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771

돈 때문에 우정에 금이 갔다.


BY 착잡해 2003-04-21

십수년을 지속해온 친구가 있다.
서로의 아픈구석까지도 다 알고 스스럼없이 말하고 터놓고 지내는 유일한 친구.
결혼하면 친구사이가 소원해진다는 말도 있지만, 우린 오히려 더 통하는게 많아졌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요즘 아주 힘든상황에 놓여있다.
돈 때문에 지금살고 있는 빌라가 경매로 넘어가느니 마니 하는 상황.
친구는 내게 3천을 빌려달라고 말했었다..
내가 쉽게 빌려줄거라고 믿었던 눈치다.
그러나 사실 나는 마음속으로 온갖 계산을 할 수밖에 없었다.
두어번 그 친구와 돈거래가 있었고 그걸 받느라 애타했던 기억이 있고
그때 난, 죽어도 친구사이에 돈거래는 안하기로 내심 작정을 했었다.
3십.. 3백도 아니고 3천이란 돈을 그렇게 쉽게?
남편과 상의해야 할 일이지만 사실 모험을 하자면 남편모르게 이것저것 동원해서
혼자서도 만들 수 있는 돈이긴 했다. 카드에 마이너스통장까지 합하면 그럭저럭.
그러나 그렇게 했다가 감당해야할 내 위험부담이 너무컸고
친구는 이런저런 계획을 말하며 믿어달라 했지만.. 사실 믿을수 없었다.
결국엔 돈에 관한한 믿을수가 없었다. 남편과 상의해봤지만 먹히지도 않았고
설령 남편이 ok한다해도 망설일 수밖에 업는 상황.
요즘같은 때 대출까지 해가면서 위험하게 돈거래를 한다는거 자체가 무모했다.

그러나 친구는.. 끝까지 내게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하루이틀.. 시간이 갈수록 나는 마치 빚쟁이가 된 기분이었고
친구는 계속 내가 최후의 희망이라고 말하며 독촉아닌 독촉을 해왔다.
나중엔 남편모르게 한번 해달라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남편과 상의했지만 안된다고.
친구와의 우정 때문에 남편의 믿음을 져버릴수 없고, 다투며 살기 싫다고 마음을 전했다.
그래도 포기않고 부탁해오는 친구.. 오죽하면. 오죽하면 그렇게까지 내게 매달릴까 싶다가도
그럴수록 뭘 믿고 그런 위험부담을 감수해야하나 갈등만 생겼다.
사실.. 남편이 나를 믿는건 거의 절대적인데 거기에 오점을 남기고 싶지 않다.

자기를 조금이라도 믿는다면 이 위기에서 구해달라고 또 메시지가 왔다.
미안하다... 내가 도움이 못되서 미안하다.. 했더니 알았어.
아마도 최후의 믿음이 깨지고 엄청난 배신감에 떨었을 친구의 마지막 메시지, 알았어.
내가 왜 미안한거지? 갑자기 억울해진다. 내 여건이 안되서 못해주는건데.
여유자금 쌓아놓고 사는것도 아니고 대출까지 해서 빌려달라고 한건
처음부터 친구의 무리한 부탁이었는데 내가 왜 미안한거지?
모르겠다. 결국 친구사이의 우정이 이런식으로 금이 생기고 믿음이 깨져버리는건지.
다음엔, 어색해서 안부전화조차도 못하게 될까봐 걱정된다.
그애나 나나. 둘다 유일하게 남은 진실한 친구라 믿었는데.
이 상황이 나의 잘못인가?
친구는 내게서 배신감을 느꼈을 것 같다. 대신에 난 무리하게 부탁해온 친구가
조금은 원망스럽다. 아무리 힘들어도 친구사이에 돈 이야긴 꺼내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지 않을까.. 나를 그렇게 곤란하게 하진 말았어야지.. 하는 생각.
나도 여유가 없다. 고작 집하나 장만해서 어렵사리 맞벌이로 이끌어가며
현상유지하는게 고작인걸.
나는 내 평화를 깨고싶지 않은 이기심에 결국 친구를 구해내지 못한
파렴치한이 되어버린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