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동창이 있어요.
정말로 안좋아했던 애에요.
안친하다는 얘기와는 조금 다르죠.
안친하다는건 적어도 싫지는 않다거나, 친하지 않다 뿐이지 싫어하는건 아니니까요.
근데, 그애하고는 정말 질리도록 싸웠구요. 심지어 머리카락 쥐어뜯으며 싸워서 교무실 간적도 있는 애랍니다.
더 기막힌건 나와 친한 친구가 걔와도 초딩때부터 단짝이라 그 꼴을 아예 안보고는 살수가 없엇다는 거죠.
나는 걔가 무슨 말만하면, 아니 얼굴만 봐도 기분이 나빴고 걔도 나만 보면 무슨 말을 하든지 비꼬면서 하고 그랫죠.
그런데 근 십사년만에 어찌어찌 연락이 왓더라구요.
지가 보험회사에 다닌다나 어쩐다나 하면서 말이죠.
딱 알았죠. 영업대상이 필요하단걸.
정말이지 십몇년이 넘었는데도 전화선 타고 넘어오는 걔 목소리...
여전히 싫은 거에요. 놀랍더군요. 이젠 나이도 있고 그냥 저냥 쓴웃음이라도 나올줄 알았는데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여전히 싫더라구요.
그런데 걔는 무진장 반가운척, 친한척을 하며 몇번 전화를 해오더라구요. 티가 날 정도로 냉소적으로 전화를 받아도 말예요.
나는 얘가 순수한 목적이 아닌, 영업대상으로 더군다나 서로 싫어한다는걸 인정했던 사이였던 내게 아무렇지도 않게 살살거리며 전화하는게 끔찍하게 싫구 과연 너답구나 싶어요.
근데 얘가 우리집에 오겠다네요.
내 친구한테 들어서 우리 아파트 동호수까지 알고 있더라구요.
기막혀.....
몇번을 오겠다고 전화해대는 통에 마지못해 그래 와라 했는데
너무 치가 떨립니다.
뻔하거든요.
다른 친구 한명도,
얘가 보험들으라고 전화(역시 십년만에)해서 몇번 피했더니 너 왜 내전화 피하냐. 내가 거지냐. 하며 화를 내더라나. 십년만에 전화한 친구한테 이럴수 있느냐 하면서.그 친구도 열받아서 니가 나를 친구로 생각해서 전화했는지 영업대상으로 생각해서 전화한건지 잘 생각해보라고 하며 싸우고 끊었다네요.
십년만에 전화해서 말이죠.
보험 영업.....참 말많고 탈많죠.
그러나 이런 식으로 동창들 이용해서 영업하면 좋은소리 들을 수가 없지요.
집에 오면 최소한의 것이라도 하나 가입하라며 거의 조르다시피할거 뻔합니다.
걔와 단짝이었다는 앞에 말한 내친구는... 착하기도 하지.
세가지나 들어줬다네요.
그렇게 다급하다는데 어떻게 안들어주냐면서...
까짓 돈 없어도 그만 있어도 그만, 친구 도와주는건데 뭐 어떠냐면서요.
물론, 그래야 겠죠. 친한 친구라면...적어도 학창시절 정말 서로 헐뜯고 미워했던 사이가 아니라면, 아니 적어도 간간히 연락이나 주고받던 사이라면 저렴한 보험 하나 필요없어도 들어줄수는 잇겠지요.
하지만, 얘한테 만큼은 정말 싫은거 있죠.
내가 눈딱감고 보험 가입하고, 그 애의 고객이 되더라도, 별로 친하지 않았던 내게 얼마나 서비스 해줄런지...
인간성 믿을만한 친구도 못돼고..뭣보다 대단한 뻔뻔함이 싫으네요.
내가 나쁜건가요?
그애가 우리집에 오면 보험얘기꺼내면 정색을 할 생각입니다.
아침부터 흥분해서 민망하네요.....
여러분같으면 저렴한거 하나라도 들어줄맘 생기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