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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지 않으려구 했는데...


BY 헉 2003-03-17

난 이제 애들이 세살 네살이 된 전업주부다.
워낙 먹고 살기 바빠서 애들 교육은 하나도 신경 안썼다.
미안한 마음도 들고 빚도 많고 해서 애들을 어린이 집에 맡기고 일을 하려고 했다.
그때도 어머니가 아직 애들 어린데 나가려고 한다고 마치 나를 일 못해서 안달난 여편네 처럼 매도 했었다.
일주일여간 일자리를 찾아 헤맸다.
물론 나한테 딱 맞는 일자리는 없었다.
아침에 애들 보내고 나면 9시 아무리 직장이 가까운 곳에 있어도 9시반 전에 출근 하기는 힘들다.
애들이 7시 못되서 온다.
6시반에 퇴근이 칼처럼 되는 곳도 어렵다.
텔레마케터는 시간이 괜찮았으나 이틀간 다녀본 결과 사기를 치면서까지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이 안들어 관뒀다(안그런곳도 많을 것임. 오해마시길...)
그래서 전공도 살릴겸 프리랜서 취재기자를 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연락이 통 없는 것을 보니 물건너 간것 같다.
그거라도 해서 애들 어린이집 비만 대도 만족했을 것이다.
맘대로 안되고 너무 관리를 안한 탓에 난 정말 머리가 텅빈것 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공부를 좀 하기로 맘먹었다.
책도 좀 보고 원래 하고 싶던 것을 하기 위한 공부가 필요했다.
신랑도 그 부분에 찬성했다.
시어머니는 애들 어린이집 보내는 돈이 아까운가 보다.
보내지 말고 그만큼 아끼라고 하신다.
아무리 얘기를 해줘도 모르는 척 하신다.
어쨌든 난 애들 원비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가 필요했다.
한달에 한 삼십만원정도만 벌면 만족하고 시간을 많이 뺏지 않는 일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신문지국에서 광고지 끼는 아르바이트를 알게 되었다.
한달에 30만원 근무시간은 밤 12시반부터 다낄때까지인데 보통 3시면 끝난단다.
집에서도 걸어서 3분이다.
나한테는 절호의 기회였다.
노칠 수 없었다.
근데 신랑은 직업상 일주일에 한번씩은 밤새일을 한다.
새벽이라 애들이 잔다고는 하지만 문득 눈을 떴을 때 아무도 없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생각이 들어 어머니께 말씀 드렸다.
어머니는 지금 직장에 다니신다.
그리고 한달에 십만원씩 준다는 곳에서 매일 밥을 해주신단다.
그거는 핑계고 남자친구가 생기신것 같다.
그래서 집에 일주일에 두어번 들어오신다.
막내도련님 있을때는 도련님이 하도 뭐라고 하니 주말에만 외박하시더니 도련님 학교가느라 지방으로 내려가자 완전 일주일에 한두번 들어오신다.
그래서 어머니께 애기아빠 안들어 오는 날만이라도 집에 오시면 안되겠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다짜고짜 화를 내시더니 낮에 하는 일을 하지 왜 밤에 그러느냐며 나 믿고 뭐하지 말라고 못을 박으셨다.
순간 어머니 집이 어디에요. 라고 묻고 싶었지만 버릇없어 보일까봐 참았다.
어머니한테 맺친게 많아 하루종일 이야기해도 모자라 그런것은 생략하겠다.
어쨌든 아들식구들 돈없어 찬거리도 못사는 판에 어머니는 온갖 사치(내가보기에)를 다하고 다니면서 집에 와서 애들 보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집에서 주무셔달라고 했다고 난리를 피우시는 걸보니 정말 없던정도 다 떨어졌다.
전화끊고 가슴이 두근거려서 죽을뻔하고 신랑한테 이야기 했더니 한숨만 쉰다.
다 자기탓이라고 생각했던가 보다.
난 신랑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가 돈을 안벌어 오려고 한것도 아니고 노력했지만 안된 것이고 이제껏 집에서 애키우느라 도움이 못된 것이 되려 미안하다.
다른집은 어떨지 몰라도 우리부부는 나름대로 평등한 편이니...
문제는 시어머니다.
어머니방은 완전히 창고다.
그 큰방이 옷으로 다 채워져 있고 딱 사람하나 잘만큼 자리가 나온다.
어머니는 일주일에 두어번 이제 한두번이 되겠지만 와서 옷만 챙겨 가실 것이다.
그럴때 마다 늘 생각하는 것 차라리 빨리 시집이나 가시지 정말 아무것도 안바라게...
어머니 연세 올해 쉰하나다.
젊은 나이에 혼자되서 안타까워 같이 살기로 했었지만 그건 나의 잘못된 판단이었다.
어머니와 나는 문화가 너무 틀리다.
어머니는 어머니 편한데로만 하시려고 하고 며느리가 못받쳐주면, (이를테면 미장원가야되는데 용돈을 안준다거나) 바로 시집살이를 시키는 참 나로서는 이해가 안되는 분이다.
이런일 있을 때마다 어머니한테 바라지 말아야지 하지만 어머니 짐을 볼때면 늘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으며 저 짐을 언제 빼고 애들 방을 꾸며줄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이것도 바라는 것이라면 바라는 것이다.
전에 어머니와 술을 마시며 말을 했었다.
난 어머니께 도와달라고 했다.
어머니왈 내가 뭐 가진게 있어야 도와주지. 라고 했다.
가진게 뭐가 중요한가. 물론 어머니 가진것 많다.
집도 있고 모아논 돈도 한 3천된다. 그거 절대로 눈독 들이지 않는다.
다만 남들하는 것처럼 저녁식사도 같이하고 가족처럼 지내는 것이 뭐그리 어렵다고 집에도 안들어오고 난리부르슨지 모르겠다.
그래 이제부터 남이다.
짐이나 빨리 갖고 나가게 내가 이제 시집살이 시켜야겠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