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전화가 열댓번은 왔답니다. 울 시모한테서...
밭에 감자 캔곳, 고춧대 뽑은곳 비닐 걷고 치우라고요.
근데 마침 눈이 펑펑 쏟아지네요.
그랬더니 눈 오는데 이제 언제 할거냐고 또 전화로 속을 긁네요.
농사일이 그렇답니다.
봄에는 비닐 씌우고 곡식 심고 밭매느라고 중노동.
또 다 수확하고 나면 그 비닐 다 걷어서 태우고 각종 쓰레기
다 주워담아서 태워야 하니까요.
완전 막노동판이라고 해야겠죠.
여자, 남자일이 따로 없어요.
비닐 씌우고, 걷고 태울땐 남자랑 똑같이 몸에 흙에 지저분한
오물 묻혀가면서 무거운거 날라야 하고,
밭매고 곡식 심고 할땐 또 쪼그리고 앉아서 오리걸음 걸어야 하고,
농촌서 농사 지을려면 힘도 좋아야 해요.
근데 전 키 150에 몸무게가 45kg밖에 안나가는 사람이라 기운이
많이 딸리거든요.
울 신랑은 100kg이 다되는 건장한 사람이라 힘든건 자기가 자청해서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래두 없을땐 내가 해야 하니까 넘 힘드네요.
저녁에 일 끝나고 집에 오면 또 집안 살림살이 잔뜩 밀린거 해야죠.
집안 대소사는 왜 그리도 많은지, 친척들이 근처에 사니까
뭔 일만 있으면, 그집 며느리라는 죄로 다 좇아다니면서 거들어야죠.
시엄니 아프다고 하면 가서 죽 끓여서 먹이고
빨래 해주고, 청소 해주고, 뭣 좀 거들어 달라면 해야지...
아기 보고 싶다고 하면 보여줘야지...정말 쉴 틈이 없네요.
이제는 밭하고 하우스에 널린 쓰레기들 치워야 하는데...
날은 춥고 정말 아침에 눈 뜨기도 싫은 나날들이에요.
울 시엄님만이라도 사람 볶아대지 않으면 그나마 살맛 나겠구만...
그나마 아컴이 있어 넋두리라도 늘어놓을수 있으니 좋네요.
안 그럼 여기선 친구도 없고, 하루종일 대화상대라고는 돐지난 아기고..
가슴이 터질듯이 답답하고 힘이들때 그래도 누군가 내 얘기를
들어주고 응원해준다는 것이 그렇게 고마울수가 없더라구요.
내일은 또 동네아줌마들 얻어서 하우스감자 마저 캐려고 하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아픈 다리를 좀 아끼려고 해요.
낼 일하려면 오늘 무리하면 낼 못하잖아요.
암튼 이번에 감자만 다 캐고 쓰레기만 다 치우면 울 신랑한테
본격적으로 농사꾼파업 선언하려고 해요.
이번겨울에 어떻게든 결론을 낼거에요. 시내로 안나가면
차라리 이혼을 해달라던지 아님 농사에서 아예 손떼게
시엄니를 포기시키던지 하라고요. 근데 쉬울까 모르겠네요.^^
내일 사람들 일 시키려면 반찬거리 준비해야겠어요.
오늘은 그럭저럭 시간이 빨리 가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