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텔리비젼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700ARS전화를 눌렀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호소하는 방송프로그램이었다.
700으로 나가는 전화번호를 누르니 '고맙습니다'라는 맨트로 짧게 끝났다.
그리고 잊어 버렸건만 우리 남편 메일로 고마움의 메시지가 왔다.
우리 남편 자기가 한 일이 아니라 나에게 물어본다.
나 티비에 나오는 그 사람을 보니 아파서 누워있는 우리 오빠 생각이 나서 전화번호를 누르게 되었노라고.. 변명 아닌 상황 설명을 했다.
그런데 우리 남편 얼굴을 자세히 보니 불그락 푸르락 화가 단단히 난 얼굴이다.
왜 하필이면 그 방송이냐며 나를 추긍한다.
아니 그 방송국이면 어떻고 다른 방송국이면 어떤가?
돕는 일에 있어서 그걸 따진단 말인가?
자기가 싫어하는 방송국에 후원금을 넣었다고 이 돈을 다시 환불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더니 가야 하는 직장도 뒤로하고 전화국과 방송국으로 전화하기를 몇 시간...
으이 징그러워!! 머리가 아프다. 저런 사람인줄도 모르고...내가 무모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인 것을 어떻해. ㅠㅠ
실망과 아픔으로 더 이상 말문을 잃어버린 내가 겪는 참담함은 교수대에 올라있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아~ 그런데 그 돈이 환불이 되는 것일까?
몇 시간의 실갱이 끝에 환불 고지서가 집으로 오기로 하고서 일이 마무리되었다.
아마도 그깟 3000원 가지고 너무 야박하게 구니 귀찮아서 없는 관례지만 환불이 되는 것인지...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 맘으로 그렇게 일이 되어지는 건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지만...
정말 그가 정신이 제대로 박혔으면 저럴 수 있을까?
그것도 어제 처음으로 어렵게 나간 직장을 팽개치고 그렇게 죽치고 앉아 환불만을 고집해야 하는지... 내 마음속에선 그런 째째하고 쫀쫀한 남편의 모습을 멀리멀리 밀어내고 있었다.
아니 정나미가 떨어져서 더 이상 한 방을 쓸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앞으론 남편에게 아무런 말도 하고 싶지 않으니 나 어떡하면 좋아요?
정말 이대로 한집에서 살아야 하는지...
이일만 가지고 그런다면 좀 과하다고도 할 것이다.
평상시에 작은 일에도 자기의 생각과 다르면 여지없이 반기를 들고 어디든지 항의하고 덤벼드는 모습에 난 이미 질려있다.
같이 티비를 보다가도 연애인 누구는 입이 싫고, 누군 너무 말라서 싫고, 성악가 누군 가슴을 내놓아서 싫고, 아무튼 싫은 것도 많고 눈에 거슬리는 것도 많다.그래서 채널도 고정시킬 수 없다.
방송보다가 누가 옷이라도 잘 못 입거나 그리고 말이라도 실수를 한다면 인터넷으로 기어이 한마디 써야하는 남편을 보며 똥묻은 개가 재묻은 개 나무란다며 난 목구멍까지 나온 말을 삼키느라 애를 먹는다.
그런 남편과 같이 있기란 정말로 숨이 막힌다. 헉헉.
아~~ 마음이 너무 좋은 남자 치고 확실한 남자가 없다는데 그 말도 일리가 있는 것인지...
그나저나, 오늘은 정말 너무나 힘든 날인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