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일주일내내 애데리고 출퇴근하느라 초죽음이 될판인데
아이는 집에 오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졸리운지
땡깡을 부리고, 날은 더운데 아무리 달래도 땡깡이 멈추질
않는 아이를 안고 몇대의 버스를 보낸끝에
그나마 사람이 몇명 타지않은 한가한 버스에 올랐답니다.
그래도 조용해지지 않는 딸아이.
사달라고 졸라서 사준 비치볼을 이번에는 머리에
머리띠처럼 쓰겠다는 말도 안되는 고집을 피우느라
난처에 죽겠는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왕왕거리고
집에가서 어디 보자 하는 맘을 먹고 있던 차에
버스기사의 말
"아줌마 애좀 조용히 시켜요, 운전하는데 내가 짜증나잖아!"
연세도 어느정도 있는 아저씨라 내가 한번 참았죠.
어느새 몇 정거장이 지나고, 애를 겨우 달래 놓으려는데
또 고함을 지르는 겁니다.
"버스에 타려면 애를 달래서 조용히 시켜갖고 재워서
태워야지, 다른 사람한테 방해도 안되고, 나도 짜증안나게
운전할거 아냐"
가뜩이나 난감하던 차에, 나의 들끓는 분노가 폭발하는 겁니다.
그 아저씨 한테로.
평소의 내 목소리도 아닌, 하이톤의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가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오더라구요.
"아저씨 나도 한번 참을라고 했는데, 버스에서 애들 울때마다
그렇게 말하세요. 가뜩이나 난감하고 승객들한테 미안해
죽겠는데, 그럼 더운날씨에 애를 안고 아저씨 짜증안나게 할라고
재워서 타야겠어요! 아저씨는 손주도 없어요!" 등등 ..
그렇게 나는 아저씨랑 삼복더위에 버스에서 대판했답니다.
아마 다른 사람들 눈에는 애도 달래지못하면서 악이나 쓰는
무식한 아줌마로 보였겠죠. 남의 말 할것도 없이
내가 아가씨일때도 버스에서 우는 애들과 그 엄마들을
흘끔흘끔 기분나쁘게 보곤 했는데, 내가 그런 위치가 되다니..
내가 왜 돈 몇푼 아끼겠다고 택시놔두고 버스를 탔던가
후회도 되지만, 일이 이렇게 되고 말았네요.
물론 아직도 버스기사의 말투, 그 난처한 상황을 생각하면
열이 나고, 소리지르며 싸우는 엄마한테 안겨서 금새
잠이 들어버린 딸을 보면 땡깡피운게 밉기도 하지만,
집에 오니, 기분은 허무하네요.
좀더 현명하게 좀더 우아하게 그 상황에 대처하지 못했더라도
속상해 방의 아줌마들은 저 위로해주실거죠...
위로가 필요해요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