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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아빠에게 준 편지.


BY 나 계모 2002-10-04

출근했는데... 남편이 전화를 했네요.
전 새엄마고, 딸애는 고1인데 할머니랑 5분거리에 살고,(양쪽 다 별문젠 없어요)
아침마다 남편이 등교를 시켜줄겸 아침마다 들려서 출근하거든요.
그때 딸애가 편지를 줬나봐요.
남편은 웃으며 편지를 읽어주는데... 전 괜히 눈물났어요.
편지내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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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아빠 (디지털카메라가 너무 갖고 싶은 수연이예요)

아빠는 반에서 5등안에 들면 사준다고 하셨지만
지금 공동구매 기간이거든요. 지금 시험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며칠안에 공구기간이 끝날거 같아요. 공구가 아니면 십만원정도
더 비쌀거를 예상해야하고 지금사면 티와 가방도 준대요.
그리고 시험이 끝나자마자 소풍가는데
그때 꼭 가져가서 사진도 찍고 싶어요.
친구들이 카메라를 보면 부러워 할거예요 (와~ 너네아빠 짱이다! 하면서)
만약에 선생님이 보신다면 수연이는 좋은아빠를 뒀구나 하실거예요.
아빠.
제가 아빠 사랑하는거 알죠?
시험공부 열심히 해서 시험잘볼게요. 그런데 문제는 지금이 공동구매 기간이라서.
아빠. 조금만 더 저를 이해해주세요.
전 디지털카메라가 너무너무 갖고싶어요.
좋은소식을 기다릴게요.

아빠를 사랑하는 수연올림.
**

남편은, 마구 웃으며 어떻게 이런 편지쓸걸 생각한지 모르겠다고
기특한듯, 기분좋은듯 웃고 껄껄거렸지만,
전 많이 슬퍼요... 사춘기에 친엄마는 없고 새엄마에, 거기다 지금은
할머니랑 같이살고(시어머니가 사춘기를 걱정해서 데리고 있음)
어쨋든 비뚤게 안나가고 예쁘게 크고 있지만
저의 열일곱살 나이를 생각하면... 그냥 불쌍하고 슬프네요.
그래도 우리딸, 고1짜리가 디지털카메라 갖고싶다는게 좀 심한듯 하긴 하지만
여러모로 예쁜짓하니 밉지않고 다행스럽네요.
왜이리 슬프담...
남편에게 편지 버리지 말고 가져오라 했어요.
액자에 끼워두고 두고두고 보자고 했죠.
슬프지만 행복한 이런 이상한 기분... 계모의 슬픔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