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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미친년 될 뻔 했습니다.


BY 미치겠다 2002-07-21

예전에,..."결혼하고 난 미쳐버린 것만 같다..."고 글을 썼던..포악녀입니다.

저 아무래도 성격파탄자 같습니다.
신랑이랑 다툼이 있기라도 하면 전 포악하기가 이를 때 없습니다.
신랑 앞에서 표현은 안 하고 오늘도 욕실에 들어앉아 샴푸며 린스를 죄다 쏟아 버리고 바닥에 치고 새 비누를 꺼내서 바닥에 마구 갈았습니다. 분이 풀릴 때까지요. 그래도 분은 풀리지 않습니다.

신랑과 싸우는 이유는 결혼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똑같습니다.

무뚝뚝한 신랑과 늘 눈빛을 나누며 살기를 바라는 저.

며칠 전부터 찬바람 쌩쌩 날리며 서로 등지고 잤었는데, 오늘 얘기를 해보려고 하니..아니나 다를까 1분도 고상하게(?) 얘기하지 못하고 싸우고 말았습니다.

신랑은 늘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며 저를 나무랍니다.
"너가 대체 날 위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동생들 앞에서 쪽팔리게 날 내리깎지를 않나 아침에 밥을 제때 줘본적이 있나, 퇴근해서 오면 당연히 밥을 안 먹고 오지 꼭 전화해야지 아냐, 그렇다고 우유를 사 놓기를 하냐, 청소를 제때 하냐!! 취미생활이라도 같이 해볼려고 헬스 같이 다니면 한달이나 제대로 하냐? 겨울에 스키를 타냐!"

....맞는 말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저도 하루종일 일하는 사람이고 요리가 세상에서 제일 하기 싫다는 거 결혼 전부터 얘기를 했습니다. 그래도 전기밥통에 밥도 할 줄 몰랐던 제가 갖가지 국을 끓일 줄 알게 되었다는 건 그만큼 노력을 했다는 증거 아닌가요? 게다가 신랑은 늘 12시가 넘어서 퇴근해서 밥을 미리해놓으면 안 먹을 때가 많습니다. 맥주를 마시곤 하는데 안주를 만들어 주곤 하지요. 제 딴에는 무지 신경쓰입니다. 게다가 전 학생 때 체육시간이 제일 싫었던 사람입니다..
....신랑도 다 알지요.....그렇지만 전 신랑이 성질을 내며 내 탓을 마구 하면 전 할말이 없어 가만히 입 꾹 다물고 있게 됩니다.

가만히 있다가 "난 당신이 집에 들어오면 나랑 눈 마주치기는 커녕 오로지 티비에다만 눈을 박고 있는 모습이 보기 싫어 죽겠어!!"그랬더니 "티비 안 보면 너만 쳐다보면서 너만 안고 있냐? 우리가 시인이야, 소설가야. 어떻게 서로 끌어안고 사랑만 해! 내가 왜 티비만 보는 줄 알어? 사는 재미가 없어서 그런다! 집에 들어오면 너가 그렇게 도끼눈만 뜨고 있는데 무슨 재미가 있겠어!!"그럽니다.

정말 미치고 팔짝 뛰겠습니다.
한달에 끽해야 3~5번 부부관계 갖는 것도 힘들어 하면서 무슨 사랑 타령을 하는지...저 27살 팔팔한 여자인데 사실 그것도 무지 불만입니다.

그런데 신랑이 그렇게 말할 때 나도 똑같이 "당신도 그러잖아!"라고 말을 하면 또 똑같은 말들이 반복되고 한 점이 되는 순간은 없이 계속 평행선만 달릴 것이 뻔하니까 전 천장만 쳐다본채 한숨만 푹푹 내쉽니다...그러면 신랑은 여전히 티비에 눈 박고 이리뎅굴, 저리뎅굴 합니다....

그래서 욕실에 들어가서...분풀이를 했습니다. 거울에 비친 저는 그야말로 눈꼬리가 하늘까지 올라간 포악녀 그 자체였어요.
하지만 지난 번처럼 들어엎고 부시고 내던지는 짓은 하지 않았습니다. 참았어요. 참자..참자..참자...대신 막 욕을 했어요. 입에 담지 못할 욕을 마구 시부렁 거렸어요. 신랑을 죽여버리겠다는 말까지...

욕실에서 나왔더니 신랑은 여전히 티비에 눈 박고 머리 한 번 움직이지 않습니다. 티비를...선풍기로 찍어서 부셔버리고 싶어요.

...저 사람이랑 살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랑 살아도 매 한가지일거란 생각이 듭니다. 이혼하자는 말이 입가에 맴맴 돌지만, 아들과 며느리를 금지옥엽하시는 시부모님과 그런 말 꺼내면 싫은 소리부터 하는 친정엄니가 생각나서 섣불리 말하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혼하자는 말이 꺼내기가 무섭게,
"그럴 줄 알았어. 니가 얘기한거니까 니 말대로 한다."라고 내게 덤탱이를 씌울 신랑이 꼴보기 싫어서 꾹꾹 참고 있습니다.

저 남자도, 저도 평소엔 멀쩡하고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인정받는 능력있는 선남선녀인데....우리 둘만 있으면 왜 이렇게 찬바람이 불까요.

저 정말 미쳐버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