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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넘 게으른 엄마인가 봐요.


BY 아기엄마 2002-04-22

남편이 밤늦게 퇴근을 하면, 우리 저녁식사 시간은 보통 10시 30분 정도 됩니다.
아기는 재우고 밥먹고, 치우고... 그러면 12시는 되지요.
그리고 컴 좀 앉아서 하다보면 보통 1~2시가 되요. (저만의 시간이죠. 하루종일 아이하고 있으니... 이 시간이 아니면 난 자유로운 시간이 없어요)

늦게 자니까 아침에 잘 못일어나는 악순환이 반복 되는데... 문제는 아기가 6시 30분이면 일어나요.
그래서 낑낑 거리면 졸린 눈을 부비고 물을 주거든요.
물만 주고 난 또 자요. 그럼 아기는 내가 일어날 때까지 혼자 침대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그러면서 놀거든요.
제가 한 8시쯤 일어나는데, 그때까지 눈뜨고 아기는 손가락 빨면서 나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면서 찍소리 없이 혼자 눈만 껌뻑이고 누워 있는거예요.

8시 정도에 첫 분유를 먹이고... 그리고 아기방으로 데려가서 놀리거든요.

근데, 어느날 살짝 깨서 아기 침대에서 뒹굴거리면서 놀고 있는 아기를 보니까 아.. 이건 아니다.. 싶더군요.
얼마나 처량하게 누워서 노는지... 심심하니까 천장 처다보면서 눈을 껌뻑거리고 손가락 빨고...

우리 남편이 밤에 컴이나 책 읽는거 하지 말고 12시쯤 자고 아이 깨는 시간에 일어나서 같이 놀아주라는데 (6시 30분) 그래야 하는건 알지만, 내 시간이 전혀 없는 나로서는 그 말이 왜 그렇게 섭하게 들리는지...

아기 생각하면 내가 이러면 안되지 싶구요.

아기가 그러고 있는거 아기한테도 안좋겠지요?
소극적인 아이로 자라게 되지는 않을까요? 처음엔 나 일어나라고 낑낑 거렸는데, 이젠 포기했는지 엄마 일어날 때까지 알아서 암소리도 안내고 기다려요. 열달 된 아기가.

처음엔 아기가 무척 빠르고 영리해서 (두달이 조금 넘어서 뒤집었구요. 두달 되었을 때, 오뚜기 옆에 두고 제가 손가락으로 움직이니까 자기도 손을 뻗어서 오뚜기를 움직이더라구요. 첨엔 어쩌다 건드렸겠지 했는데 의도를 가지고 건드리는 거더라구요) 난 우리 아기가 천재가 아닐까 (엄마들 이런 착각 잘 하잖아요. 딴지 걸지 마세요) 하는 생각마저 했었는데... 지금은 좀 느린거 같아요. 점점 느려지는거 같아요.

어떤 아기는 10달에 걷기도 한다는데, 우리 애는 잡고는 걸어도 혼자 걷는건 아직 엄두도 못내구요.
링 끼우는거 있잖아요.
그거 끼워놓은거 빼는건 잘하는데, 제가 아무리 다시 끼우는거 가르쳐줘도 절대로 안끼워요. 무조건 빼기만 하구요.
책도 잘 안읽어 주는 편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틀 걸러 두권 정도 읽어주거든요) 책 읽을 때 집중해서 보기 보다는 잡아 뺏어서 어떻게 하면 입에 넣을 수 있을까... 그것만 관심이 있구요.

그래서 이젠 커서 공부 못하면 어쩌나...하는 걱정까지 생기네요.
제가 이제 열달 된 아기한테 너무 큰걸 바라는 걸까요? 아니면 정말 제 아기가 무력한 엄마때문에 점점 뒤떨어져 가는걸까요.

아기 키운 경험도 없고, 주변에 비교할 만한 아기도 없으니 어째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구요. 자극을 주어야 한다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자극이 되는지 매일 다른 자극을 줄 수도 없구요.
그냥 놀던대로 아기방, 저희 공부방, 거실 이렇게 왔다 갔다 아기는 기어다니면서 보이는거 물어뜯고 열리는거 열어보고 .. 그렇게 매일매일 지내는데, 뭐 특별하게 자극을 줄 수 있는게 뭔가요?

그리고 아침에 아기가 혼자 깨서 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는거요.
그거 저 정말 잘못하고 있는거 맞죠? 아기 지능에나 성격에 결정적인 적이 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거 맞죠?
우리딸 순하고 밤에 저 깨우면서 괴롭힌 적 없구요.생후 한달 지나고부터 8시에 자서 다음날 8시까지 한번 안깨고 자는 아기구요.
기기 전까지는 정서도 안정되어 있고, 내가 무슨 복에 저런 자식을 얻었나 싶을 정도로 남다른 아기였는데... 지금은 그것도 아니구요.
그러니 전 제가 모자라서 아기를 잘못 키우고 있다는 죄책감 같은게 자꾸 생겨요. 스탠드를 만지고 놀면 위험하니까 몇번 단호하고 무서운 표정으로 못만지게 했거든요. 그랬더니 지금은 스탠드 옆에 가면 만지고는 싶은데 차마 못만지고 저를 쳐다보면서 눈치 살피면서 살짝 웃으면서 애교를 떠네요.
그래서 내가 무표정하고 있으면 못만지고 나한테 그냥 기어오거든요.
그건 당연한 건데도.... 눈치 보는게 또 마음에 걸리고.

키워보신 분들... 저한테 무슨 말이건 말씀 좀 해주세요.
열달 된 아기 키우면서 온전한 내 자유시간 갖는다는거 욕심인지... 2시에 자고도 6시 30분에 아기랑 같이 일어나면 좋겠는데 그건 또 못하겠네요. 저 게으른 엄마, 이기적인 엄마 인거 같아서 ..
그래도 남편이 내 생각은 안하고 아기 위주로만 나한테 이거해라 저거해라 하는건 섭섭해 죽겠고..

답답하네요. 모든게 뒤죽박죽이예요.
아기를 잘못 키우고 있는건 아닌지...적극적이고 밝은 아이면 좋겠는데... 그렇게 잘 먹던 아기가 요 며칠 사이엔 맘마도 잘 안먹고... 뭐가 잘못된 건지 엉망진창이예요.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