지만 같은 여자로써 조금은 내 입장을 이해해 주길 바라는
심정으로 이 글을 보냅니다.

님이 내 남편과 어떤 사이인지?

전 남편에게 메달리며 잡지 않을겁니다.
천년만년 살것도 아닌데 이 짧은 인생.
하루를 살더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살 맞대고 살아야지요.
결혼이라는 굴레로 남편의 발목을 잡고 싶지 않습니다.
단지 정말 내가 생각하는 이 모든것들이 진실이고 내가 남편을 떠나야 할 시간이
너무 빨리 다가온다면 좀 막막하고 두려울 뿐입니다.

친정엄마.
아들 둘다 바람피우고 이혼한것도 한이 맺힌 사람인데
사위가 그러면 엄마가 용서 못한다..하며 남편에게 못 박아 얘기 하셨는데…
식모 살이 하며 안 입고 안 먹고 모은 돈.
아들 한테는 선듯 내놓지도 알리지도 않고 그 사람 사업 자금에 내 놓으신 우리 엄마.
아들 보다 어쩜 사위를 더 믿고 그동안 그렇게 믿을만하게 행동했던 작은 사위.
60넘게 살아오면서 한번도 누구하고도 심하게 싸우지 않으셨던 우리엄마.
사위한테 심한 모욕을 당하고 땅바닥에 주저않아 통곡하며 발 구르던 우리 엄마
그랬으면서도 내가 사위를 화나게 해서 그랫으니 이해하리라던 우리 엄마.
몇일을 밤 잠 못주무시고 혼자 우셨을 우리 엄마.
서운한 감정 다 잊을테니 딴 생각말고 다투지 말고 둘이 잘 살라던 우리 엄마.

그런데 끝내 나까지 우리 엄마 마음 아프게 하는 딸자식으로 남는게
너무 죄송스럽네요.
시간이 조금은 필요합니다.

살면서 수없이 헤어져야지 마음먹던 때도 있었는데
그때는 신랑을 미워하는 마음.원망하는 마음으로 가득했지만
지금은 원망도.이움도 없네요.
7년 살아온 내 삶이 너무 허무하고 나의 믿음을 저버린 남편에 대한 배신감.
몇일이 지난 지금 그 배신감도 이젠 잊으려 합니다.

님에게는 정말 미안합니다.
남편 마음 하나 제것으로 하지 못한 못난 여자가 이런식의 편지를 보내는것이
더욱 못난 짓이고 더 비참해 짐을 알지만, 전.. 정말 진실은 알고 싶네요.

01*-****-**** 지금부터 핸드폰 켜 두겟읍니다.
님의 답을 듣고 싶습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것들이 사실인지,아닌지만 말씀해 주시면 좋겟읍니다.
사실이 아니면 내가 이런 상황을 어찌 이해 해야하는건지?
문자를 보내셔도 좋습니다.

저의 편지를 무시하셔도 전 할 말이 없읍니다.
무례한 편지 정말 죄송합니다.
답변 기다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