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갓 백일지난 애기 재우고 무턱대고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혹시나 일어나 울지는 않을지..아님 갑자기 아프진 않을지..자꾸 눈에 밟히지만 집으로 들어가기가 더 싫은걸보니 아직 엄마자격은 없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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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가진것도 없고 그저 우리 둘 튼튼한 몸만 믿고 그렇게 잘 살아보자 결심했는데..서로만 믿고살면 그만이라 생각했는데..
별일은 아닌데..
참나..그러고보니 아내자격도 없나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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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결혼한지 일년하고 반만에 우린 2천이 넘는 대출빚을 지고있습니다.
달달이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대출이자들을 보면서 하루빨리 갚아나갈려고 무지도 애를 쓴것같은데 남편에게 그 돈들은 그저 공과금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나봅니다.
올초에 남편이 주식을 하고있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그것도 5백만원이라는 거금을..더구나 나 몰래 대출받아서..
남편을 추궁했고 남편은 분명 다시 원상태로 되돌려놓겠다고 굳게 약속했었건만 아직도 열심히 회사에서 인터넷거래를 하고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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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 얘기하고싶었습니다.
아직 젊으니 남들하는것 다 해보고도 싶고 그렇겠죠..
잔소리로 들릴까봐 조심스럽게 그리고 타이르듯 얘기를 꺼내고싶었는데 바보같이 감정조절이 안되었습니다.
그래서 따지듯이 물었습니다.
왜 자꾸 속이냐구..
내가 투명인간이냐구..
난 보이지 않냐구..
주식을 한다는 그 자체보다는 나에게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고 혼자서 몰래 그런일을 하고 있다는 그 자체를 받아들일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화가 났습니다.
남편이 얘기하더군요..
회사에서 스트레스나 풀려고..주식이 오르면 오르는데로 스트레스 풀리고 주식 내리면 내리는데로 그 핑계로 욕이라도 해대면서 스트레스 풀수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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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 변명들이 안타깝게 들리기보다는 참 이기적으로만 들리더군요.
"당신 스트레스 풀기위해서 하는 그 일들이 나중에 나와 우리애기에게 큰 짐이 되어버리면 어쩌냐구..빚얻어 시작한 주식인데 잃으면 그땐 또 어떻게 갚아나갈꺼냐고..."
물론 회사생활하다보면 많이 힘들고 어렵겠지만 나와 우리 애기 생각하며 그저 착실히 살아주었으면 좋겠는데 그 또한 저의 욕심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울면서 부탁했습니다.
마흔살되서 우리 애기도 좀 크고 작은집도 가지고 우리식구 좀 여유로와지면 그때가서 조금씩 불어나는 재미로 주식하자구..지금은 물론 하고싶은것도 많고 갖고싶은것도 많겠지만 우리꺼 아니라는 생각으로 욕심버리고 눈감고 귀막고 입막고 그렇게 생활해보자고..
근데..남편에겐 그다지 납득되는 말들이 아닌가봅니다.
어떻게 그렇게 살수 있냐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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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주변이 참 없나봅니다.
내 남편 하나 설득할 능력이 없는걸보면 말입니다.
이 이른 새벽에 사람하나 없는 거릴 뛰쳐나왔는데도 하나도 무섭지 않은걸 보니 나도 참 독한여자이긴한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