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는 4년 연애했다.
보수적이고 무뚝뚝의 극치를 달리지만, 성실함 하나만 믿고 결혼했다
그러나, 이 남자 연애 4년동안 울 집에 올적에 과일하나 들고 온 적 없다.
일찍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할머니가 키워주셨는데...
한번도 남의 흉 안보는 울 할머니 "왕소금, 왕짠돌이"라고 하셨을 정도다. 노인네 많이 아파서 누워 계실 때도 한번도 들여다 본 적이 없었다. 물론 나는 바로 옆에 살아서 자주 갔다.
그러다 덜컥 할머니가 결핵에 걸렸고, 난 마침 임신 중이었다.
하루 종일 손주며느리와 말 한마디도 없이 누워지내는 할머니는 시골마을에서 75세까지 농사를 지으실만큼 정정했건만....
말벗이 없다보니 15층 아파트에 살면서 병이 날만도 했다.
그러나 울 남편 "애한테 옮기면 어떡하려구?"하면서 못가게 했다.
물론 그일로 대판 싸웠다.
그 후 일년뒤 할머니는 합병증으로 인해 서울에 있는 큰병원에 입원했고 이어 중환자실에 계시다 돌아가셨다.
그때도 이남자, 한번도 문병 안갔다.
난 슬픔에 겨워 그런 것 따질 겨를도 없었고...
할머니 돌아가시면 어찌 사나? 70연세에도 서울에 와 식모살이까지 해가며 손주손녀 돌본 분인데...(정말 찢어지게 가난했다)
그리고 움직일 힘만 있으면 손주며느리 일 안시키려 당신 빨래 손수 다 하시고 드신 그릇 설겆이까지 싱크대에 기대서 하시던 분...이다.
할머니 돌아가시며 남편, 억지라도 슬픈 표정 하나도 안 짓드라!
눈물 한방울은 커녕, 나에게 위로 한마디 건네지 않더라!
그때 생각했다.
"독한눔! 니 부모 돌아가시면 그때 나도 너와 똑같이 하리라!"
그러나 그게 쉽지 않았다.
나...텔레비전 보며 눈물 좔좔 흘리는 여린 감성이 풍부하므로(자랑은 아니지만) ..
내부모려니 생각하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시부모 생신때 두분 선물 사서 멀리 대구까지 내려가고(여긴 인천임)
휴일마다 빠뜨리지 않고 전화드렸다.
용돈도 많이 드리지 못했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했다.
그러다 요번 시모 64세인데 덜컥 폐암 말기란 판정을 받았다.
5남매중 차남인 남편...
여지껏 가족중에(하다못해 가까운 친척) 중병을 앓거나 입원한 적이 없어 황망한 마ㅡ음 나도 잘 안다.
원래 폐암이란 게 말기가 되어서야 나타난다니...(여러분 남편,부모님 조심하시길...) 울 시모 엄청 고생했다.
술좋아하시는 아버님과 큰 아들 때문에..
그런데 유독 울남편 대한민국에서 젤가는 효자중 효자다.
(어느 정도냐면 내가 두분 선물 사서 미리 애들 데리고 내려가면 저녁에 내려오는 남편 손엔 두분 주려고 산 소꼬리라든가, 옷과 음식이 양가득 들려있고, 선물 따로 용돈 따로 꼬박꼬박 드리니까...그렇다고 우리가 부자냐? 절대 아니다. 월급 백육십~칠십으로 사는데...)
그래도 난 뭐라 안한다.
지부모한테 잘하겠다는데 속상해도 참고만다.
그런데 요번에 시모 아프면서 참 이상한 일을 겪고 있다
물론 신경이 예민해져서 그렇다지만, 눈에 거슬리는 행동만 하고
내뱉는 말이 다 가시다.
맘으론 위로해 줘야지, 힘을 줘야지...내가 참아야지,,하면서도 얼굴만 보면 뻣대고 꼬는 남편 얼굴 쳐다보기도 싫다.
남편은 내가 당장 대구에 내려가 어머님 병수발 들며(시모는 모름) 식이요법도 신경쓰고, 잘해드리길 바라고 있지만 초등학고 5학년 3학년 두아인 어떡하란 말인가.(작은 아이 도시락까지 싸는데....)
집에서 하는 일도 없이, 뭐하며 지내냐? 하루종일 겜만 하지? 한심하다. 난 지지리 복도 없다. 하면서 한숨만 푹푹....
솔직히 짜증난다.
10년 전 할머니 돌아가셨을 적에 복수를 꿈꿀 정도였던 나.
하지만 남편이라, 평생 함께 살 사람인지라, 세월이 약이라고 다 잊고 살았는데..요즘 남편 행동 보면서 차라리 무심하게 지내는게 편하겠단 생각이 든다.
"당신이 여지껏 울 부모님한테 뭘 한게 있어?" 할 땐 정말이지 콱 이혼이라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