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아이가 초등1학년일 때는 시간이 많아서,
아니 시간을 내어서 다른 일도 하지 않고 뒷바라지를 했다.
체육진흥회며, 녹색 어머니회, 학급청소, 어린이날, 소풍날, 운동회날 드는
간식비며 잡다한 일들 부지런히 쫓아 다니며 했었다.
결론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럴 시간에 아이 준비물이며 옷 깨끗이 입히고 아이 간식이나 신경 쓰며
내 취미생활이나 다른 일을 할걸....하는.
그래서 2학기부터는 내 일을 시작했었다.
어차피 한학기만 그렇게 쫓아 다니니라고 계획했던 거지만..
옆집 뒷집 유난스런 아줌마들 장단에 따라 춤추다가 내 소신을 까마득히 잊었던 거다,
그저 아이가 공부 잘하고 행동 옳바르게 가르치면 그걸로 된거다...했다.
그리고 2학년이 되었다.
아빠는 미용실 원장, 엄마는 소품 디자이너....남들은 우리가 돈 좀 버는 걸로 본다.
올해는 단 한번도 학교엘 가보지 않았다.
내가 마음 먹은 것도 있었지만 일 때문에 너무 바빠지기도 했다.
지난 운동회때 가서야 먼발치서 담임선생님의 얼굴을 구경?할 수가 있었다.
가까이 가서 인사라도 나누려해도 워낙 설치는 학부모들 틈에서 바빠 보이시길래
그냥 돌아서 나왔다....
그렇게 나름대로의 소신껏 지내오는데.....
어제는 아이가 그런다.
엄마, 요즘에 선생님이 나 떠들지도 않는데 혼내고 청소도 제일 힘든 것 시키고
오늘은 화분 8개 다 닦으라고 하셔서 닦고 기다리다가 하도 않오시길래
교무실 가보니 선생님이 웃으며 점심식사를 하시더라구 그래서 또 한참을 기다리구
검사 맡고 학원 가느라고 시간이 늦어서 밥도 못 먹었어...
요즘 선생님이 나한테 화를 잘 내셔....잘못도 안하는데...이러는 거다..
화분 닦는 정도는 아직은 엄마들이 일주일에 한번씩 대청소때 하는 걸로 아는데
벌 세울 것도 없는 아이를 일부러 남으라고까지 해서 시킨것도 그렇지만
워낙 시시콜콜 말하는 편이 아닌 아이가 하소연 할만큼 요즘 들어 계속 그랬다니
무언가 석연치가 않았고 기분이 무척 상했고 너무너무 신경질이 났다.
그러나.........
선생님에게 찾아가 그런 말을 하면서 상담을 해볼까하는 소용없는 생각도 잠시잠깐,
내일모레 스승의 날을 맞아 아이 편지와 꽃을 준비해려 했던 나의 마음이 일순간 흔들리면서...
머릿속으로 우리 회사 신상품과 봉투를 준비하고 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모른척하고 넘기자니 아이가 고생스러울 것 같고
가서 따지고 설명을 듣자니 더 웃기고........
아이를 리모콘 삼아 원격조종 당하듯이 나는 스스로 부끄러운 엄마로 전락하고 말기로 했다.
선생님의 뜻이 다른데 있을수도 있겠으나 덜컥 가슴이 내려앉기부터하여
얼마를 넣어야하나...고민하는 나는
우리나라의 비뚫어진 교육풍토의 한부분에 기꺼이 희생하는 자식을 가진 힘없는 엄마.
그래 부끄럽다, 하지만 어쩔수 없다.
자식을 키우면서 귀도 얇아지고 소신도 시집 보내고 참....우습게 변해버렸다.
1년전과 또 그 1년전과...너무도 다르게 변해가는 나....
부끄러운 나.........
자식이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