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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 뒤집어 입고 온 남편


BY 허한마음 2002-07-20

남편이 부서를 옮긴후 가끔 거래처로부터 술접대를 받고 새벽에 들어 옵니다
그전까지는 술도 자주 안하는 사람이라 별 격정 없었는데
술이나 식사 접대를 받기 시작한 후로는
접대 받는 날은 꼭 새벽에 들어와 마음이 편하지가 않더군요
어제도 술접대를 받고 온다고 저녁먹고 온다고 하더니
새벽 2시반에 들어 왔습니다
자다 깼는데 술 냄새가 별로 안나서 왠지 기분이 묘한 상태에서 그냥 잤습니다
오늘 아침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니 런닝을 뒤집어 입고 있더군요
전 빨래를 갤때 항상 뒤집어 진건 바로하고 접어 놓기 때문에
제가 뒤집어서 개어 놓을 일은 100% 없습니다
근데 그걸 보면서 참 이상하게도 화가 나질 않았습니다
아니 그냥 믿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인지 그걸 트집잡고 싶지 않았는지 모릅니다
얼굴의 여드름을 짜 달라기에 짜면서 차분한 목소리로 그랬어요
뭐가 이뻐서 여드름을 짜달라고 얼굴을 들이미냐고
어디서 런닝이나 뒤집어 입고 다니냐고 그랬더니
뭐가? 그러면서 살펴 보더니 별소리 없더군요
남편 성격에 제가 엄한(엉뚱한) 소리하면 큰소리 내면서
결백을 주장하는 사람인데 오늘 아침엔 왠지 뭐가...딱 그소리외엔
아무소리 안하더군요 그때 직감적으로 확신이 들더군요
평소에 집과 회사만 다니는 사람이라 바람이라는 생각은 안들고
아마 술집여자 2차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화를 내야 당연할 텐데 화는 안나고
다음부터 다시 입을땐 제대로 입고 다니라고
어디서 런닝 뒤집어 입고 다니냐고
다 안다는 표만 내고 별달리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남편도 아무소리도 안하더군요
차라리 변명이라도 하고 내가 오해한다고 하길 바랬는데
제 눈치보면서 행동을 하더니
아이와 산책을 나가더군요
근데 이제야 조금씩 가슴이 허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네요
이제야 괜히 눈물이 조금씩 나려고 하네요
이제야 조금씩 화가 밀려오고 가슴 한구석이 아파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결혼 9년차 처음 겪는 일이에요
평소에 이런 일은 용서 못할줄 알았는데
남편 앞에서 화조차 내지 않았던 제가 제스스로도 이해가 안가네요
저 어떻게 하나요
남편 얼굴을 보기 싫어지네요
눈물이 나네요
갑자기 너무 외롭네요
너무 슬프네요
가슴이 뻥 뚫려 버릴것만 같네요
저와 같은 경험 있으신분이 있으신가요?
제가 어떻게 해야 되나요?
이제야 비오듯 쏟아지는 눈물을 어떻게 해야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