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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란 뭘까..?


BY rkdtjstnr 2002-04-20

이제 갓 백일지난 애기 재우고 무턱대고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혹시나 일어나 울지는 않을지..아님 갑자기 아프진 않을지..자꾸 눈에 밟히지만 집으로 들어가기가 더 싫은걸보니 아직 엄마자격은 없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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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가진것도 없고 그저 우리 둘 튼튼한 몸만 믿고 그렇게 잘 살아보자 결심했는데..서로만 믿고살면 그만이라 생각했는데..
별일은 아닌데..
참나..그러고보니 아내자격도 없나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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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결혼한지 일년하고 반만에 우린 2천이 넘는 대출빚을 지고있습니다.
달달이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대출이자들을 보면서 하루빨리 갚아나갈려고 무지도 애를 쓴것같은데 남편에게 그 돈들은 그저 공과금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나봅니다.
올초에 남편이 주식을 하고있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그것도 5백만원이라는 거금을..더구나 나 몰래 대출받아서..
남편을 추궁했고 남편은 분명 다시 원상태로 되돌려놓겠다고 굳게 약속했었건만 아직도 열심히 회사에서 인터넷거래를 하고있었습니다.
...
좋게 얘기하고싶었습니다.
아직 젊으니 남들하는것 다 해보고도 싶고 그렇겠죠..
잔소리로 들릴까봐 조심스럽게 그리고 타이르듯 얘기를 꺼내고싶었는데 바보같이 감정조절이 안되었습니다.
그래서 따지듯이 물었습니다.
왜 자꾸 속이냐구..
내가 투명인간이냐구..
난 보이지 않냐구..
주식을 한다는 그 자체보다는 나에게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고 혼자서 몰래 그런일을 하고 있다는 그 자체를 받아들일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화가 났습니다.
남편이 얘기하더군요..
회사에서 스트레스나 풀려고..주식이 오르면 오르는데로 스트레스 풀리고 주식 내리면 내리는데로 그 핑계로 욕이라도 해대면서 스트레스 풀수있으니까..
...
근데 그 변명들이 안타깝게 들리기보다는 참 이기적으로만 들리더군요.
"당신 스트레스 풀기위해서 하는 그 일들이 나중에 나와 우리애기에게 큰 짐이 되어버리면 어쩌냐구..빚얻어 시작한 주식인데 잃으면 그땐 또 어떻게 갚아나갈꺼냐고..."
물론 회사생활하다보면 많이 힘들고 어렵겠지만 나와 우리 애기 생각하며 그저 착실히 살아주었으면 좋겠는데 그 또한 저의 욕심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울면서 부탁했습니다.
마흔살되서 우리 애기도 좀 크고 작은집도 가지고 우리식구 좀 여유로와지면 그때가서 조금씩 불어나는 재미로 주식하자구..지금은 물론 하고싶은것도 많고 갖고싶은것도 많겠지만 우리꺼 아니라는 생각으로 욕심버리고 눈감고 귀막고 입막고 그렇게 생활해보자고..
근데..남편에겐 그다지 납득되는 말들이 아닌가봅니다.
어떻게 그렇게 살수 있냐고 하네요.
...
내 말주변이 참 없나봅니다.
내 남편 하나 설득할 능력이 없는걸보면 말입니다.
이 이른 새벽에 사람하나 없는 거릴 뛰쳐나왔는데도 하나도 무섭지 않은걸 보니 나도 참 독한여자이긴한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