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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떠보는 거야, 뭐야?


BY 상실감 2002-08-10

며칠후면 시아버지 생신이다.
남편이랑 이혼이 눈앞에 까지 와 있는데, 아니 지금 현재는 이혼한 사이만도 못하게 그렇게 서로 모른척하며 살고 있지만..
그래서 시아버지 생신이 아니라 그 뭐라 해도 다 싫고 될대로 되라는 심정이지만, 그래도 며칠전 전화를 드렸다.
생신 어떻게 하실거냐고.

시어머니 직장 다니시면서 힘들고 바쁘신거 뻔히 알고, 그렇지만 좁아터진 우리집에서 음식 장만에 손님 접대는 불가능한거고.
또 얼마전 시할머니 생신에 조금 너무한다 싶게 중국집에서 한끼 시켜 먹고 끝낸걸 봤기에 혹시 이번에도 나가서 사드실지, 아님 집에서 차리실지 여쭤본거다.

글쎄다, 하시면서 힘들고 다 귀찮다고 생일 안차렸음 싶다고 하셨다.
그래도 어찌 그러냐고 친척분들도 오실텐데요, 했더니 마음같아선 오지 말라고 하고 싶다고.
전날 갈테니 장볼거 있으면 말씀하시라고 하고 끊었었다.

오늘 밤에 전화가 왔다.
대뜸 "내일 오냐?" 그러신다.
당연히 갈 생각이지만 그냥 무심결에 "네, 내일 갈까요?" 라고 말했더니 깜짝 놀랄만큼 소리를 지르는게 아닌가.
"그럼 내일 안오려고 했냐???" 이렇게.

그러더니 또 "그래, 와서는 자고 갈거냐? 아님 집에 갔다가 다음날 올거냐?" 하시길래,
열받은 김에 집에 와서 자겠노라고 했다.
또 소리 지른다. "왜 집에 가서 자냐? 당연히 자고 가야지!!"
사람 떠보는것도 아니고, 첨부터 와서 자고 가라고 하던가.

시댁에 방도 모자라 내가 애와 둘이 작은방에서 자고 신랑은 시부모및 시누이와 자던가, (기가 막히더라, 지난 추석인가. 작은집 식구들까지 와서 더욱이 잘곳이 없는데 꼭 자고 가자고 하길래 그렇게 했는데. 내참, 방이 좁다고 나랑 아기랑 작은방에서 자라고 하고는 자기네 식구들끼리 마루에 이불을 펴는데, 시누이랑 남편이랑 한 요를 펴주고 자라고 하더라. 내참.. 나보기 부끄럽지도 않나. 나중에 내가 눈치 줘서야 따로 요 펴고 잤더군.)
아니면 시부모님이 마루에서 주무셔야 하는데.
"마땅한 방도 없구요" 했더니 왜 방이 없냐며 길길이..
내참, 우리집 차로 20분 좀 넘는 거리다.

하여튼, 네네네. 가서 자겠습니다 하고 마무리 하려 했더니
"어유참, 어떻게 해야 하나.. $%^$^%#%^^" 하신다.
왜 그러시냐니까, 당연히 니들이 와서 자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안 그래서 뭐 어떻다나.
가서 자겠다는데 왜 그러는거야 정말..

전화가 길어지니 애가 옆에서 책 읽어달라고 울기 시작했다.
우리 시어머니 말도 참 곱게 한다.
"애한테 어떻게 한거냐?"
내가 전화받기 싫어서 애 꼬집기라도 한줄 아나보다.

전화를 끊고 내 처지가 한심해서 조금 울고 나서 생각해보니
그래도 오늘 작은 반항을 한것 같다는 생각에 아주 조금은 마음이
후련해졌다. 비록 실패한 작은 반항.
나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