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께서 우리집에 4일 있다 가셨는데요
계시는 동안 너무나 황당하고 속상한 일이 많았답니다
감히 싫은 내색도 못하고 꼼짝없이 당하기만 했는데요
너무도 억울하고 화가 나서 견딜수가 없습니다
남편은 둘째아들이고 시어머니는 홀시어머니입니다
그런데 시어머니의 둘째아들 사랑은 가히 하늘을 찌를듯합니다
오로지 둘째아들 밖에는 모르십니다
여럿이 있는 자리에서 둘째아들만 유난히 챙기는 것만해도 민망해 죽을 지경인데
달랑 셋만 있는 자리에서 그러실 때는
저는 정말 귀 막고, 눈 감아버리고 싶을 지경이랍니다
우리는 결혼한지 1년 정도 됐고 곧 아기도 태어날 예정인데요
시댁이 워낙에 멀기도 하고 이래저래 사정이 생겨
시어머니께서 우리집으로 오신건 이번이 두번째입니다
그런데 겨우 두번 오셨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만 시어머니께 완전히 질리고 말았습니다
결혼한 직후에 처음 오셨을때는 하룻밤 주무시고 가셨는데
계시는 이틀동안 우리집 살림을 완전히 뒤집어 놓고 가셨더랬습니다
이 물건은 저기에,저 물건은 여기에 놓아야 한다면서
당신이 손수 다 바꿔놓으시고
장롱속이며 서랍장이며 일일이 다 열어보고 뒤적거려서 뭘 얼마나 해왔나하는 식으로 확인을 하셨어요
저는 그때 무척 당황했습니다
아무리 궁금해도 그렇지 어떻게 아들 부부의 침실을 스스럼없이 들어가 장롱속까지 뒤진단 말입니까
너무 황당하고 기가 막혔지만
아직 새댁이라 살림이 서툴러서 잘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가르쳐 주려고 그러셨을지도 몰라하며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오셔서 며칠동안 계시면서 하신 행동은
도저히 납득할수도 없고 인내심을 발휘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아무리 애지중지하는 아들네 집에 오셨다고는하나
일단 아들이 결혼을 했으면 며느리인 저의 눈치를 좀 봐야하는거 아닙니까
며느리란 존재는 아예 까맣게 잊었다는듯 아들만 챙기더군요
아들이 출근할때면 집에서 배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서 베란다에 나가 아들이 타고 떠나는 차의 꽁무니가 안보일때까지 하염없이 바라보고
퇴근이라도 해서 오면 저를 제치고 쪼르르 먼저 나가 문따주고
배가 남산만하게 불러서 힘든 제게는 자기 아들에게 뭐 갖다줘라,뭐 해줘라 하며 잠시라도 쉴 틈을 안주면서도
벌렁 들어누워 tv만 보고 있는 아들에게는 맛사지까지 해주면서
돈버느라 힘들겠다며 안스러워 죽겠다는듯 하시고...
그것만이 아닙니다
한마디 상의도 안하시고는 물건의 위치를 죄다 바꿔놓지를 않나
집에 오는 전화를 시어머니가 먼저 받지를 않나
안방을 비롯한 집안 구석구석까지 온통 뒤지지를 않나
심지어는 화장대를 다 뒤져서는 내가 잘 쓰지 않아 보관해 놓았던
화장품들을 꺼내서 사용하지를 않나
시어머니가 사시는 집은 하도 청소를 안해서 귀신이 나올것처럼 해놓고 사시면서도
행주처럼 새하얗던 우리집 걸레를 베란다 창틀이며 신발을 닦아 시커멓게 만들어 놓고는 대충 휘휘 헹궈서는 다시 그걸로 방청소를 하시지를 않나
우웩!!!
아무래도 시어머니는 이 며느리라는 존재를 인정하기 싫으신가 봅니다
오로지 둘째아들밖에는 안보여서
다만 둘째아들이 사는 집에 오셨을 뿐인가 봅니다
장남인 큰아들은 아직 결혼을 안했는데
별로 큰아들에 대한 애정이 없기때문에 큰며느리가 사는 집에 가서는 안그러실것 같아요
참다 못해 시어머니께 항의도하고 말리고 싶었지만
남편때문에 못하고 이를 악물고 꾹 참았습니다
남편 성질이 워낙에 불같아서
만약에 자기 엄마한테 대들거나하면 저를 가만두지 않을 사람이거든요
하지만
마냥 참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기만 한다면 다음에 오셔서는 더 심해질테고
으례 그래도 되는걸로 착각하실 겁니다
남편 기분 좋을때 살살 달래가며 저의 입장을 말해보려 하는데요
남편이 자기 엄마 욕한다고 화만 내고 제 얘기를 무시해 버리면 어쩌나 고민입니다
좋은 해결 방법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