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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정하고 야박한 여자


BY 피아노 2002-08-26

요즘 계속 속상한 일들이 생깁니다.

남편하고 그동안 큰 트러블 없이 살았습니다.
시댁문제도, 별 큰문제 없이 넘어갔습니다.
가끔 열받는 일이 있기도 하지만 사람과 사람사이에 그정도도 안맞는게 없을리가 없다..정도 수준이었습니다.

남편도 자상하지는 않지만 성실하고, 책임감있는 부산남자 ㅡㅡ;; 입니다.
무엇보다도 살림하는데 대해서 심하게 간섭하거나 하지 않아요.
내가 하고 싶다면 뭐든지.. 마음대로 하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 그런데 저번 토요일날, 남편 여동생과 대학생 이종사촌둘이 **에 있는 시이모님 댁으로 놀러 왔다네요.
그래서 토요일날 저녁 사주자고 갔습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배터지도록 먹이고 이모님 댁에 돌아오니, 이모님이 술상하고 장 많이 봐놨다고 자고 다음날 아침 먹고 가라고 하시더라구요.

크게 장을 봐온 어른의 성의를 봐서 당연히 수긍했습니다.
덥고, 침대가 아닌 온돌에서 온몸이 배기고, 불편해서 두시간 정도를 빼고 온잠을 설치고 일어나니 제정신이 아니더군요.

지글지글 고기 구워가며 늦은 아침밥을 먹고 이제는 집에 가서 좀 편히 쉬어야지~했더니 왠걸. 이모님이 이번에는 애들 데리고 어디 구경 좀 시키고 오라는겁니다.
에버랜드에 갔다오라는 이모님의 말씀에, 아무말도 못하고 그저 예예하고 에버랜드에 가는 남편. 평소에 휴일날 제가 뭐 하자고 하면 피곤하다고 그저 방에서 뒹굴던 그 남편이 맞던가 싶을정도로 정말로 충성 봉사를 하더군요. 그렇게 해서 집에 돌아온시간이 일요일 오후 여섯시.
둘다 온통 파김치가 돼서 늘어져가지고는 샤워만 하고 침대에 쓰러졌습니다. 이런 날벼락은 또 처음입니다.


그리하여 이틀동안 그렇게 해서 이십만원도 넘게 돈이 깨졌습니다.
돈이 아까워서 미치겠습니다.
형편이나 사정은 모르고 하라는대로 예예하던 남편이 등*같아보여 정말 미치겠습니다.
이틀동안 두번이나 다큰 애들 붙여서 내보내면서 동전 한푼 안내주던 이모님이 정말 경우 없어보여 미치겠습니다. 계속 오빠가 카드를 그어대는게 미안해보였던지 같이 간 시누이가 나중에 좀 보태주더군요.

그것땜에 잔소리를 했더니 <애들이 올라오면 일년에 몇번 올라온다고 그러느냐> <그 시간과 그돈이 그렇게 아깝냐> <난 순발력이 없어서 싫어도 변명이나 핑계 못댄다 다음번에 네가 잘 해봐라> <그런거 가지고 그렇게 뭐라고 하는 네가 솔직히 매정하고 야박해보인다> <적당한 별명없이 핑계대서 안하면 결국 뒤에서 욕은 네가 다 듣는다> 등등등... 그런말 하는 남편이 남같아 보여서.. 기분이 참 묘하더군요.

그러더니 남편이 껀껀이 계속 얼마나 속을 썩이는지 이사간다고 대출 좀 받는데, 회사에서 서류 떼다주는것도 정말 무슨 선심 쓰는듯이 하지 않나, 대출서류 작성하느라 은행 가기 귀찮다고 얼마나 버팅기고 기분 상하게 구는지(온갖 유치함이 다 동원되었습니다. 은행위치를 뽑아왔더니 어디가 어느 도로인지도 모르는 지도를 보고 어떻게 가냐고 배율을 축소한 지도를 새로 뽑아오라고 하지않나. 그래서 그거 새로 뽑아갔더니 이번에는 보지도 않고 알았다고 덮어버리지를 않나.. 어린애만도 못한 유치한 반항 정말 말로 다 못합니다.) 결국 가야하니까 가면서도 온갖 더러운 기분을 들게 하는데, 못참겠더군요.

우여곡절끝에 은행 갔더니 회사에서 뽑아준 서류가 도장이 잘못되어 또 새로 하나 뽑아오라고 해서 이야기를 했더니 또 신경질 끝에 뭔 반항심리인지 금요일까지 주면 된다는 서류를 삼만 칠천원이나 주고 당일택배로 보냈더군요.
것도 착불이라 수중에 오천원밖에 없어서 택배 아저씨랑 은행에 뛰어갔다는것 아닙니까.


이제는 마누라도 안번지 꽤 되는데 돈도 안아깝나봅니다. 그런 유치하고 속보이는 반항이나 하고 어린애도 아니고 뭐하는짓인지 모르겠습니다.

매정하고 야박하고 삼만칠천원이 아까워서 미칠것 같은 대한민국 소시민 아줌마였습니다.

ps : 솔직히 저 매정하고 야박한 면이 있습니다. 찬바람 쌩쌩 돌아 쟤랑 어떻게 일하나 하고 걱정했다고 나중에 동료직원(지금은 제 절친한 친구중 하나입니다.)이 이야기 해준적도 있었으니까요. 모르겠습니다. 목돈쓰고 몸바쳐 충성한거 너무 과하게 충성했다고 불평했다가 남편에게 욕먹어서 무척이나 기분이 우울합니다. 매정하고 야박하다고 해도 원래 성격이 그런걸 어쩌겠습니까? 삼십년이나 그렇게 살았는데 이제와서 바꾸려고 해도 될런지 모르겠고.. 솔직히 남편의 이종사촌이라고 해도 저에게는 남인지라 그렇게 퍼주는게 기분 나쁘기만 한것도 사실입니다. 더 웃긴건 제 동생에게도 그렇게 퍼줬다고해도 저는 기분 나빳을거라는거지요. 그러니까 남편 기준에 저는 매정하고 야박한게 맞습니다. 자기 핏줄에게도 매정하고 야박한 여자. 그게 바로 저라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