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미워하는 일이 가장 힘든 일이지요.
시누가 하나 있어요. 시어른들 말씀에 의하면 매사에 사철하고
똑똑하고... 실제로 헌신적이고 정도 많은 편이지요.
그 시누가 나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모든 일을 자기식대로만 해요. 사람은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그 시누에게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응어리가 하나 있어요.
시누가 시집가기 전에 저지른 일 땜에 시댁 식구들이 모두 골머리를 앓았는데, 그 일로 시할머니와 시어머니로부터 제가 오히려 문책을 받았죠. 니가 시누를 그렇게 미워하고 힘들게 해서 쟤가 저렇게까지 되었다. 그렇게 시누 올케 사이가 안 좋은 건 우리 집안에 없는 일이다, 느이 친정으로 가거라.
한참 된 일인데 지금도 가슴에 그 멍울이 남아있어요.
암튼 그 일 후에 시누가 시집 갔고, 그 뒤로는 대체로 잘 지냈어요.
서로 노력했죠. 시누는 좀 돈 씀씀이가 헤푸고 허영기가 있어요(제 생각으로는) 저와는 사는 방식도 아주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지요.
그런 시누가 돈을 빌려 달라고 해서 (제 남편이 공무원이라) 대출을 받아 빌려주었지요. 우리가 아주 힘들 때였지만 시누가 갚는 거라 걱정도 안하고 빌려주었지요.
그런데 월급날 대출 상환금은 딱 떼고 월급이 나오는데 시누는 제 때 돈을 넣어주지 않더라구요. 어떤 때는 두 달 세 달치를 미뤘다가 넣기도 했구요. 그럴 수도 있지요. 살다보면. 그런데 시누가 돈을 쓰는 걸 가끔 보며 속상하더라구요.
나는 남의 돈 한 푼이라도 빚 지면 그거 갚을 때까지 내가 하고 싶은 일 거의 못하는 성격인데, 시누는 우리 돈 늦게 갚으면서도 자기가 살 건 다사고 카드 쓰는게 보통이 아니더라구요.
나는 (공무원 월급 뻔하잖아요) 이거 저거 막고나면 통장이 비어서 카드 서비스 받아 또 다른 거 막고 정신 없는데, 그 이자 생각은 안하고 아무리 오빠의 돈이라지만 몇십만원 되는 돈 그 때 그 때 안주니까 나중에는 속상했어요.
어쨌든 그 돈 다 갚기 전인데 얼마전에 또 대출을 해달라고 전화가 왔어요. 솔직히 싫었죠, 그리고 꼭 오빠를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은행을 통해서 담보대출도 받을 수 있지만 보증도 세워야 하고 복잡해서 그냥 오빠가 해달라는 것이었어요.
마침 그 때 집에 복잡한 일이 생겨서 정신이 없었고, 그보담은 내가 시누에게 돈을 빌려주고 자꾸 늦게 밀려 돈을 넣는게 싫다보니 그런 일을 계속하고 싶지 않아서, 참 야박한 것 같지만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보라고 했습니다.
그 뒤로 시누는 그렇게 자주하던 전화를 딱 끊었어요. 다른 동서들한테는 자주 연락도 하고 들르기도 하던데,
신경 쓰지 말자 하면서도 자꾸 신경 쓰이네요.
첫째는 내가 너무 속좁게 손아래 시누에게 대한 것 같아서고
둘째는 그래도 그렇지 지금까지 어떤 일이 생겨도(서로 마음 상하는 일이 있었어도) 항상 내가 먼저 전화하고 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나 하는 맘이 들고요(시누는 자기가 절대 먼저 전화하거나 화해의 말을 하지는 못한다고 딱 잘라 말하거든요.)
여러가지로 괘씸한 생각도 들고 해서 저도 속 좁은 줄 알지만 여적 전화 안하고 있어요.
뭐가 정답이란 건 알고 있지만, 시누에게 선뜻 이번에도 내가 먼저 전화하기가 망설여진답니다.
이렇게 얘기하고 보니까 시누만 못된 년 만들어 놓은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네요.
그렇지만 시누도 나도 서로 지금까지 나름대로 노력하며 살아왔는데
이런 일로 계속 신경이 쓰이니까 마음이 착잡해요.
이십여년을 함께 지냈는데, 내가 아직도 이런 일에까지 이렇게 옹졸하다니, 사실은 제 자신이 더 한심한거죠.
그래도 이렇게 쓰니까 좀 낫군요.
억시 아줌마방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