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843

시댁이 뭔지...


BY laciel 2002-05-22

너무 속상한 날입니다...
시댁과 합친지 두달 반... 나만 서서히 미쳐가는 느낌... 내가 너무 바본가봐요.
내가 돈을 안벌고 살림한다는 이유로... "너희가 너무 어렵게 살아서" "너희가 너무 못사니까" 도와주신다며... 저보고 공인중개사 자격증 따서 돈벌라고... 아이 봐주실테니까 합치자고 하셨죠. 전 아이 유치원 갈 나이 됐으니 유치원 보내고 해보겠다고 했지만, 시아버지 막무가내 고집을 아무도 꺾지 못하고... 직장 다니는 시누이 딸 봐주시는 시어머니 싫은 내색이었지만 워낙 시아버지가 강경하니 그냥 따라가더군요...
특히 남편이 굉장히 합치길 원했어요. 나모르게 빚진 돈 갚으려면 전세금 빼서 좀 써야 했었나봐요. 결국 질질 끌려 합쳤는데... 전세금 몽땅 내놓으라는 시부모님, 주기 싫다는 남편... 사이에서 저만 희생양이 되어 욕 바가지로 먹고... 남편은 회사에 일이 있으니 저보고 전세금 받은 것에서 천만원 빼고 부치라고 하고... 전 남편과 시아버지가 뭔가 심각하게 얘기하길래 그러기로 한 건 줄 알고 남편 말을 따랐더니... 시어머니 당장 전화해서 너 얼마 부쳤냐, 다 부치라고 말하지 않았냐, 왜 돈 빼고 부쳤냐...
난 바본가봐요. 속시원히 "어머님 아들이 시켰어요" 쏘아부치지도 못하고 나름대로 상황 설명한다고 주절주절... 바보.
회사는 인천 시댁은 잠실. 일주일에 한 두어번 들어옵니다. 시댁과 합치면 매일 들어올 수 있다고, 서울에 사무실 낼거라고 큰소리 땅땅 치더니...
이번달은 아직 월급도 안갖다줬어요. 너무 바빠 통장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회사 갖다 놨었거든요. 지갑 잃어버려서 현금카드도 다 잃어버렸다고...

더 큰 문제는 우리 아이예요. 6개월 어린 시누이 딸이 있는데, 우리 아인 12월생 시누딸은 다음해 6월생 그래서 우리 아이가 오빠죠. 6개월 먼저 나왔다고 다 큰 아이로 보이시나봐요. 갓날적부터 키워주신 외손녀는 마냥 아기고...
뭐든지 "아기 줘라, 동생 줘라, 양보해라" 그 아이가 원하지 않아도 좀 좋아보이면 무조건 뺏습니다. 다섯살짜리가 그렇다고 순순히 뺏기나요? 싫다고 하죠. 그러면 또 "애가 이상하다, 양보도 할 줄 모른다. 빨리 둘째 낳아라. 엄마가 싸서 키워서 그렇다"...
심지어는 아이를 붙들고 "너 빨리 동생 봐야겠다. 이렇게 양보도 할 줄 모르면 어쩌니. 양보하는 것 배워라." 합니다.

