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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내친구


BY 친구 2002-08-15

저 아래 쓰신 어떤님 글읽다가 마음속으로만 아파하고 도와주지 못하는 제친구 얘기를 쓸까하고 몇자 적습니다.
고등학교때 친구인데, 늘 가정형편이 어려워 도시락도 못싸오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말수도 없고, 나서기도 꺼려해서 친구도 없었구요.
전 그냥 아무의미없이 함께 도시락을 나누어먹던것이 계기가 되어 좀 친하게 지내게 되었는데요.
졸업후 서로 진로가 틀려 한동안 연락을 못하다가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하게되어 어떻게 어떻게 다시 연락이 되어 지금은 정말 그친구와 속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사이가 되었죠.
그런데 얼마전 그친구가 이혼을 했어요.
그것도 그친구는 남편과 열심히 살려고 했지만, 시어머님때문에...
그친구가 고등학교졸업후 술집을 다녔나봐요.
너무 형편도 어려웠지만, 친정엄마가 어떤사정으로 도망자신세였거든요. 친정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고...
그래서 집도 없고, 경제능력도 없어서 잠깐 술집생활을 했나봐요.
어찌되었건 그건 그친구가 잘못 한일이지만...
결혼후 정말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어요.
남편이 무능력하고, 시댁에서도 결혼후 집한칸 마련해 주질않아 시댁에 들어가서 살았는데요.
그래도 그친구는 술집생활하면서 아끼고 모은 돈으로 혼수무지 잘해 갔어요.
결혼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시어머님이 그친구가 술집생활을 했다는걸 알게 되었되요.
남편을 술집에서 만났는데, 남편친구가 시어머님께 알렸나봐요.
어쨌거나 그이후로 그친구의 마음고생은 시작되었지요.
임신해서 출산을 열흘앞두고, 몇년간 쓰지도 않던 광청소를 시키는가 하면 한참 이것저것 먹고 싶은것도 많고, 먹고 돌아서면 배고픈 임신중반쯤 모두가 자고 있었던 모양이예요.
너무 배가 고파서 살짝 냉장고 문을 열어 반찬몇가지 꺼내밥을 먹었나봐요. 설겆이도 깨끗이 해놓고, 자고 일어났더니 시어머니 난리가 난거예요.
누가 어제 냉장고에서 반찬꺼내먹었냐고...
그래서 너무배가 고파서 먹었다고 했더니, 니가 그럼 그렇지 술집생활도 모질라 이젠 도둑질까지 하냐고 하데요.
그뿐이 아닙니다. 남편이 무슨 사업을 했는데, 결혼전에도 그리 잘되는건 아니었지만 결혼후 얼마지나질 않아 IMF가 시작되어서 결국 망했나봐요.
그랬더니 니가 들어와서 우리아들이 그렇게 됐다는둥..
니네 친정엄마는 낯도 두껍지, 그런 널 시집보냈으면, 사위가 저러고있는데, 돈을 얼마라도 주셔야지. 하면서 친정가 몸풀고 돈가져 오라고... 그렇지 않으면 들어올 생각하지 말라고...
그래서 그친구는 출산후 병원에 있으면서 집을 알아보았나봐요.(친정엄마의 거처가 분명하지 못하고, 딸 몸조리 시켜줄 처지가 못되어서)
보증금없이 달세만 내는 방한칸자리집을...
아기낳고 3일되서 그집에 제가 데리고 들어가는데,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아기용품하나없고 가구며 가전제품도 하나없고 벽면은 한쪽이 곰팡이가 피고 외풍도 심해서 창문도 덜컹거리고..
그후 친정엄마가 몇번 왔다 간 모양이지만, 거의 그친구가 세탁기 없이 빨래부터 아기 목욕, 밥하고 분유타고 젖병닦고, 정말이지 말이 아니었습니다.
남편도 그런 그 친구가 불쌍했는지, 시댁에서 나와 함께 살았어요.
그렇지만 그남편은 사업이 망한 빚이 너무 많아서 그것 갚기도 어렵고, 사업만 한 사람이라 누구밑에서 일하려 하지도 않고 그래서 한달도 안된 아기 동네아줌마한테 맡기도 일하기 시작했어요.
식당일부터 시작해서 안해본일없이 힘들게 살고 있었는데, 얼마전 시어머니 대듬찾아와서는 남편선봐야 한다며 이혼하라는 거예요.
여자이미 만들어놓았다고...
그남편도 웃기는게 며칠그렇게 버티다 들어가더군요.
4살된 그예쁜딸 뺏기고...
간혹 시댁에 전화해서 딸목소리라도 듣게 해달라고 하면, 너닮아 술집나갈까봐 죽었다했답니다.
지금도 혼자서 아이생각하며, 많이 운데요.
내가 지금까지 버틴건 그 아이때문인데, 하며...
제친구 불쌍해서 어떻해요. 정말 그 시어머님이 잘못한건지 결혼전술집생활 잠깐한게 잘못한건지...
잘못했다고 아이까지 못보게 하는게 맞는건지 묻고 싶네요.
정말 여자가 잠깐 술집나가면 평생 엄마노릇, 아내노릇할수 없는 그런 인생살아야 하는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