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있으므로 편한 사람이 있는 가 하면 정말 불편한 사람이 있습니다.
여기 나와 같이 살고 있는 저의 남편은 나에게 너무나 불편한 사람입니다.
언제나 선생님처럼 지적할 거리만 찾아 책망하고 자기 생각과 다른 것을 발견하면 여지없이 핀잔과 욕설이 따릅니다.
그런 남편이 이렇다할 직장이 없으므로 집에서 같이 지내기란 정말 죽기보다 싫습니다.
또 자기는 하루종일 놀고 난 직장에 가서 진을 빼고 오면 꼭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같이 산책을 가야하는 것입니다.
가기 싫어도 가야만 하는 것은 할 일 없는 남편의 하루 일과 중에서 가장 소중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루가 산책으로 끝나지 않으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사는 남자같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산책을 같이 가주지 않으면 다음날은 일진이 아주 사나워집니다.
그런 날은 컴에 앉거나 따로이 하는 일을 할 수 없습니다.
힘든데 얼른 자라는 명령아닌 성화가 떨어지니까요.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나서야 하는 저의 심정은 당해보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모를겁니다.
내가 싫으면 싫다고 할 수 없는 여자.
그건 꼭두각시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해야 옳을 겁니다.
모든 것이 남편에 의해서 결정되고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그의 의견에 순종해야 하는 저의 입장은 정말 폭발 직전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그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유를 박탈하며 인권을 무시하는 처사는 정말 더 이상 참아 낼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그와 산책 다니는 일은 365일 아니 몇 년을 걸쳐 너무나 오래된 관행이 되었으니까요.
난 정말 그와의 산책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아니 남들처럼 아침저녁으로 만나는 정상적인 부부가 되고 싶습니다.
이젠 직장을 골라서 가라는 말도 싫습니다.
그냥 아무 직장이라도 나갔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그래야 진이 빠져서라도 나의 기를 빼내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남들은 날마다 산책 가는 부부를 두고 부럽다느니 좋겠다느니 다들 한 마디 씩 하더군요.
난 그들에게 한 마디 하고 싶습니다.
당신도 날마다 자기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강아지처럼 코 꿰인 산책을 그것도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거의 강제로 다닌다면 그 산책이 즐겁겠느냐고 말입니다.
아마, 그것은 죽기 보다 싫은 고통스러운 고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