우리 아이 갑자기 상태가 안좋아지더군요. 무슨 학대받는 애처럼 바닥에 엎드려 대성통곡... 매사에 떼쓰고 울고 눈치보고... 아기식탁의자가 있는데요, 집에선 안써서 버리고 왔는데 시댁에 시누딸이 쓰던 똑같은게 있었거든요. 이사온 다음날 한번 의자땜에 싸움 나더니 담부터 이상하게 식탁의자에 집착하더군요.
시누딸은 그 애대로 난리였죠. 시부모님이 워낙 떠받들어서 울고 떼쓰는건 기본... 시어머니가 우리 아이 쳐다보지도 못하게 하더군요. 막 할머니를 쥐어뜯으며 "할머니 오빠 쳐다보지마, 오빠 만지지마" 그러면 시어머니 쩔쩔매며 하루종일 그아이 업고 안고 있습니다. 밥먹일때도 무릎에 앉혀서 떠먹이고... 우리 아인 또 바보같이 "할머니 나도 안아줘요, 나 손 한번만 잡아줘요" 합니다. 그러면 "넌 엄마 있쟎니, 엄만테 가라" 하고 밀어내죠. 그런데 시누이가 퇴근해서 와 있을때 제가 수퍼라도 다녀오든가 나갔다와서 보면 똑같아요. 시누딸을 늘 업고 안고 있고 우리 아인 혼자 놀고 있고...
시아버진 한술 더 뜨더군요. 제사라 일이 많아 혼자 놀라고 껌 한통 쥐어주고 일하는데 방에서 큰소리가 나더군요. 애들이 싸우나 싶어 들어가보니 시아버지 시누딸을 꼭 껴안고 우리 아이 야단치고 있더군요. 욕심쟁이라는둥, 나눠줄줄도 모른다는둥... 가만히보니 껌을 나눠주라고 하니 우리 아이가 싫다고 했나봐요. 그런데 원래 시누딸은 껌을 안좋아해요. 먼저 달라고 한 적이 없었거든요. 줘도 안씹고, 우리 아이가 껍질 까서 입에 넣어주면 잠깐 씹다가 뱉는데, 먼저 달라고 조른것도 아닌것 같은데, 무조건 주라고 야단치고... 더 속상한건 할아버지가 사촌동생만 꼭 껴안고 있으니 우리 아이가 확 나와버리지도 못하고 곁에서 어쩔줄모르고 맴돌고만 있더라구요. 시아버지가 저보고 애 역성들지말고 나가라더군요. 역성이라뇨... 들어가 얼굴 내미는것도 역성인가요. 엄마 옆에 없어 기댈 빽도 없는애 야단치는게 구박 아니고 뭐죠.
참다못해 저도 한마디씩 했어요. 시부모님 있는데서 "6개월밖에 차이 안나는데 오빠라고 다 뺏기니 너도 참 딱하다" 시부모님이 애 이상하다고 하면 스트레스 받아서 그렇다, 동생한테 자꾸 뺏기니 그렇다...
굉장히 싫어하시데요.
저도 바보같죠. 딱부러지게 그러지 마세요 해야 하는데 그냥 빙빙 돌려 스트레스니 동생에게 뺏겼다느니 했으니... 뭐 시누딸이 뺏었나요. 시부모님이 뺏어줬죠.
유치원에도 가기 시작했는데, 안떨어지려고 서럽게 울더군요. 너무 맘이 아팠어요. 유치원 놀이터에서도 그렇게 활동적이고 잘 놀던 아이가 그네에만 앉아서 꼼짝도 안하는거예요. 집에 오면서도 "엄마 누가 그네 타면 어쩌지" 걱정하고...
너무 힘들어해서 하루 안보냈더니 "애 운다고 안보내냐"며 시어머니 저보고 뭐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시누딸도 3월부터 어린이집 오전반에 다니기 시작했었는데, 우리 이사오면서부터 안갈려고 울더군요. 낮에 와서 있던 할머니집에 사촌오빠가 들어와 사니 싫었나봐요. 당장에 "우는애 어떻게 보내냐"며 안보내요. 시누이가 그렇게 보내고 싶어하는데 시누이에게 직장 그만두라고 하시면서까지 안보내요. 저보고는 애 운다고 안보내는게 어딨냐고 했으면서...
시누딸은 워낙 시부모님이 싸고 키워서 친구랑 놀줄도 모르고, 놀이터 가도 무섭다며 미끄럼틀도 못 올라가요. 한번 성질났다 하면 온 동네가 떠나가라 악쓰고 울고 옷 벗어제끼고 콘크리트 바닥에 뒹굴고... 한번은 그렇게 악쓰고 바닥에서 뒹굴다 발등이 온통 까졌어요. 시누이는 모르더군요. 알레르기가 있어서 긁어서 그런줄 알아요. 말도 못해줬죠, 뭐.
한번은 할머니 무릎에 둘이 같이 앉았는데 시누딸이 우리 아이 밀어내며 때리더군요. 발로 얼굴도 차고... 제가 얼른 손으로 발을 잡았어요. 그랬더니 시어머니가 제 손을 확 뿌리치며 "애한테 그러지 마라" 하더군요. 시누딸이 우리애 때리는데 우리애 움직이지 못하게 꼭 잡고 있었던 적도 있어요.
아이 때문에 너무 속상해서 놀이치료센터에 데리고 갔어요. 애가 너무 스트레스 받았다며 유치원도 보내지 말고 아예 학교를 일년 늦게 보내라더군요. 그리고 시부모님이 차별하면 옆에서 나서서 말하라고요... 엄마가 지켜줘야한다고...
남편에게 그 얘길 했더니, 그럼 소아정신과에 데리고 가서 확실히 진단을 받아오래요. 그래야 어른들에게 얘길 하지, 놀이치료센터에서 얘기한것 가지고는 안된다고...
시간이 지나 우리 아이가 많이 좋아졌어요. 한번 되게 앓았는데 엄마가 옆에서 계속 보살펴준게 도움이 됐나봐요. 상처를 받아서인지 절대로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안가더니 이젠 곧잘 가서 놀기도 해요.

