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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발먹으면서엉엉울면서...


BY 임신6개월 2002-10-09

새벽1시20분쯤...
일하고 있는줄 알았던 신랑에게 전화 걸다.
-아직 안끝나?
-일은 끝나고 맥주한잔하고 있어.
-안주 뭐 먹어?
-훈제 족발
-나 배고파,종로 빈대떡이나,아니면 안주먹는거 조금만 사와
-알았어. 빨리갈께
1시 50분 다시 전화 걸다.전화를 받지 않는다.
2시 다시 전화 걸다.
-자기 어디야?(뒤에서 사람들소리 웅성웅성)
-나 아직 출발안했는데....
-됐어. 사오지마. 나 안 먹어.
-화 났구나? 조금만 있으면 끝나. 나 곧 갈께.
내가 전화 뚝 끊어버렸다.
잠이나 잔다고 누운 눈에서 눈물이 계속나왔다. 이제껏 내가 뭐 먹고 싶다고 몇번이나 했다고 임신하고 이제까지 아마 3번 정도 했을까?치킨한 2번 사오고, 저번에는 편의점들려서 소세지 사오라고 했더니 소세지는 안 사오고 자기 먹을 사발면 3개랑 나한테는 아이스크림을 사다줬다. 누가 언제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고 했냐고~~~그때도 웃으면서 인내심을 발휘해서 참았건만(웃으면서 괜찮다고 했다)내가 이제까지 먹고 싶은게 없어서 사다달라고 안했나,일하는 사람 신경쓰게 하는것 같아 참고 참아왔건만...내가 이런 요구 잘 안하는 거 알면서 배고프다고까지 했는데 2시가 다돼서까지 출발도 안하고....
배개를 젖셔가며 겨우 잠들었다.
3시 10분 봉지 소리 요란하게 내며
-배 고프지? 내가 소세지 사왔는데 데워 줄까?
(문소리와 봉지 소리에 깼지만 계속 자는척......)
몇번 머리 쓰다듬다 샤워하러 갔다와서는
뒤에서 슬쩍 안으며
-난 자기가 좋다. 자기는 나 밉지
또 몇번 머리 쓰다듬고 내 어깨에 억지를 팔 들이밀고
1초나 지났을까 드르렁 드르렁
치~ 그러면 그렇지 2시에 그렇게 전화를 끊었으면 얼른 들어와야지 지금 서울 시내 30분안이면 다올수 있는 시간 때이건만 3시가 넘어서 들어와? 그리고 언제 내가 소세지 먹고 싶다고 했어? 족발이나 빈대떡 먹겠다고 했지? 진짜 서럽다.또 배개를 적셔가며 울었다.
더 비참한건 왜 이렇게 배는 고픈지...
살짝 일어나 식탁위에 있는 봉지를 열어보니 -----
----소세지, 오뎅꼬지, 샐러드,-----족발----훈제족발은 흔적도 없고
편의점에서 파는 진공포장된 족발-----
내가 언제 이렇게 냄새나는 족발 먹고 싶다고 했나,냄새 안나고 머스터드나 묽은 새우젖 찍어 먹을 수있는 훈제 족발 먹는다고 했지.....
진짜 서럽다.
난 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족발을 먹으며 컴푸터를 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