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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같은(?) 우리 곰같은 남편


BY 걱정? 2002-08-28

어제 뜬금없이 제 남편이 저에게 "00야! 어제 엄마가 나보고 아침챙겨먹었냐고 물어봐서 "네"하고 대답했더니 엄마가 배도 불러서 힘들텐데 밥까지 챙겨준다며 너보고 이쁘대."하는거예요.
(제 남편회사하고 시댁하고 5분거리여서 남편이 회사에 들어가기전에 항상 시댁에 들리거든요. 안부인사겸..)

순간,,제 얼굴이 화들짝!
요즘 피곤해서 그제어제,,이틀동안 남편의 아침을 안 챙겨줬거든요.
항상 국까지 끊여서 아침을 챙겨줬는데.....
아마 제 남편이 제가 이틀동안 아침을 안 챙겨줘서 앞으로 잘 챙겨주라는 암시인것같은데...
다른땐 아침을 잘 챙겨줘도 시어머님이 아침 잘 챙겨주냐는 말도 안하던 사람이 이틀 동안 아침 안줬다고 바로 어머님이야기하고..(꼭꼭 밥 주라는 협박같기도 하고..)

저..그래서 눈치채고,,남편에게 "앞으로도 내가 당신 밥 안줘도 어머님한테 밥 잘 챙겨준다고 꼭 말씀드려.알았지?"하며 어린아이가르치듯이 말했답니다.
그리고는 " 다른땐 항상 밥을 꼭꼭 챙겨줄땐 그런 말씀 안물어보시고 내가 어쩌다 한번 아침 못챙겨주면 어머님이 꼭 물어보시네."하며 남편눈치를 보며 말했더니 우리 남편..."어쩌다한번 밥 안준게 아니잖아.저번에도 안 챙겨주고...또..또.."하며 손가락을 세며서 말하는거예요.

저..진짜 한달에 두세번빼고는 꼭꼭 새벽6시에 일어나서 국 끊이고 후라이라도 해서 아침챙겨주는데..배가 많이 불러서 힘들어도 꼭꼭 챙겨주는데..제 남편은 저에게 밥 많이 안챙겨줬다고 이야기하네요.

아무튼 저,,오늘 그래서 새벽5시에 일어나서 된장국에다가 햄, 버섯볶음,후라이까지 만들어서 남편앞에 밥상대령했답니다.
그리고 맛있게 밥먹고 있는 남편에게 "오빠! 밥 맛있지? 오늘 출근하던길에 어머님한테 들리면 오늘은 내가 아주 맛있게 밥 해줬다고 꼭 말해.알았지?"하고 당부했어요.
제 남편,,후뭇하게 밥먹으면서 "알았어. 걱정마."하고 웃더라구요.

요즘따라 왜이리 나에게 바라는게 많은지 모르겠어요.
고구마를 보면 "아! 고구마튀김먹고싶다. 고구마사서 집에서 직접 고구마튀김해줘." 하고...........
또 마트에서 김치를 보면 "너두 이젠 김치담그는거 배워서 직접 김치 담궈서 줘."하네요.
(저는 아직 김치담그거나 또 튀김도 못하거든요. 이제겨우 반찬이나 국끊이는거정도,,,겨우 할 줄 아는데...사실 결혼전엔 공부만 하고 직장만 다녀서 살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시집왔거든요. 쌀씻고 밥하는것도 결혼해서 첨 하고..)


예전엔 그냥 제가 주는대로 잘 먹더니...이젠 이것 만들어줘,,저거 만들어줘,,,어린아이처럼 졸라대기만 하네요.
두달동안 계속 저에게 고구마튀김해달라고 졸라대길래 "밖에 나가면 튀김집도 많으니까 고구마튀김 사먹어. 집에서 고구마튀기면 기름도 많이 들어가고 벽에 기름 다 튀기고 또 시간도 많이 걸리니까 차라리 그냥 사먹어,"했더니 제 남편 끝까지..
"난 너가 해준 음식 먹고싶단말이야. 그리고 치킨도 배달해서 먹지말고 직접 기름에튀겨서 줘"그러는거,,있죠?

저,,그래서 지금은 저보고 고구마튀김이나 닭튀김해달라고 하면 무조건 저도 남편에게 튀김기사주면 해준다고 얼름장을 내논답니다.
그러면 제 남편,, 튀김기 사야한다는 생각에 아무말도 못하고 "다음에 튀김기 사주면 꼭 해줘야 돼."해요.

여름엔 어찌나 팥빙수 해달라고 해서 빙수기 사가지고 팥빙수 직접 만들어주고 부침먹고싶다길래 친정엄마한테 물어봐서 부침해주고..곰탕까지 직접 끊여달라길래 비유 약해도 코막으면서까지 끊여주고,,

그냥 밖에 나가서 한 그릇 사먹으면 되는걸 가지고 왜이리 날 힘들게하면서까지 먹어야되는지...

먹고싶다는 남편을 그냥 모른체하기는 마음에 걸리고,,,그래서 오늘은 해물탕을 먹고싶다는 남편의 주문에 열심히 재료와 요리방법을 뒤적이고 있네요.

제 남편,,,어찌보면 곰같은 면이 있다가도 이럴때보면 참 여우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첨엔 저보고 강요안하다고 .. 저 하고싶은대로 하라고 신경쓰는척 하면서 나중엔 꼭 저 스스로 자기바란대로 하게끔 만드니까요.
해물탕도 며칠전에 저보고 "너 하고싶을때 만들어. 난 너한테 꼭 하라고 강요는 안하니까,,"하면서 요리책이나 티비에 해물탕이 나오면 "우^와! 맛있겠다.빨리 먹고싶다.'하면서 제 앞에서 어찌나 먹고싶다고 하는지,,,그러니 제가 스스로 해물탕을 할 수 밖예요.

제 남편,,,여우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