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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인나는 남편


BY 답답이 2003-01-24

11시가 넘었다.
남편은 아직 가게에 코빼기도 안비친다.0
전형적인 올빼미 스타일이다.
밤에 게임하고, 텔레비젼 볼때는 세시고 네시고 좋은 사람이 아침 아홉시 가게 문 여는 시간에는 때려죽여도 못나온다.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은가?)
함께 가게를 시작하고 단 하루도 아홉시에 나온적이 없다.

아침에 나오면 일거리가 많다.
밤새 있던 일도 수습하고, 하루의 준비도 하고, 그새에 손님도 오고 전화도...
그래도 남편은 지 되는대로 나와서 미안한 표정만 지으면 그만이다.
그래놓고 나도 너 늦은만큼 일찍 들어간다고 하면, 그건 죽어라 싫어한다.

아이도 시골 할머니에게 떼어놓고 산다. 그리워 미칠 것만 같다.
아이 데려오자고 하면 그런다, 그럼 가게는 어떻게 하냐고.
그렇게 아이 그리우면 어머니 있는 시골에 가게 차리지, 지금 그리운건 니가 서울 고집한때문이란다.
아이가 오면 내가 일도 많아질텐데, 도와달라고 하면 그러겠지, 니가 데려오자고 그런거 아니냐고, 애 핑계대고 가게 일 소홀히 하려는거 아니냐고.

울 엄마 참 마음 아파한다.
다른 놈들은 제 능력이 안되어도, 가장이랍시고 그저 처자식 먹여살리겠다고 열심인데, 그놈은 왜 너만 앞세우냐고.
울 언니도 난리다, 살지 말라고, 도대체 뭐하는거냐고.

남편은 같은 업계의 친구들 만나면 그런다, 너는 혼자 어떻게 그 일 하냐고, 자기는 혼자 못한다고...
그 말이 나는 제일 싫다, 날더러 병신이란 말처럼 들려서...

왜 일찍 안 자빠져자고, 아침에는 못일어난다고 지랄일까?
하긴 결혼전 지 엄마도 못 고친 버릇인 것을 내가 어쩌랴. 시모는 지금도 그 생각하면 같이 살기도 싫은가보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제 시간에 차려놓은 밥도 않먹고...
차라리 직장이 달랐을때는 내가 대신할 수 없었으니까, 지 일은 알아서 했다.
조금씩 지각은 했지만, 동료들에게 나름의 인정도 받고, 지금도 그 사람들이랑은 잘 지낸다.
내가 없으면 오히려 아래 사람들 다독이면서, 더 눈이 반짝거리며 일만 잘 한다고 들었다.
근데, 나만 보이면 뒤로 빠진다.

고달프다.
가장으로서 여자보다 앞서고, 일찍 나가 문 열고 등등의 생각은 도대체 없는 듯하다.
내가 지보다 일 덜하면 억울하고, 행여 애 데리고 들어앉을까 노심초사하는 눈치다.
애 데리고 살림하는 건 무슨 거저먹긴가? 저더러 하라고 하면, 아마 죽는다고 난릴거다. 가게일은 혼자 해도, 애는 24시간 못본다나 어쩐다나.
언젠가 시댁 친척이 그랬다, 내가 애 한 서넛 나아서 턱 들어앉으면 애 아빠 정신 차릴거라고.

답답하다. 조금있다가 또 그 할퀴어주고 싶은 표정 지으면서 들어오겠지. 때론 내가 아예 쓰러져 버려서 그놈 혼자 낑낑거리게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