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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수마누라 2002-09-03

우리 엄마 한숨소리에 땅이 꺼져 내려갈것 같다.

조울증 증상처럼 기분좋을땐 전화해서 '우리 강아지...' 이럼서

수다 떤다.

그러나 기분 나쁠땐 내가 전화해도 '왜', 내지는 '할말없으니까 끊어'

이런다.

전화를 그렇게 받은게 마음에 걸렸다고 하면서 오늘 낮에 전화해서는

추석도 다가오는데 돈이 없어서 죽겠단다.

아빠 월급 83만원 입금됐고 수당은 7, 8월것 아직도 안나왔다고.


평생을 돈에 쪼들려사는 우리 엄마보면 불쌍하다가도 울화가 치민다.

쪼들리면서 모은돈 1억을 떼먹혔으니...

늘 그 돈생각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내가 그돈만 있으면 이렇게 안살텐데....'


나로선 어쩔 도리가 없다.

그냥 엄마가 기분좋기만 바랄 뿐이다.


한때는 내가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내 모든걸 다 주어서라도 엄마가 엄마 인생 헛되지 않았다고

느낄수만 있다면 모든지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엄마의 딸이 아닌 내인생을 살아보고 싶다.

이제 11월이면 나도 엄마가 된다. 언제까지 불행한 엄마

인생에 매여있을 수 없다.

언제까지 무능한 아빠와 평생을 같은 주제로 싸우는 부모님,

우울한 집안분위기. 그걸 조금이라도 밝게 해보려고 안간힘 쓰는

큰딸인 나로 살고 싶지 않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자식이란 말이 있다.

뱃속에서 꿈틀거리는 어린 내 아들 생각을 하면 한없이 마음이

충만하고 행복하다가도 엄마의 한숨소리를 들으면

절망감이 나한테 까지 전해지고 가슴이 무거워진다.


왜 나의 성실한 부모님들은 나이 오십이 넘도록 집한칸 없이

전세집에서 다달이 쪼들리면서 아둥바둥 하면서 살아야하나.

그러면서도 그들의 부모에 대한 효도와 큰딸과 큰아들, 큰며느리의

역할에 엮매여야 하나.

왜 맨날 돈에 연연해서 살아야하나.


어쩔땐 너무나 원망스럽다. 성실하지만 무능력한 아빠.

신경질적이고 조울증이 심한 엄마.

내가 돈벌어서 엄마 주지 않는다고 원망하는 엄마.


그래도 난 엄마, 아빠가 밉지만 가슴한편이 싸한것이 무겁고

기분 묘하다. 핏줄이란게 이런건가.

나한테 돈 오만원, 십만원만 생겨도 엄마를 갖다주고 싶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렇게 살지 않을거라 굳게 다짐했다.

가난구제는 나라도 못한다지 않는가..


더 늙어서 기운없고 정말로 나의 보살핌이 필요해지면 그때 내가

모시고 살아야지.

우리집은 그 흔한 아들도 없으니 말이다.


상처가 대를 내려오는것 같다. 우리엄마 외할머니 전화가 받기 싫어

서 전화번호 바꾸고 싶다고 나한테 하소연한다.

속으로 '엄마 전화도 만만치 않아'라고 생각하지만

기운내라고 달래주고? 끊는다.

도대체 누가 엄마고 누가 딸인가....


갖고 싶은 물건도 많고 갖고 싶은 보석도 많고. 넓은 집에서

살고 싶은 우리엄마. 돈도 팍팍 써가면서 친구들앞에서

남편자랑. 자식자랑 하고 싶어하는 우리엄마.

그렇게 못하고 살아서 늘 우울해하는 우리엄마.

안타깝고 가엾지만. 어리석게도 보인다.


난 아직은 젊고 철이 없어서 그런지. 별로 맛도 없는 된장찌개

끓여서 신랑이랑 오손 도손 먹으면 행복하다. 그치만

우리엄마는 훨씬 더 맛있는 된장찌개 끓일줄 알아도 그까짓 일로는

절대로 행복해하지 않는다.

본인이 잃어버린 1억을 만져보기 전에는 눈도 못감고 죽을거라고

말하는 분이니까...


게다가 내가 나는 우리 신랑하고 떡뽁이만 해먹어도 기분좋고 행복

하더라... 이러면 대놓고 비웃는다. '좋기두 하겠다' 이럼서...


이상한것은 엄마가 자꾸 돈. 돈. 돈... 이럴수록 나는

더욱 돈욕심이 없어진다. 왠지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나는 저렇게 속물처럼 살지 말아야지. 이런생각이 들어서인지

나 스스로도 돈때문에 속상한 일이 생겨도 이런일로 속상해하지

말자고 최면을 거는것 같다.

'돈때문에 불행해 하면서 살수 없다'


이렇게 늦은 시간가지 잠안자고 이렇게 마음이 심란한거 보면

엄마의 전화한통이 위력이 대단한가부다.

차라리 소리를 지르면서 욕하면 실컷 미워하기라도 하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매일 돈없어 죽겠다....

이러는데 정말 나혼자 신랑하고 행복하게 사는것도 미안할

지경이다.

마음을 가볍게 하려고 해도 잘 되지가 않는다.

책임감인가? 연민인가? 안타까움인가... 목소리만으로도

불행이 전해져온다.. 너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