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3남 2녀 중 차남이다.
위로 형님과 누님이 한분, 아래로 시누와 시동생이 각 한명씩...
참 복도 많은 남편이다.(골고루 형님, 누님, 여동생, 남동생을 하나씩 있으니 말이다. 물론 시부모님의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내가 결혼하기 전 남편과 위의 누님이 이미 출가하신 상태였고 이후 늦게나마 32이란 나이로 아래 시누가 결혼했고 이제 마지막 남은 시동생 하나!!!!
올해 서른 둘...돼지띠다.
시댁쪽은 대체적으로 체격이 커서 남자형제들은 보통 180cm이 넘고 여자들도 170cm이 다 되는 체격인데 특히 시동생은 180cm의 키에 세자리수를 넘는 몸무게의 소유자다.
그런데 이 시동생 3년만에 들어간 대학, 그리고 군 제대 후 복학해 뒤늦게 졸업했으나 지방대출신이란 이유만으로 취직하기가 너무 어려웠었나보다.
시부모님의 기대와는 달리 쉽게 취직을 못하고 방황하다가 급기야 부모님의 잔소리와 구박(?)에 못이겨 경상도땅을 떠나 이곳 인천으로 올라온 것이다.
그리하여 시작된 시동생과의 생활...
처음엔 조급증내지말고 적성에 맞는 직장찾으라며 되도록 신경 안쓰이게끔 배려를 해주었고, 직장을 알아보러 서울다녀온다며 손을 내밀면 기죽지않도록 배춧잎도 넉넉히 주었다.
하지만 늘 돌아오는 건 술에 젖어 새벽에 들어오기 일쑤...
들어올 때 조용히나 들어오면 말이나 안하지!
거구의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고성방가는 이웃들의 눈총을 죄다 내가 받아야했고 신발을 벗으면 왜 그리도 발냄새가 그리도 심한지.....
남편은 아예 코를 막은채 수건을 적셔다 발을 닦아주고 난 시동생의 구두를 아예 베란다 밖에다 내다 놓아야 잠들 수 있다.
하지만 시동생은 성격이 낙천적이고 굉장히 밝아서 평소에 부엌일하는 내 뒤에 앉아서 미주알고주알 이야기도 잘하고 애들도 잘봐주는 자상한 삼촌임에 틀림없지만 나를 놀라게하는 건 어마어마한 식성이다.
시어머님이 시동생을 임신하셨을 때 무를 즐겨드시고 한약까지 드셔서 그런지 태어날 때부터 우량아선발대회 나가라고 만나는 사람마다 말했다지만 이건 해도해도 너무한다.
어느 정도냐면 남편이 "밥먹어라" 한마디에 눈꼽도 안떼고 부시시한 머리로 일어나선 (머리에서 하얀 조미료가 듬성듬성 보이고)척하니 밥상 앞에 앉아 밥 두공기는 뚝딱이다.
편식습관도 없어서 맛없는 반찬도 가리지않고 싹싹 잘먹어 덕분에 설겆이하는 나는 무진장 편하다. 왜? 접시가 깨끗하니까~
하지만 이건 약과다.
돼지띠 아니랄까봐 어찌나 쩝쩝대며 먹는지 (돼지띠 여러분 죄송하지만)큰딸아인 삼촌의 그런 모습에 추접(?)스럽다며 반도 못먹는데 눈치없는 시동생은 "내가 남긴 거 다먹을께~"하며 자상한 삼촌의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한번은 화장실 변기가 막혔다.
왜?? 시동생이 들어가면 가끔 그런다.(그러려니 해주세요~)
저녁이었는데 뚜러펑 몇개를 쏟아붓고 압축기로 아무리 퍼내도 안되는지 한참 땀흘리던 시동생이 저녁이나 먹고 해야겠다며 밥을 달라는 것이었다.
이상야리꾸리한 냄새가 진동하는 가운데 (집이나 넓어야지 겨우 20평짜리 아파튼데...ㅠㅠ)다를 인상쓰고 있는데 밥이라니????
궁시렁거리며 저녁밥상을 차리는데 마침 남편이 왔고 둘이 먹으라고 밥상 차려주곤 사태를 지켜보노라니 고추장에 싹싹 맛있게 밥비벼먹은 두형제는 30여분 후 변기는 뻥 뚫고야 말았다.
아!!대단하다 이런 것을 인간승리라고 나는 부르고 싶었다.
여름내내 땀흘려가며 선풍기를 가로막고 있었던 뚱땡이 삼촌...
라면 두개가 외로울까봐 계란 퐁당 깨넣고 비오듯 땀흘리며 맛있게 먹고 형님이 퇴근해오면 1시간전에 저녁밥 먹고도 또 달려들어 "형수 나 밥 쪼매만 더 먹으면 안될까요?"묻는 천진난만한 도련님....
이력서를 넣으러 간다며 Pc방비 달라며 그큰체구를 꼬며 솥뚜껑만한 손을 내미는 우리 도련님.....
삼시 세끼 꼬박꼬박 챙겨먹어야 체격유지하는줄 아는 막내도련님...
청바지하나 빨려면 욕실바닥이 좁고, 한달 20kg이면 족하던 식량을 보름만에 거덜내고
발냄새 지독해 웬수같지만 어서 취직되어서 점심만이라도 챙기지않았으면 정말 좋겠다.
(너무 흉만 본 것 같아서 찔리는구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