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927

집치장에 모든 것을 건 주부들을 보며.....


BY 편안함이 좋은 여 2002-07-09

이제 새 아파트에 이사온 지 일주일이 되었다.
이웃에 사시는 어머님께서 수수팥떡을 꼭 해서 돌리라고 하셨다. 요즘 누가 먹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러기로 했다.
입주시작한 지는 한 달..대형평수라 모두들 인테리어 하느라고 늦게 오는 집들이 많아 비어있는 곳도 다수 있었다.
직장을 다니는 관계로 아주 바빠 겨우 일주일만에 일요일에 떡 세되와 경단 두되를 했다.
어머니께 절반을 드려 친구분들과 나누어 드시게 하고 주변에 드렸다.
아 그런데 잘 몰랐는데 몇년전 우연하게 알게 된 한 주부가 다른 동 같은 평수에 살고 있었다. 일요일을 침범하기 싫어 있다가 어제 퇴근후 전화하니 빨리 오라고 성화다.
평소 남의 집은 바빠서 갈 시간도 없지만 17년동안 주택에서 편하게 대문 열어놓고 살던 터라 큰 아파트라도 좀은 답답해서 한번 가 보았다.
떡을 한 쟁반 들고 갔다. 그런데 너무 놀랐다. 아파트 곳곳에 너무나 많은 소품들.. 가구들...
온갖 엔틱제품으로 영화속 처럼 꾸며 놓았다.
어디에 앉을지도 잘 모르겠다.
곳곳에 영화의 장면같은 의자들. 참 예쁘기는 했지만 기댈곳이 나에게는 찾기 어려웠다. 이 주부는 아직 절반밖에 못했다고 한 일주일뒤에 또 보여준다고 했다.
귀엽기도 했고 열의에 가득찬 눈동자를 보니 참 즐겁게 꾸미는것을 즐기구나 생각이 들었다.
내친김에 우리 집 인테리어 소품들도 신경써 주겠다는 호의에 정중하게 거절을 했다.
사실 직장을 다니니 저녁 5시 30분경에 퇴근해 오면 소파에서 아늑하게 휴식하고 식구를 위한 식사 준비. 그리고 조용히 책을 읽거나 TV를 보는 수준인데 그리 꾸밀것 가지야..
나중에 못한다고 남편이 원해서 거금이 드는 인테리어 공사한 것도 사실 별 의미없다고 느껴지는데...
왜냐면 중학생 아들은 인테리어에 거의 관심없고 남편도 금융회사간부라 늦는 경우가 많고 6학년 딸 아이도 집에와서 정리하고 공부하고 나가고 나역시 직장생활의 중견인지라 할 일도 많고...
같은 집이라도 사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너무 그럴 것 있나하는 마음도 든다.
돈을 적게 들이고 사람 사는 향기가 나는 집이 더 좋은데 구석 구석을 그냥 두지 않고 항상 콘솔이 자리잡고 멋진 액자의 외국 그림 ..그리고 온갖 비싼 장식품들...
아마 우리 집에 그런 것을 두었으면 나는 한 두번 보다가 아마 안에 넣을것같다.
이제 마흔 하나 ..
마음이 평화롭고 욕심이 없어진다.
그동안 아이들 키우면서 전세집도 있어 보았고 신혼에는 저녁이 되면 햇살이 너무 따갑게 내려쬐어 피할 곳이 없는 서향 방에서 앞에는 시 부모님들이 큰 방에서 생활하시고 두 아이들을 작은 방에서 땀띠기 끊어지지 않게 생활하다가 여름에 볕을 피하려고 광목으로 나무대를 걸쳐놓고 밖에서 보면 아주 우수웠지만 흐믓해 하며 웃던 지난 일들이 참 그립다.
그후 집도 두번 이나 샀지만 주택이 좋아 오래된 주택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고 굴리며 친구들에게 놀이터를 제공하듯이 살다가 새로 지은 큰 아파트에 오니 기쁨보다는 두고온 것들에 대한 아련한 향수가 더 짙어지는 것은 왜일까?
후배들은 내가 부럽다지만 열심히 일하면 행복은 가질수 있고 (물론 불가항력도 반드시 있다.)그 행복의 실체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아들에게 공부방과 큰방 하나를 침실로 주니 너무 아들이 멀리 있는 것같다.
방 네개를 치우다 보니 전에는 남편이 항상 우리 집은 인구밀도가 너무 높다고 엄살을 피울 정도로 주택이라 겨울은 추워서 아이들 방을 비우고 겨울에는 한 방에서 비비대며 살았는데...
이제는 적당한 가난이 추억으로 남고 항상 견딜만한 어려움은 행복이었다는 것을 오늘도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