제가 성격이 이러면 안돼요 하고 나서질 못하고 그냥 속으로 끙끙 삭이는 성격이라... 맘먹고 말하려고 하면 말이 곱게 안나와요. 하나하나 그때마다 말하면 정말 분란이라도 생길 것 같아서...
그래도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겠죠? 남편이 날 이해해주질 않으니 더 힘드네요. 오늘 아침만 해도 우리 아이가 어제 친구 엄마에게 받은 사탕을 네알을 쥐고 놀고 있었는데, 아침부터 애한테 사탕을 저리 많이 준다고... 그것도 나 설거지 하는데 뒤에서... 나보고 확실히 말하는것도 아니고... 그래서 설거지 하다말고 "그거 어제 친구 엄마가 준건데, 먹지는 않도 내내 가지고 노는거예요" 했거든요. 남편이 난리더군요. 저보고 소리 질렀대요. 거실 저쪽에 있는 시어머니에게 말한건데 설거지하느라 물도 틀어놨는데 그럼 모기만한 소리로 종알대야 하나요?
누굴 믿고 살아야 하는지... 남편은 생활비도 잘 안갖다 줘서 모아놓은 돈도 없어요. 간신히 좀 모아놓으면 뺏어가고... 당장 직업을 구하기도 힘드니 이혼하기도 쉽지가 않고... 자격증이라도 따서 이혼하려해도 아이 유치원 가 있는 시간만으로는 영 힘드네요. 그리고 시부모님께 절대로 아이 못맡기겠어요. 또 구박받으면 정말 더 안좋아질까봐 겁나요.

쌓이고 쌓여서... 이젠 뭘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아무래도 우울증 걸린 것 같아요. 결혼할때부터 혼수문제로 힘들었고, 저 돈 안번다고 늘 불만이었거든요. 우리 아이 임신했을 때도 절대로 애 못봐준다, 너희 친정엄마 젊지 않느냐 했었죠. 그때 막내동생이 고등학생이었었는데... 수험생 뒷바라지하는 엄마에게 애까지 맡겨야 하나... 막막해서 다니던 학교도 때려쳤어요.
처음부터 잘못된 결혼인것 같은데... 애 조금만 커서 어디 맡길 수 있으면 이혼해야지 했었는데, 막상 애가 크니 아빠를 따르네요.
아무것도 결정을 못하겠고, 힘들기만 해요...

두서없이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