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남편의 인간성을 의심해 본 사건이 있었죠.
우리는 재미없는 신혼생활을 마감할 때쯤, 해외지사로 발령을 받았어요.
한국에서도 재미없고, 아니 고통스러웠다고 해야 맞겠군요. 그렇게 살았지만, 아무도 없는 해외에서는 그래도 새 삶이 있겠구나 기대도 했었지요.
비행기 타서까지 싸웠습니다.
와서 얼마 안있다 이삿집이 도착했죠.
집이 난장판이었겠죠.. 이삿짐 정리를 해야 하는데, 그날 난 정리하느라 분주한데 퇴근해 와서 한다는 말이 급히 회사일이 생겨서 나가봐야 한다는 거예요.
회사에서 일이 생겼다는데... 이해 해야죠.
집이야 잘 데도 없이 난리지만... 갔다오라고 했어요.
근데 나중에 알고보니 골프연습장에 골프연습하러 간 것이더군요.
골프연습하러 간다고 하면 내가 못가게 할게 뻔하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하고 나갔던 거예요.
어떻게 이삿짐이 들어온날, 그걸 버리고 나가서 골프 연습을 하나요.
원래 자기가 하고 싶은건 거짓말을 해서라도 해야 하는 사람.
전 거짓말 하는 사람이 싫어요.
당시에 싸우더라도 정직하게 말하고... 그래야 장기적으로도 신뢰가 가지 않나요?
우리 남편은 순간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잘해요.
눈하나 깜짝 안하고 되려 소리 지르고 화내면서 .. 정말 얼굴까지 씨뻘개질 정도로 화내서 믿게끔 하면서.. 거짓말을 하죠.
그러나 뒷처리가 깔끔하지 못해서 번번히 들키니까.... 자기 신뢰만 깎아먹고...우스운 꼴 되는거지요.
이건 그렇다치고
여기에 갈데도, 아는 사람도 없는 나에게 온 담달로 바로 손지검을 했어요.
그리고 또 두달이 지난 어느날 완전히 패더군요.
가둬놓고 소리도 못지르게 해놓고 패더군요.
맞은거...상상도 못할 일이었지만...맞은거보다도...
믿을데 없고, 갈데없는 사람에게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몹시 섬?했어요.
내가 한국에서 맞았더라면 .. 맞았다는 사실 하나만 기억할텐데...
해외에 나와서 오도가도 할 수 없는 마누라에게 .. 오도 가도 못한다는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남편이 당장 손지검을 시작했다는거..
이건 남편이라는 남자가 내게 보여준 적나라한 그의 인간성이었죠.
내가 자기 도움없이는 나갈 수 없다는거...알고 있었기에 사람을 패 놓고도 너무나 의연하게 행동했어요.
실컷 패놓고 거의 실신해 누워있는 나에게 밥을 해서 먹으라고 한다든지.
미안하다는 생각이 안 든다고 하더군요.
맞을만하니까 맞았다고..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가슴이 내려앉아요.
그리고 인간도 아닌 개하고 살고 있는거 같은 느낌이 들지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적극적으로 구하는 나의 모습에 약간 놀라고, 바로 한국으로 나와버리니까... 그제서야 미안하다고... 제가 제시한 모든 조건을 수용하겠다고 꼬리를 내리더군요.
한번만 더 손지검을 하면 개망신을 시켜서 회사도 온전히 못다니게 하고, 수갑차게 만들어주겠다 했지요.
약자앞에 강하고, 강자앞에 약한 비열한 남편의 모습을 보았어요.
그리고나서 일년은 남편이 많이 변한 모습을 보여주어서...남편의 인간성을 다시 믿어보려 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