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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멜 보내기 전에


BY 형광등 2002-09-12

지금 너무 슬프고 한심해서 눈물이 계속 난다.

남편에게 멜을 보내려고 했는데 내 멜이 잘 안된다.
이 마음을 조금이라도 진정시키려면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싶다.

어제 대학시절 동아리 친구들을 만났다.

결혼한 지 7년정도 됐는데 그 동안 거의 안 본 친구들.

친구중 한 명이 미국에 있는데 잠시 나왔다고 해서 마련된 자리.

남자친구 4명,여자친구 4명.

우리는 신촌에서 만났다.
우리집에서 10분정도 걸린다.

남편은 아이들을 보기 위해 일찍 왔다.

원래 우리 남편은 내가 친구 만나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특히 그 자리에 남자친구들이 있다면.

사실 그래서 여자친구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래 내가 여기저기 연락해서 청주에 있는 친구까지 올라오게 했다.

청주에 있는 친구는 아이들 둘 데리고 친정에 데려다 놓고 왔다.
그리고 오늘 내려간다고 낮에 나하고 만나기로 했다.

그 친구의 남편이 참 괜찮은 사람같이 느껴졌다.

약속시간이 7시였는데 난 8시쯤 갔다.
청주에서 온 친구와 미국에서 온 친구가 있었다.

그리고 9시경 한 친구,9시 반 경 한 친구,나머지 3명은 11시가넘어 왔다.

난 사실 11시에는 일어나야지 생각하고 갔는데 늦게 온 3명이 얼굴이라도 보고 가라고 계속 전화를 해서 기다리게 된 것이다.

그래서 집에는 12시 10분쯤 왔다.

여자들 중 청주에서 온 친구는 친정에 아이들이 있어서 부담이 덜했고 한 명은 남편이 출장중에 아이는 엄마에게 맡긴 상태.
한 명은 아직 미혼.

내가 분위기를 깨고 일어났다.
그랬더니 여자 친구들이 모두 일어났다.

다른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내가 가만히 있었으면 지속될 수 있는 분위기였는데...

집에서 시계 쳐다보고 있을 남편 때문에.
다행히 버스가 있어 버스에서 내려 막 뛰어왔다.

남편은 12시를 넘겼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얘기했지만 난 진담으로만 들렸다.

아침에는 피곤하다고 한마디 하고.
원래 11시쯤 자려고 하는 사람이라서 .

자기가 늦게 오면 나도 잠 못자는데...

그런데 아침에 아이들과 밥을 먹는데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눈물이 나왔다.

바보같이 남편 눈치나 보고.
결혼 전에 우리 아버지 무서웠지만 이해심 많은 엄마가 계셔서 날 감싸주셔서 지금보다 생활하기 편했던 것 같다.

내가 왜 친구들 만나는데 남편 눈치 봐야하는지...
오늘 아침까지도 별로 안색이 좋지 않은 남편 눈치보고.
이런 바보같으니라고.

매일 그러는 것도 아니고 결혼하고 그렇게 같이 만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인데.

나만 바보같이 사는 것 같아서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