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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그리고 폭풍전야..


BY 열혈며느리 2002-08-06

남편의 4박5일 휴가가 낼이면 끝이다.
첫날 단하루 친정식구들과 계곡으로 물놀이 다녀오고는
내내 방콕이다.
오늘 아침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니 남편이 한마디한다.
"어머니집에 가야하는데 유치원보내나?"(시댁과 두시간거리)
난 시침 뚝떼고 보내야한다고만 했다. (지난주는 방학이었다)
실은 시모님뵙는게 껄끄럽기도하고..쩝..

내남편, 내가 너무도 좋아하고 사랑했던 내남자.
착하고 나름대로 자상하고 존경할수있는 성격의 소유자
(나에 비해..)
근데 딱하나, 가끔씩 각종오락하느라 외박을 한다.
여자문제는 절대아니라고하니 그냥 믿어준다. 그럴듯하다(증거확보)

이사람 첨에 외박할때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시간흘러, 내힘으로 고칠수있으리라 충분히 자만도 했고.
지금? 천성이려니한다. 나도 천성있는것처럼 천성이려니..한다.

문제는 울시모.
아들들을 미친듯 좋아한다.(실제 정신병력있다-작년에야 알았다)
아들들이 낳은 손주들도 거의 그수준으로 좋아한다.
단 며느리들은 그냥 아들옆에 서있는 여자일뿐이다.
자신은 며느리들을 딸처럼 생각한다는데
만약 울엄마가 시모처럼했다면 나!인연끊었다.

내남편이 외박한다는걸 알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보인 시모의 반응
1) 절~대 암~소리 잔소리하지마라.
2) 들어오면 맛있는거해줘라(하루날셌으니 원기보충해줘야하니까)
3) 외박도 먹고살려고하는일이니 고맙게 여겨라
4) 너때문에 외박하는건 아닌가 반성하고 또 각성해라.
5) 혹여 두집살림을 해도 내남편이 잘나서려니 하고 감사히 여겨라
등등....

외박하고 들어오는 남편에게 웃는얼굴 보이지 않는다고
전화로 이년저년 소리를 몇번하시고
늘상 예스우먼 이었던 난 어느새 시모의 스트레스용
타켓이었다.
내남편이 잘못을해도 내가 욕먹고 시동생문제도 나에게 화를 냈다.
남편앞에서는 내손잡고 너무너무 잘해주고
아들만 안보이면 지나간일까지 꺼내며 날 괴롭혔다.
심지어 친정식구앞에서도 야단쳤다.울식구들 몰래 눈물 훔치고..
시모와의 이야기, 정말 소설 서너권분량이다.

처음에는 나도 그냥 네네~만 하고 살았다.
남편도 여느남자들처럼 지독한 효자였고
남편을 너무도 좋아했던 나는 시모흉을 보면 남편이 날 싫어할까봐
한마디도 못하고 살았다.
다행히 좋은 형님들이 남편에게 자꾸 상황을 인식시켰고
지금은 남편도 어머니의 행태에 대해 심각하게 여기게 되었다.

세월흐르고 두아이가 생긴 지금..
남편의 외박은 변함없이 계속되고..대신 내가 변했다.
남편도 밉고 더구나 그런 아들을 낳고 그렇게 교육을 시키고
지금껏 아들의 잘못을 나에게 덮어씌운 시어머니는 더더욱
용서가 안되는 존재가 되었다.

며칠전 또 외박을 했다.
마침 그뒷날 시모님이 전화를 했다.
웃긴다. 전화이유가, 큰며느리생일이란다.
내가 이제는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상황에
더구나 지난 몇년간의 내생일, 시자붙은 사람들
그누구도 아는체도않던 쓰린 기억을 갖고 있는 나에게
큰며느리생일이라고 전화를 했다. 절대 반갑지 않았다.

내목소리 시큰둥,알아채곤 왜그러냔다.
또 남편이 외박했다고 했더니 또 날보고 참으란다.
참고 참고 또 참으란다. 절대 암소리 하지 말란다
그러고는 맛있는거 해먹이란다.
남편이 살빠지면 마누라가 욕먹는단다. 네챙피인줄 알아야한단다.

그순간 내 본성격이 나와버렸다.
지난 8년간 시어머님이라는 이유로 말대답한번 못하고 살았는데
이젠 더이상 참을수가없었다.
차근차근 따져물었다.
"참다참다 내가 못참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러다 못참으면 이혼하게 됩니다.
어머니도 입장바꿔서 사위가 그러고 다닌다고 생각하면
딸에게 마냥 참으라고만 하겠습니까"(시모 다행히 딸없음)
그러다가 예전에 날더라 이년저년해서 서운했다는말까지 하게되었고
시모는 날더러 아직도 그일을 기억하느냐며
그러니 내아들이 어떻게 견디고 살았겠냐며
내아들 병이라도나면 내가 널 가만둘줄아냐고 고함고함 치셨다.
나도 "그럼 저는요, 저는 이미.."벌써 끊어버렸다.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어머니와의 통화이야기를 했다.
남편은 이미 어머니와 통화했다며
내가 전화를 한것이 아니고 어머니가 전화한것임을 강조했다.
(전화안한다고 무지도 미웠나보다)
어머니가 펑펑우시면서 제발 외박좀 하지말라고 했다고만한다.

며칠뒤 남편에게 시모님께 가자고 했다.
까짓것 어차피 터진일 끝까지 가보라지뭐,하는 심정이었다.
그러면서도 할일은 해야한다는 생각이었고..
지금 내마음은 너무도 평온하다.
마치 아무일 없었던냥..남편과도 아무일없이 지낸다.
근데 남편이 이상하다.
마치 숙제못마친 우등생처럼..
어머니 뵙고는싶은데 열혈고부때문에 겁이 난게지.

이사람아, 자네가 외박안했으면 어머니와 나사이 이러지도 않어.
내성격알잖아, 아마 내 간까지 빼줬을걸,
다 인과 응보야.
언젠가 그랬지. 왜 어머니를 친엄마로 생각 못하냐고.
다 자네가 망친세월이야. 이젠 돌이킬수도 없어..
이제 내마음은 돌이되어버렸어...돌..나도 슬프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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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모님때문에 온갖병이 다 걸렸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시모님때문에 내인생을 허비하고 싶지는 않아서
주절주절 속이야기를 써봤습니다.
몇번이나 썼다가 지우고 썼다가 지우고...

한사람을 이렇게도 미워하게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는데
남편의 잘못은 그래도 살맞대고 사는지라 며칠이면 잊혀지는데
시모님과의 일은 세월이 흐를수록 새록새록 새롭기만 하네요.
내가 가장 사랑하는사람때문에 그사람이 가장 사랑하는사람을
상처주는 입장이 되어버렸네요.
오늘,,까지만 고민하렵니다.
8년세월, 내머리속, 내가슴속에 미움만 잔뜩 안겨준 그분에게서
이제는 벗어나고 싶습니다. 그리고 당당하렵니다.
가능, 물론 하겠지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