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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만 갔다오면 마음이 심란해요


BY 까꿍이 2002-04-21

저희 시댁은 서울입니다. 제가 살고있는 곳과 두시간 정도 거리에 있지요.

고속도로가 막힐때면 평균 3-4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에 있읍니다.

처음 결혼 해서는 한달에 한번 가면 괜히 죄스럽고 미안했는데 이제 결혼

칠년 정도 되고 아이도 둘 생기니깐 시어른들도 이해를 하십니다.

둘째놈이 여간내기가 아니거든요. 찻속에서 꼼짝없이 앉아서 둘째놈과

씨름하고 시댁에 도착하면 아픈 허리가 뒷목까지 전달되서 머리가 욱신욱신

쑤신다니깐요. 저희 시어른들 무지 착하십니다. 저 구정때 찾아뵙고

오늘 처음 갔읍니다. 남편이 무지 바빠서 일욜날도 출근 한날이 많았기땜에

못간것도 이유중에 하나죠. 그래도 서운하시 티 한번도 않내시고 그렇게

애비 쉬는날 없어서 극성맞은 둘째 보느라 네가 수고가 많다고 위로까지

하십니다. 그래도 일주일에 두번씩 안부전화로 대신하면 어머님은 제

걱정부터 앞서시죠. 하나뿐인 시동생도 착하고 순진 하답니다. 완전

흥부네 가족이예요. 그게 제 복일수도 있는데 시댁에만 갔다오면 제

맘이 왜 이렇게 심란한지 모르겠어요.


저희 시댁 무지 가난합니다. 장남인 시아버지가 시골에 계실때는 할아버지

재산이 많이 있어서 그렇게 어렵게 크지 않으셨데요. 그시절에 하인도

부리면서 괜챦았나 본데 시아부지 생모가 돌아가시고 새어머니, 저한텐

새시할머니죠, 그분이 들어오면서 부터 갈등이 싹텄나봐요. 새시할머니가

낳은 아들이 지금 시동생과 동갑인데 그 아들 앞으로 모든 재산을 돌리고

십원한장 없이 시할머니와 싸우시고 지금의 저희 남편과 시동생 데리고

서울에 올라오셨데요. 지금도 울 시아부지 공사 현장에서 미장일 하십니다.

올해 시부모님 동갑으로 62살이 시고요. 어머님은 근근히 한복일 하십니다.

그렇게 어렵게 살아서 그런지 울 남편 생활력 하나는 끝내줍니다. 공부는

열심히 했는지 서울에 괜챦은 대학나와서 지금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자동차 회사 과장으로 있어요. 저 그렇게 어려운 시댁에 결혼했어도

지금껏 후회한적 한번도 없읍니다. 돈이 전부는 아니니깐요. 돈 많아서

사람 우습게 알고 교만한 사람들 보단 돈 없어도 시댁시구들 맘이 따스하고

착한것 하나 믿고 삽니다.


얼마전에 시댁에 도배를 했어요. 힘겨운 서울 살이끝에 90년도에 장만한

집인데 지금껏 도배 한번 않하고 사셨나봐요. 그래서 봄도 됐겠다 어머니가

큰 마음 먹고 도배를 감행했는데 80이 든다고 하시더라구요. 있는 집이야

도배하는데 80드는것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겠지만 우리 시댁은 그렇지

않거든요. 도배 하는 날도 도배 해주는 사람들이 하는거겠지만 장농이며

짐 정리가 장난이 아니쟎아요. 그래서 어머니가 남편을 오라고 하시더라구요.

저도 도움은 되진 않겠지만 가서 구경이라도 하려고 갈 생각이였는데

작은애땜에 않된다고 오지 말고 애비만 보내라고 하시데요. 한편 잘

됐다고 생각했는데 어머니가 고맙더라구요. 항시 저에 대한 배려가

극진해서...

도배할때 보테시라고 30만원을 드렸더니 두고두고 고마워 하시더라구요.

그렇게 도배가 끝나고 어제 토욜날 갔었져. 그렇게 고급 벽지는 않이

였지만 그래도 깔끔한 분위기 였어요. 그런데 문제는 씽크대, 문짝이

달랑달랑 거리고 씽크대는 정말로 바꿔야 하겠더라구요. 그래서 어머니깨

씽크대 얘기를 꺼냈더니 그렇지 않아도 물어보니깐 재일 싸게 해도 80은

든다고 한숨을 내쉬더군요. 생각 같아선 제가 팔걷어 부치고 바꿔드리고

싶었는데 제 형편도 그렇지가 못해서 안타까웠읍니다. 그렇게 넉넉하지

못해도 다른집들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는것 같은데 그렇다고 다른 시부모들

처럼 대놓고 얼마씩 줘라고 말씀도 못하시거든요. 지끔껏 살면서 당신들이

못 보테줘서 그것이 항시 안타까웠지 자식들 한테 아쉬운 소리 한번도

못 들었읍니다. 어찌 생각하면 자존심이 강하신 것도 같아요.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34살 노총각 시동생은 어제부로 회사에 사표를 냈다고

하더군요. 두달이나 다녔을까? 암튼 심란합니다.

아버님 근근히 일해서 버시고 어머니 한복하시고 생활비는 어떻게 충당을

하시는지 물어보기도 그렇구요. 그렇다고 저희가 보태 드리지도 못할

형편입니다. 제가 이렇게 심란한데 울 남편은 오죽 하겠어요.

잠이 않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