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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저도 당당하게 살께요. 답변 감사드립니다.


BY 못난 며느리 2002-08-05

여러 선배님들.
잘난 아들과 사는 이유때문에 글올린 사람입니다
먼저 저에게 주신 말씀 충고 정말 고맙습니다.
용기 많이 얻었고요
과연 제가 이게 옳고 잘 하는일인가 반성도 해봤지만
이렇게 격려해주시니 왜 진작 여기다 올려놓고 상의라도
한번 해보지 않았나 후회스럽습니다.

저는 아직 친정집에 있습니다.
남편이 매일 퇴근후 가자고 데리러 오지만
일단 제가 들어가면 두번 다시 이런일 되풀이하고싶지 않기에
저도 결심 단단히 하고 있습니다.
첫재 제 사정을 다 들은 친정에서 너무나 속상해하십니다.

선배님들.
시어머님이 당신의 아들이 잘 낫다고 매번 강조하고
시누이들이 오빠같은 남자 없다고 노래부르는바람에
제가 많이 쇠뇌가 되었는가봅니다.
항상 네..맞습니다. 좋은아들 저와 결혼하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맘으로 살았거든요.
저의 컴플렉스를 아시니까 결혼 허락해준거
고맙게 생각하고 살아란 투의 말에
항상 기죽어 지냈고요.
제가 남편보다 돈을 더 잘 벌어도 괜히 그걸로 생색낸다할까봐
남편 자존심 안다치게 신경쓸려했고
돈번다 유세한다 소리 시댁에서 안들을려고
항상 나를 죽이고 살았어요.

밑에 어느분이 말씀하셨듯이
외무고시 패스해도 월급 생각만치 많지를 않습니다.
그런데도 시댁에선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는지 말도 못합니다.
떼돈 받는줄 아십니다.
월급쟁인데 많은덜 얼마나 많겟습니까?
제 명함은 감히 내밀지도 못합니다.
꼴란 지방대학의 치대나온거 아무나 할수 있다 생각하니...
그런 분위기속에서 제가 편하게 살려면
일단은 돈 들어가는거 아무소리 않고 드려야 했어요
시누이 2명등록금. 제사 명절 생신 모든 경조사. 생활비.
말도 못합니다.
그런데도 받는 사람은 그걸 받으면서도 굉장히 고깝게 생각하드만요.
귀 어두운년이 번건 당연하게 받아써도 하나도
안미안하단 의식이 깔려 있었어요.

한가지 위안은
남편이 참 괜찮은 사람이란거였어요
언제나 저를 위로해주고 다독여 준거.
제가 버는돈 일절 간섭안했고요 언제나 장하다고
어깨 두드려준 사람였지요.
남편 생각만 하면 지금도 속이 아립니다.

제 세계가 너무 좁았다는거 인정합니다.
맨날 나가면 마스크끼고 남의 잇빨만 들다보고
간호사들과 몇마디 말하는게 고작이고
만나는 사람도 빤하고 남자의사같으면 퇴근후
친구들이랑 한잔 술이나 대화라도 하련만
저는 퇴근하면 종종걸음 쳐서 집으로 와야하고...
남들은 여자가 치과의사라면 좀 잘났다고 하지만(죄송합니다)
저는 전혀 꿈에도 그런생각 못가져봤습니다.

아니
처녀시절엔 자부심이 대단했는데 결혼하고 부터
자찻질못하면 시댁식구한테 잘난척한다 소릴 들을까봐 숨죽여 살았지요.
가는귀가 먹은거 어느분이 말씀하셨듯이
눈에 보이는것이 아니라서 더욱 신경 쓰였습니다.
시댁식구들끼리 쏘근쏘근 말하는거 저는 못알아 들으니
그냥 웃는척 해야하고...그 슬픔 말 못합니다.
그것 하나로 저의 모든걸 무시해도 참아야 했고요.
그러니까 친정에선 더 가슴을 칩니다
오빠는 저에게 어찌 그리도 바보같이 살았냐고
왜 진작 그런얘길 안했냐고 야단치십니다.

