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때만 되면 우울해집니다.
여느 다른 며느님들처럼 저역시 많은 것을 겪다보니 결혼 후 아주 폭삭 늙어버린 결혼 7년차 주부입니다. 일년전에 제가 아주 크게 터져버렸습니다. 바보같이 남들은 이십년삼십년을 참고 버티며 산다는데 저는 겨우 6년을 살고 터트려 버리고 말았습니다. 아주 속좁은 여자입니다. 그래요. 저는 며느리이기 이전에 여자입니다.
아주 속 시원합니다. 칠십,육십 평생을 사시면서도 겪어보지 못한 일들을 제가 결혼한 후 시어머니와 시누이로부터 "이런 사람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한심한 일들을 경험하신 내 착한 아빠,엄마의 한을 풀어드린 것 같습니다.물론 부모님은 저 때문에 속이 많이 상하시고 또 많이 늙어버리셨지만 그래도 저 스스로는 내 사랑하는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터트리지 않으면 제가 먼저 죽어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칠십된 아버지한테 이새끼저새끼하는 시누이하며 엄마한테 쌍년 개년하는 시어머니하며 저에겐 또 어떠했겠습니까?신랑이라도 제 편이겠습니까?죽고 싶어도 아이들 때문에 죽을 수조차 없었던 여자의 삶 그 자체였습니다.하지만 이론할 생각하고 다시 또 안볼사람마냥 터트려버렸습니다. "난 원래 미친여자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혼자 터트려버렸습니다. 그 어렵고 두터운 시댁의 바위에 아주 작은 계란하나가 되어 터져버렸습니다. 당연히 산산조각났겠죠. 그래도 당당하게 지랄뱅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지금은........ 행복합니다. 혼자만의 착각일지라도.
신랑도 가장으로서 어떤 모습으로 서야 하는지 알아가고 있고 저 또한 아내로 엄마로 또 직장인으로 그 전보다 더 아름답게 제 자리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가정은 신랑과 아이 둘인데 아주 화목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서로 사랑한다 말하면서 말이죠.
제 신랑은 외아들에 누나 2, 여동생 1인 집안입니다.
어쨌든 저는 지금 여차저차해서 시댁과 사이가 아주 좋지 않습니다.
올 설에 시댁에 가지 않았습니다. 나 같은 것 외며느리건 말건 어머니와 시누이 그렇게 손발이 잘 맞으면 니들끼리 명절도 잘 지내보라였습니다.
지금까지 저나 시댁식구 누구나 전화 한통 한적 없습니다.
저 이번 추석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젠 신랑과도 잘 지내고 있는데 제가 또 그 속에 명절이랍시고 나이드신 어른인데 도리는 해야한답시고 들어가야 하는 겁니까?
내 아이들은 제대로 키워야 할텐데 그런 모습, 어딘가 어긋난 듯한 모습 보이고 싶지 않은데 도대체 난 어떻게 해야 합니까? 도대체 사는 게 어떻게 하는 것이 바르게 사는 것입니까? 정말 아랫글 쓰신분들 말씀처럼 내가 시부모도 찾아뵙지 않고 제사도 지내지 않으면 정말 내 자식한테 나쁜 해를 끼치는 게 맞습니까? 여자들 왜 삽니까? 자식 때문에 사는 거지요.
신랑한데는 또 어떻개 명절이야기를 해야 합니까?
신랑은 아직까지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제 맘은 어떻냐구요?
그런 며느리란 직함은 없애 버리고 싶습니다.
그냥, 아내 엄마 직장인 그리고 여성으로만 살고 싶습니다.그리고 딸로..
제가 만약 명절에 시댁을 가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 명절을 아이들에게 어둡지 않게 밝게 지내게 해야 할까요?
친정에 가면 되는 거 아니냐구요?
물론 설에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오빠와 새언니에게도 좋은 모습이 아니라서 추석엔 늦게 가려고 합니다. 그러면 신랑은 시댁으로 당연히 갈 것이고 저와 아이들은 어떻게 보내야 할까요?
아이들도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떡하죠?
그런 분위기 이젠 알 나이도 된 것 같아 불안합니다.(일곱살,다설살)
차라리 제가 기운을 내서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오면 좋겠지만 명절날 어딜 가겠습니까?
정말 내 아이들 만큼은 밝고 환하게 자라게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텐데 .......
정말 지금 심정은 시댁과의 인연만 없다면 어디 가서라도 떳떳하고 뿌듯한 인생인 듯 하거든요. 분명 신랑도 그럴거예요.
사실 며느리, 시댁 이런 이야기만 나오면 자꾸 스스로 못났다는 생각 때문에 입을 다물어버리기 일쑤입니다. 아무리 내 탓이 아니라고 스스로 타일러도 어쨌든 내 삶에 좋지못한, 누군가 원수(?)가 있다는 건 사람사는 세상에 참 슬픈일이니까요.
아이들을 위해 이 명절 어떻게 보내야 할까요?
그냥 미친척 아무도 봐주지 않아도 쥐새끼마냥 죽은 듯 일해주고 올까요?
아니면 작정하고 아이들 데리고 훌쩍 나몰라라 놀다 올까요?
이젠 정말 명절이 세상에서 가장 싫은 공휴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