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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슈퍼맨이 아닌걸...


BY 힘내~ 2002-05-18

신랑은 고 3 담임입니다.
신도시의 명문고...반 아이의 80%가 의대를 가겠다 하는...실지로 진학률 100%라고 해도 거짓말 아닌...고등학교의 담임입니다.
아침 7시, 우유 한잔 마시고 학교로 출근합니다.
0교시 수업때문이죠.
오후 6시가 되어야 정규수업이 다 끝나고 밤 10시 까지 자율학습(대체로 전체 학생이 참여)지도하고, 11시 30분까지(원하는 학생에 한해 하는것) 남은 학생들 지도하고, 퇴근하면 12시입니다.
씻고 앉아서 얼굴 잠깐 보고...그리고 잠들고...다시 7시 출근.
이렇게 담임한지 3개월남짓 지났어요.
토요일도 오후 5시까지 자율학습 지도, 일요일은 오후 2시-10시까지..
이렇게 쉼 없이 학교에서 살다시피 해 왔습니다.
신랑뿐만 아니라 3학년 담임 대부분이요.

그런데..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학부모가 상담차 와서 그랬다는군요.
'아니...10시 전에 집에 가는 선생님도 있다면서요?'
신랑...순간 말문이 막혔었대요.
선생님들... 3개월남짓 밤 11시 넘어서 까지 대부분이 교무실 혹은 교실을 지켰었고, 중간중간 개인 사정으로 일찍(그래봐야 10시 자율학습 마치고서) 퇴근했었어요.
신랑도 그동안 시험기간, 모의고사 치는 날 제외하고 일찍 온건 제가 아파서 혼자 끙끙대느라 하루 들어오고 시골간다고 토요일 하루 2시에 퇴근한게 전부입니다.
간혹 몸이 안좋다거나 일이있으면 선생님들 다른 반 선생님께 반 부탁하고 자리를 비우셨구요.
그런데...10시 전에 집에간다는게 무슨 큰 죄를 짓는 일인양...
비꼬듯 말한 학부형때문에 신랑...엄청 회의감을 느끼고 있더군요.
수고한다는 말 바란것 아니었고, 누가 알아줄거라 생각도 안했지만...그렇게 (물론 악의가 없었을지도 모르죠) 던진 한마디가 의욕을 꺽고 회의를 들게 할 수도 있다는건 그분은 몰랐겠죠.

0교시고, 보충수업이고, 자율학습이고...뭐고 다 없애버렸으면 좋겠습니다. 내 신랑의 건강이 더 중요하고 상처 안 받고 사는게 더 중요하지 그런 소리 들어가면서 뭣하러...라는 생각까지 했었지요.

저도, 신랑도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나왔고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했어요. 지방 학생들은 대도시 학생들보다 내신에서 불리하니까. 그리고 과외를 받는다든지 하는 기회가 적으니까...아무래도 학교에서 지도를 많이 하게 되죠.
물론 학교 다닐때는 집에 가고싶고 하기 싫고,지겹고 그렇게 강요하는 선생님들 싫었지만...
고등학교 졸업하고 서울와 보니 우리집 넉넉하지 않아 과외도 못시켜줬고, 학원도 안다니고 순전히 학교 공부(자율,보충,그냥 수업)만으로 이렇게 대학을 오다니...정말 선생님들 수고하셨구나...그런 생각 했더랬어요.
나도 신랑도...지금 그렇게 고생하면서 담임맡으면 나중에 애들이 졸업하고 나서, 나처럼 당신처럼 그렇게 느낄꺼야. 그걸로 만족해야지.
그랬는데...그게 아닌가 봅니다.
그렇게 고생하는데...아이들 먹는 밥, 반찬...급식 같이 먹으면서 주말에 집에서 딱 2-3끼 먹는데...아무도 알아주지 않는걸...

밤새 마음이 아파 잠을 설쳤답니다.
언론에서는 자율학습과 0교시 강요하는 '선생'들 나쁘다고 난리더군요. 학부모도 학생도 원치 않는다고 너무도 크게 말들 하더군요.
신랑에게 그 말을 던진 학부형도 나가서는 '어머...그런것 없애야되. 우리애가 너무 힘들어해...'뭐 그러겠죠.
선생도 사람이예요.
고3담임 이라는 이유로 늘 학교에서 사는 여선생님의 신랑이 웃으면서 '혼이라도 해야겠다. 이게 집 꼴이냐?'그러더래요.
후후...남일 아닌데.

나도 이제는 원하지 않아요. 보람도 필요없고, 사명도 필요없고...그냥 신랑 몸이라도 편했으면 좋겠어요. 이런 저런 말들에 시달릴 필요 없이, 내미는 돈봉투에 자존심 상하는것 억누르고 웃으며 사양하게 만들고 싶지 않구요.
s대 나와서 교단에 선 신랑.
신랑 친구들은 다 기자니, 변호사니. 강사니...하나도 부럽지 않았어요.(물론 교사도 많아요.)
소신껏 적성에 ??煐?자신의 직업을 선택했고, 오히려 자랑스럽고 떳떳 했죠. 잘난 대학 나와서 꼭 잘난듯 살아야 하나. 스스로 만족하고 좋은 뜻 두고...그런것도 보람이지...싶어서요.
보란듯이 멋진 선생님 되고, 당신처럼 학원도, 과외도 한번 안하고
s대든 어디든 애들 진학시켜서 사교육 필요없다는걸 보여주라고...그랬는데...
허탈하네요.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