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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눈을 보며 --- 사시교정 수술 후에


BY 둘째엄마 2002-10-03

주원이가 퇴원을 했다.

다행히... 수술 경과가 좋단다.

그러나 아직 주원이의 눈에는
선명한 붉은 색의 핏발이 서 있다.
그리고 나는 그 눈동자를 마주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TV에서 보는 것처럼
수술장이라고 써 있는 문 앞에서
다른 가족은 들어갈 수가 없었지만
아이가 어려서 나는 한 단계 더 들어 갈 수가 있었다.
수술장이라고 써있는 문을 통과하고 나서
주원이와 나는 30분 정도 같이 있었다.
문밖에 있는 엄마와 아빠, 신랑은 울고 있었겠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주원이를 안심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주원이에게 수술하는 사진 설명도 해주고
마취하는 상황을 상상하며
미리 얘기해 주기도 해서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수술이 뭔지 잘 모르는 어린 아이였기 때문에
주원이는 웃으면서
엄마, 나 잘 다녀올게...
하고 내 손을 놓을 수 있었을 것이다.

끝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복도를 따라 주원이가 들어 가고
빈 침대가 나올 때까지
나는 기다렸다.

겨우 여섯 살.
그렇게 어린 아이인데도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이 혼자서 감당해내야 하는
자기만의 삶의 무게가 있는 것이다.
현실은 정말로 차갑다...
그리고 얼마 후 주원이의 빈 침대가 나왔다.

주인 없이 이름표만 달랑거리는 빈 침대...

밖으로 나와 두 시간 쯤.

회복실로 들어 갔다.
처음에 주원이는 너무 작아 보이지도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주원이가 엄마---하고 우는 소리에 놀라
그쪽으로 달려가 무조건 아이를 안아 버렸기 때문이다.

주원이는 한쪽 눈을 가린 채 눈도 뜨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울고 있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양눈을 모두 수술했는데
두 눈을 가릴 수가 없어서 한 눈만 가린 거라고 했다.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못하고 아이를 안아 주기만 했다.

간호사가
엄마가 울면 주원이가 놀란다고 울지 말라고 해서
우는 소리도 내지 못했다.

내가 주원이에게
엄마가 주원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하고 말했을 때 주원이가 조용하게 말했다.
엄마, 나 그거 알아...

나는 그 다음 말을 하지 못했다.
어린아이가 나를 위로하는 것처럼 말하다니...
주원이에게는 그렇게 아이답지 않은 면이 숨어 있었다.
눈물이 자꾸만 흘러 나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눈이 아프다고 소리내어 우는 주원이 앞에서
나는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었다.

아이가 울다가 자다가를 반복하며
스스로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밖에 해 줄 수가 없는
무기력한 엄마가 나였다.

주원이는 엄마가 자기 혼자만 놔두고 가 버리는 게
제일 싫다고 했다.
둘째를 낳던 날,
엄마아빠가 자기만 두고 어딘가 가 버렸던 게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할머니가 동생을 낳기 위해 병원에 간 거라고 얘기해 주었지만
그 뒤에도 가끔씩
난 엄마가 혼자서 병원에 가는 거 싫어
하고 자기의 마음을 표현한 적이 여러 번 있다.

나는 그 때마다 약속했었다.
다시는 주원이를 혼자 두지 않겠다고.

하지만, 약속만 하고 지키지는 못하는
거짓말쟁이 엄마가 되어 버렸다.
옆에 있어 주지도 못하고, 아픔을 덜어 주지도 못하는
무기력한 엄마.

주원이의 핏발선 눈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그 맑은 눈을 볼 때마다 주원이가 너무 소중해서
눈물이 난다.

주원아,
엄마는 세상에서 너를 제일 사랑한단다.

주원이의 눈물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 나 그거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