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제사를 아침일찍 지내고 으례 큰집과 작은집(큰집과 같은 동네)엘 간다...
난 큰집(작은집 역시)에 가는걸 무쟈 싫어한다....
여자들만 죽어나는 명절을 지내는 전형적인 집안중의 집안이라고 할까....시골이라서 그런지도....
시모들나 며느리들 당사들조차도 일하는것 자체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것처럼 때론 비친다....그네들 속은 진정 어떨진 몰라도....
이번 명절에도 어김없이 삼삼오오 모여서 수다를 진탕 떤다...
큰집안주인(어쩌다가 보는 사람들이라서 큰집어머니라고 하기엔 웬지 어색해서), 작은집안주인, 울시모, 그리고 한 아줌마(난 구체적으로 우리와 그 아줌마의 촌수를 잘 모름) 넷이서 수다를 떨구....
큰집형님, 동서, 나 이렇게 셋이서 그들 옆에서 앉아서 역시 수다를 떤다....
늙은 남정네들은 사랑방에서 자는지, 담배를 굽는지 온데간데 없구...
젊은 남정네들은 울옆에서 티비를 본다....
목청높은 시모들의 수다는 귀를 쩌렁쩌렁 울린다....
귀가 다 아플정도다....참고로 네분다 한 목소리 한다....
걔 중에서도 울 시모가 젤 크다....
그들의 수다는 큰집 작은아주버니(노총각)의 얼마전에 깨진 여친(작년추석에 한번 다녀감)의 얘기로 시작된다....
왜 깨졌는지 이유는 아무도 모르고, 아주버님에게 과분한 여자라는게 그들의 공통된 생각.....
이유는 그 여친이 추석때 와서 일을 무쟈 열심히 했다는것.....
내가 봐도 좀 과분한 것 같기도 하다...
그옆에서 티비보던 아주버니는 장가 안간다고 어린애처럼 땡깡을 부린다...
그리고 시모들은 작은집 둘째며느리가 일을 그렇게 열심히 잘 한다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한다....특히 울 시모가....
그 말의 뉘앙스는 내가 일을 열심히 안 하는 며느리로 들린다....
도둑이 제발 저리나보다....
내가 봐도 그 형님 넘 열심히 일하는것 같다....
갈때마다 일하는 모습만 봤으니깐....
그리고 곧이어 시모들은 다른 어떤집 며느리가 일을 또 그렇게 잘 하더라고 난리다....
그 옆에서 듣고 있던 화통한 큰집형님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기분나쁘지 않은 어조로 말한다.....'차라리 며느리를 들이지 말고 식모를 들이는게 낫지 않은가!'라고....
큰집형님이 어쩜 저런 말도 할수가 있는지 나로선 쇼킹이었다....
큰집형님은 어린나이에 시집와서 지금껏 명절날이나 제사날이나 손수 제사음식 혼자 다 장만한다....시모는 손하나 까닥 안 한다....
명절날만 보지만, 볼때마다 싫은내색 거의 하지 않고 일을 한다....
울며느리들은 형님의 그 말에 한바탕웃으며 그냥 지나갔지만, 나 개인적으론 속이 후련했다....내가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이기에....
정말 울 큰집형님은 과연 용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