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103

결혼해서 편한 날 많습니까?


BY 나도 초월하고파. 2002-12-01

결혼해보니 별것두 아니드만 하긴 신혼여행지부터 싸웠으니...
그나마 다니던 직장두 애낳구 관두고 남편 하나 보며 좀 맛나게 살아보려 하는데 내가 변한 건지 남편넘이 변한 건지 모르겠다.
내가 먼저 말 안걸면 한마디 먼저 나오는 법 없다.
아니 내 말에 듣는 척이라도 하던지 대답도 한번에 안해주니 속이 터진다.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나 미친년 되고 또 히스테리 부린다.
면전엔 못하고 xx xxx xxx xxxx 욕을 해준다. 그래도 속이 안풀린다.
어쩌다 쉬는 날이 싸우는 날이다.
오늘 애가 아침부터(사실 11시였다) 보챘다. 억지를 부렸다. 남편넘 젤루 좋아하는 잠자는데 시끄럽고 짜증이 났나보다.
좀 참는 듯 하더니 갑자기 거실로 튀어나와 애한테 "조용히 해! 쌍놈의 새끼, 시끄러!" 눈을 부라리며(야, 눈깔 뒤집힌다) 우뢰와 같은 크나큰 목소리로 소리 지른다. 두돌된 울 아가 뒷걸음쳐서 눈치 본다.
쌍놈의 새끼? 맞는 말이네, 나는 너 같은 양반 본 적이 없다. 지 입으로 지가 쌍놈이라네...
남편넘 집에 오면 내가 잡아먹나, 먼저 선수를 친다. 아 뒷골이 땡기네 너무 피곤해...소파에 자빠져서 리모콘 들고 너무나 열심히 tv를 본다. 거기다 대고 내가 한마디 던지는 건 바보짓이기 때문에 기다려준다. 그리구 나서 한마디 던지면 안경을 벗고 기지개를 켜며 졸리단다.
남편이 하루에 나한테 하는 말이
출근하면서 "갔다올게"
낮에 가끔 전화하면 "뭔일 있냐?"
퇴근하면 "pc좀 켜놔라" "리모콘 어딨냐" "애기 자냐"

나는 아직 남편을 사랑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서운하고 열나고 집착하는거 보면....아직 사랑이 남았나 보다. 근데 그나마 사라져가고 있다. 점점 더 '그래, 신경 끄자, 내 할 일 하고 그냥 속 편케 살자, 너는 돈만 잘 벌어와라...'이렇게 마음먹도록 스스로 종용을 한다. 이러다가 남편에게 힘든 일이 닥치면 내가 과연 같이 힘을 합쳐 헤쳐나가자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 사랑이 모두 식어버리기 전에 남편이 좀 변한다면...
남편이 미우니 시댁식구들이 그나마 더 싫다.
그전처럼 내 꺼 못사고 하면서 다 해드리고 싶지도 않고 매일 하던 안부전화도 이제 안한다.
안해 안해 나두 이제 안해!
너 나한테 하는 만큼만 할거야!
내 속 시커먼 거 보이지?
생전가야 감기 한번 잘 안걸리는 나, 결혼하구 애 낳구 안아픈데 없다. 올 여름 내 병원에서 고생했는데 내가 또 드러누워야 속이 시원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