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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27주, 우울해서...


BY 봄날 2002-04-19

아침에 지하철타고 출근하다 울어버렸어요...
저절로 눈물이 나는데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참을수가 없었어요.

27주... 만삭은 아니지만 누가봐도 임산부임을 아는 몸에 정말 콩나물 시루같은 전철에서 힘들게 버티며 서있는 내자신을 유리창을 통해서 본 후 너무나 슬퍼서 울어버렸어요...

어제는 퇴근후 집에가서 여느 날과 다름없이 혼자 저녁을 먹고, 아침에 먹을 찌개 하나 만들고 나니 허리가 부서지는 것 같이 아파와서 벽에 기대 앉아 텔레비젼을 보려고 하는데, 지난주까지 그렇게 재미있게 봤던 명랑소녀성공기가 너무 유치해서 보기싫고,

야근때문에 늦는 남편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난 매일 이렇게 혼자 저녁을 보내고 밤을 맞이하고 혼자 잠들어야 한다느게 너무 서럽고,

그래도 태교는 해야겠다는 생각에 텔레비젼 끄고, 클래식 음악 틀어놓고 침대에 누워 동화책을 소리내어 읽는데,
목소리는 기어들어가고 아기가 이런 엄마 목소리 들으면서 더 우울해지겠다 생각하면서도 몇장을 아무생각없이 읽다가,
눈물이 핑그르르~

그러다 졸려서 눈 감고 잠에 빠질 무렵 11시 30분에 남편이 초죽음 되어 들어 왔는데, 남편 보니 괜히 남편이 밉고, 보기 싫어 그냥 들어가 자버렸어요...

이러다 우울증 걸려버리는 건 아닌지...
뒤뚱 뒤뚱 출퇴근하는 내모습도 싫고,
한달치 월급이라도 더 받아보겠다고 일없이 자리 차지하고 있는 내모습도 싫고,
남편에게 부시시한 머리, 우거지 인상 쓰기도 싫고,
퇴근 후 집에가서 밥하기도 싫고, 먹기도 싫고, 청소도 하기 싫고,

전 지금 너무 우울합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더 우울합니다..
오늘따라 다리는 왜 이렇게 저리고 아픈건지...
오늘따라 잠을 왜 이렇게 쏟아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