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글에 여러 님들이 의견을 달아주셨군요.
동병상련이신 분들이 계시는 걸 보면서 힘도 나지만, 한편으로는 서글퍼요. 시어머니가 조금만 더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날 아껴준다면 시어머니가 싫다는 소리도 안할텐데요. 내 부모라고 생각하고 잘 모셔야겠다는 생각도 할 수 있을 텐데요.
저희 시어머니 당신 딸은 애기 둘을 키워주셨어요. 결혼초 제게 그러시더라구요, '니 애긴 못 키워준다' 입은 웃으면서 눈은 쏘아보면서.
저는 입때껏 김치 한번 제대로 못얻어 먹어 봤어요. 가끔 제사 때 가면 주시긴 했지만 생색 날 정도로만 주시더군요. '너희 어머니가 어련히 잘 알아서 해주시겠니'하면서. 저희는 꼬박꼬박 월말마다 용돈 드리고 제사때면 제사 비용 챙겨 드리고 그럽니다.
제가 직장 다닐 때였어요. 제가 조금 늦게 일어났어요. 처음으로 시어머니 밥상을 받아봤는데 불편하더군요. 인사하고 현관문을 나서는데 주방쪽에서 행주를 설겆이 통에 던지는 소리가 나면서 '에이'하는 신경질적인 소리가 나더군요. 무서웠어요.
남들은 시어머니가 저한테 엄청 잘해주는 줄 알아요. 남들 앞에서 사교적이고 말도 잘하고 그러세요.
동서 들어와서 둘이서 제사를 지낼 때가 있었어요. 시어머니는 없었죠. (우리 시어머니 꿈이예요. 집안 대소사 저에게 빨리 모두 맡기는 거. 저한테. 제사 때마다 그러죠. 이제 나이 들어 일하기 싫어진다. 제사 음식 만들기 너무 힘들다. 음식 사서 하기도 한다는데.....) 동서 들어와서 첫 제사였어요. 제사 끝나고 동서, 설겆이도 안하고 그냥 가네요. 황당했죠. 시어머니께 돌려서 말씀 드렸어요. 시어머니 대꾸도 없고 못들은 척 하네요. 다른 화제로 말을 돌려요.
그후 다른 문제로(일일이 말씀드리기 그렇군요) 동서와 부딪칠 때였어요. 결혼하고 처음으로 들고 일어났어요. 시어머니 그러더군요. 짜증 섞인 목소리로 '그냥 좀 넘어가면 안되겠니?' 저만 속좁고 깐깐한 사람이 됐어요. 잘못은 누가 했는데.....
동서 직장 생활은 엄청 이해해주시네요. '걔가 어디 쉽게 직장 생활 포기할 애니?'하면서. 솔직히 제눈에는 욕심 많고 허영심 많지만 그리 능력 있어 보이지는 않아요, 동서가. 시동생이 시부모한테 착착 붙으면서 공작을 잘 펴고 있는 것 같아요. 시누이도 동서가 시동생 덕 본다고 인정 하더군요.
제 경우는 직장 생활 별로 환영 받지 못하죠. 어떻게 해서든 절 깎아 내리고 싶어하니까. 지금도 제가 직장 그만 두기를 은근히 바라세요. 육아 문제 때문에. 아이는 어쩔 수 없이 보모를 두고 있지만, 그것도 마음에 안드시나봐요.
시어니가 제게 하신 소리 중에서 가장 가슴 아픈 건 '너처럼 똑똑한 애가, 너처럼 똑똑한 애가 운운...'하는 거예요. 전 잘난한 척 한 적 없어요, 정말. 동서는 시아버지 앞이건 고모부 앞이건 어디서 줏어 듣은 얘기를 하면서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정세 돌아가는 사정을 잘 아는 것처럼 말할 때가 있어요. 그런 동서에게는 아무 말도 안하시더군요.
그러면서도 시어머니는 어떻게 해서든지 저한테 얽힐려고 해요. 그 심리를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지금까지는 시어머니가 휘두르는 대로 휘둘렸던 것 같아요. 동서 들어오면서 점점 이게 아닌데 이거 아닌데 싶어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동서한테나 시어머니한테나 '니들끼리 잘 맞으니까 니들끼리 잘 뭉쳐서 잘 살아봐라' 소리까지는 못하겠어요. 큰딸 많이 돌봐주고 동서 그렇게 이뻐하니까 어느 쪽이든 그쪽으로 가시는 게 시어머니 마음도 더 편할 게 아니냐 싶은데, 둘째는 둘째라고 빠지고 싶어할 테고(동서 성격에 뻔하죠) 딸은 자기 부모 이용가치 없어졌고 또 자기 남편 눈치도 있으니 내가 맡겠다 선뜻 나서지 못하지 않을까 싶어요.
전 솔직히 시어머니가 한번도 진심으로 절 아껴준다는 느낌을 못받아봤어요.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전혀요. 단 한번이라도 그런 기억이 있다면 어쩜 이렇게까지 마음이 돌아서진 않았을 텐데요....
한 집에 살면서 매일매일 부딪칠 거 생각하면 끔찍해요. 제가 유드리가 없어서 한번 아니면 많이 아닌 게 되거든요. 얼굴에 그대로 기분이 드러나는 그런 과라서요.
남편은 네가 싫다면 어쩔 수 없다 주의지만, 마음이 약해요. 둘째네는 처음부터 뒤로 쭉쭉 물러서고 있구요. 막내 도련님 올해 안으로 결혼하면 합가 하자는 말 분명히 나올 텐데 어쩌나 싶어요. 막내 도련님 결혼을 못하게 할 수도 없구......
가슴만 답답하네요. 이대로 또 떠밀려 가야하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