참 매달 생활비 보내는거 제가 안부쳤다고 했지요?
매번 말일이면 그날이 일요일이면 토요일날 시어머니 통장으로
보내드렸지요.
그돈으로 세금내고 생활하셨는데 매번 돈없단 소리셨고
아들 키워 죽쑤어 개줬다는 식였어요.
그런데 벌써 말일이 며칠이나 지났는데
3년동안 날짜한번 안어기고 보내다 이번에 안보냈으니
많이 아쉽겠지요?
첨에는 내가 참 야비하다 생각했는데
선배님들 말씀을 듣고 그렇게 생각 안하기로 했습니다.
당신이 말씀하시는 그 잘난 아들이 받는 월급으로
그 정도의 생활비를 보낼수 있는지 보라고요
남편월금으로는 아파트 대출금내고 차 할부금내고
자신의 용돈 제하고나면 얼마 안남았거든요

어제까진 제가 건방스럽게 시어미에게 대들고 친정간거
당신이 다 이해해준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는데
제가 계속 알았다고만 하고 안가니까 속이 타셨는지
시누이를 시켜서 다 당신이 잘못했으니 집으로 오라고만 말씀하시네요.
시누이도 '언니. 미안해. 내가 철이 없어서 그랬어'
그렇게 말합니다.
그런 소리 첨 들으니까 눈물이 납니다.
진작 좀 그렇게 해주지..싶고요
자칫 맘이 약해질려고 했지만
저가 그랬어요.
다시 들어가서 사는거 고려해보겠다고요
저도 제가 어떻게 이렇게 대담한소릴 하는지 놀랬습니다.
제 잠재의식속에 이렇게 못땐 성질이 깔려있는줄 몰랐어요

근데
진짜로 인제 다시 시작한다면 좀 먼곳으로 이사하고 싶어요.
매일 아침 출근하면 혹여 시엄니나 시누이들 낮에 왔다갈까
두려워서 그 바쁜 출근시간에도 책 안잡필려고 허둥 지둥
집을 치워놓고 출근하는 심정 이해하실런지요?
언젠가 목욕탕에 팬티 갈아입고 물에 담그어 놓았는데
낮에 와보시고 그걸가지고 게을러 터졌다고
1년내내 노래 부르듯 하셨는데...
그러실려면 낮에 왜 제가 없을때 제 집에 오시는지..
그렇게 못마땅한 며느리집에 왜 오시는지...
안보시면 될껄 살림 헤프게 산다고 노여워하시고....
(제가 한번식 파출부 부른다고 젊은게 시건방지다고...)
가는귀가 먹어서...운운 하시면서 그 가는귀 먹은 며느리가
번돈은 왜 꼬박꼬박 받아가시는지....
왜 시누이는 저한테 용돈 받아가면서도 아니꼬와 하는지...

방금 남편에게 전화가 왔네요
말일날 집에 생활비 안붙여드렸냐고.
그랬다고 하니 사람이 그러면 못쓴다고...일단
어른이니 붙여드리는게 예의 아니냐고
어머님이 지금 생활이 무지 곤란하시다고 붙여드리라고 하네요.
그래서 며느리 못마땅하다고 할땐 언제고
왜 못마땅한 며느리가 돈을 보내야 하냐고
울먹였드니 알았다고 끊습니다.

여러 선배님 말씀처럼
저 이번에는 단호하게 해서
다신 부당한 서러움 안받을려고 합니다.
잘해주면 너무나 당연시 하는 사람들에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 진리를 알게 해주고 싶습니다.
내가 왜 그렇게나 저자세로 살아왔는지
무슨 죄를 졌기에 저들에게 그렇게 부당하게 당하면서
살아왔는지 너무나 억울합니다
이제 저도 눈이 떠졌어요.
저도 선배님들 말씀처럼 시댁식구들에게
당당하게 잘난척 좀 하고 살랍니다.
저 그래도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