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가 아팠다고 한다. 입원 3일. 그런데 우리에게 연락을 안 했다.
괴씸해서 안 했단다. 뭐 그럴 수도 있다.
그랬으면 끝까지 말 하지 말지...뭐하러 며칠도 안 지나서 전화를 해서 야단을 하냔 말이다.
더 이상한 건. 말 많고 탈 많고 세상에 둘째 가라면 서러울 극성 시누 셋이 우리에게 일언반구 귀뜸도 안 해줬다는 거다.
내참. 우짜란 말여????
오래동안 전화 한 번 안 했다고 하는데...더 기가 막힌다.
남편 휴대폰 통화내역 한 번 떼 보라지. 진짜 전화 안 했나.
님들...사실 제사 다녀온지가 한 달도 안 지났어요.
그 동안 남편이 전화 한 두번 했거든요. 시모가 식당을 하는데 말이져. 가면 앉을 자리도 없고 시모가 차려주는 밥이나 먹고 와야거든요. 그게 얼마나 불편한지 아시져?
설거지 돕는다해도 그게 또 식당일인지라 ...별로 잘 하지도 못합니다. 게다가 저는 저대로 집에서 일 하는게 있고요. 애가 아파서 정기적으로 병원도 다니고...그래서 자주 못 가봅니다.
거리상으로도 꽤 멀리 떨어져 살져.
그랬는데 뭐가 그렇게 괴씸하고 섭섭하단 건지....정말 이해가 안되네요.
왜 남편이 시모에게 전화하냐고요?
울 시모는 제가 전화하면 아들이 전화하는게 더 좋다..이러거든요.
이런 소리 들으면 전화할 맘 없어지죠.
그래서 남편이 합니다.
더 우끼는건.....시모의 맘 가짐이에요.
시누가 셋인데 다 결혼을 했져. 저 결혼할 당시만 해도 둘이 미혼이었거든요. 그 시누 둘이랑 시모 나 남편 아기까지 한 집에 사는데, 우리 애 백일날에 시누 아무도 없었고요. 뭐...일이 바빴답니다.
한 밤중까지 일하는 직장도 있는지..모르겠지만.
돌때도 시누들 아무도 없었져.
그래놓고 자기들 결혼해 애 낳고 돌 되니까 돌잔치 오라고 바리바리 전화합니다.
마침 그날 동생 결혼할 남자 데리고 온다고 해서 친정 가야했거든요. 그래서 못 간다..시누에게 그랬는데...그걸 지 엄마한테 뭐라고 말했는지 시모 씩씩거리며 전화해서는 또 한바탕 난리가 났었져.
딱 잘라서 이래 말하더군요.
"그러니까 니는 느그집 간다 이말이가?"
내 참...아직도 나는 시집식구들과 가족이 아니고 심부름꾼이나 식모정도 되나봅니다.
우리가 분가할 때 숟가락 하나 안 보태주더니...그래서 내가 사간 냉장고는 들고 가야겠다고 하니까...그걸 자기가 쓰겠다더군요.
그럼서 하나 사준다고 해 놓고선 두달도 넘게 버티더이다. 그 동안 우리는 친정 엄마에게서 작은 냉장고 가져다 썼지요.
그럼서 그런 과거는 자기 편할 대로 다 잊고 가게 개업할 때 돈을 안 내놨다고 온 동네방네..친지들에게 소문내고 흉보고 다녀서 결국 그 얘기를 남의 입을 통해 전해들었답니다.
이걸로 끝났음 또 말도 안 하지요.
우리애가 이번 봄에 수술을 하고 두번이나 입원을 했거든요.
경기도에 시누 둘이 삽니다. 그랬는데 젤 맏이라는 시누는, 보증 거절한 걸로 맘이 상했는지 얼굴도 안 비치고 막내 시누는 빈손으로 나타나서는 "오빠가 전화해서 엄마에게 혼나고 그래서 왔다. 바쁘면 못 올 수도 있지 그런걸로 전화하고 그러냐" 그래서 병원에서 참 민망했었져.
병원에 빈손으로 달랑거리며 온 것만 해도 속이 상하는데...와서 하는 짓이라니....내내 퉁퉁 부은 얼굴로 있다 갔져.
둘째 시누는 전화 한 통으로 끝이더이다. 하긴 우리 애 지금 여섯살 되도록 시누들에게 생일선물, 명절선물, 어린이날 선물 등등 한 번도 받아 본 적 없어요. 2년을 같이 살았는데도..말입니다. 하긴 돌도 백일도 모른척 했는데...뭐 바라지도 않아요.
그래놓고는 지 아프니까...시누 친구라는 사람이 문자 보내서는 많이 아프니까 전화해 봐라...이러고. 병원에 있을 때 휴대폰으로 전화 해 놓고는 제 전화번호 모른다고 딱 잡아뗍니다. 나 참....
그래도 과거니까 다 잊을 수 있습니다.
지나간 일 꺼내면 마음만 상하니까.
그렇지만 자식 아프고...그것도 심장을 수술했는데 그 피맺히고 눈물나는 아픔에 모른척 했다는 건 정말 잊을 수가 없네요.
그래서 나도 더 시가에 무덤덤해지고 무관심해 집니다.
입원 한 내내,...수술실에 애 들여보내 놓고 엉엉 울고 있을 때 나를 위로해 주고 내 눈물 닦아준 사람들은 시집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친정엄마와 동생들 친구들.....
시가 피붙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고아처럼 입원 내내 보내고 투병하고...그랬어요. 그랬는데 내가 시가에 좋은 감정 가질 수 있겠습니까.
자신들의 아픔이나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말 싫습니다.
이제 겨우 애가 정상적으로 생활하기 시작했는데...이번에 시누와 쌍으로 둘째 얘길 합니다.
심장수술이라는게 살만 찢는 수술인가요? 가슴 뼈를 갈라내고 그 속에 든 심장을 수술하는 겁니다. 겉으로 살갗이 아물었어도 뼈가 다 아물려면 최소 6개월이라고 했습니다.
아이가 딸이고 남편이 외아들이니 그런 소릴 하는거겠지요.
못 낳는다고 딱 잘라 말했지요.
아마도 남의 집 대를 끊을 몹쓸 ㄴ 이라고 하겠지요.
그렇지만 다 참을 수 있습니다.
우리 셋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만 있다면요.
시모가 아프다는 것에 기분 좋을 며느리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나는 그런 작은 병에 마음이 쓰이지 않습니다. 내 아이 수술실에 들어갔을 때, 수술 마치고 나왔을 때도 모른척 하던 그들 아니었습니까.
괴씸하다는 건, 혼자 살도록 놔두고 우리끼리 산다는 것에 대해서겠지요. 그렇지만 빈손으로 나와서 이 만큼 살 동안 흘린 눈물, 그리고 아이가 아파서 흘린 눈물, 그걸 다 잊을 때까지는 절대로 같이 안 살겁니다.
이런 시모...정말 감당하기 어렵네요. 아니....안 보고 살았음 좋겠어요. 시누들도...정말 싫어요.
내가 그렇게 확 찍힐 만큼 나쁜 며느리인가요? 정말 정말 속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