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지 삼년째.
결혼하자마자 시댁에 들어가 살다가 시모랑 도저히 안맞아
정신병 걸릴 것 같아 신랑을 졸라서 육개월만에 나왔어요.
한달에 백육십만원씩 드렸고 울 시모 시아버지 앞에서
젓가락질 하지 말라는 분이에요.
그래도 여태 큰소리 안나게 참고,참고,또 참았네요.
하지만 저도 천사는 아닌지라 정말 가끔씩은 힘든티를 냈었어요.
힘든티를 내는 것도 더이상 견딜 수 없을 때 붙잡고
이야기하는 정도였어요.
물론 이건 제 관점에서만 본 것이니 남편이 보는 시각이랑
다를 수 있겠지요.
그런데 얼마전에 시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지셨어요.
마음의 준비를 하랄 정도로 심각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한쪽 심장은 완전히 썩어들었고
뇌손상까지 온 상태에요.
하루에 백만원씩 들어가는 기약없는 중환자실 생활이지요.
비록 내 피를 나눈 아버지는 아니더라도
정말 너무 힘들고 가슴아팠답니다.
절대 살도 안빠지던 제가 지금 하루에 2키로씩 빠지거든요.
시아버지가 쓰러지던 날.
가끔 시아버지가 갑자기 아프다고 누워서 앓으시는 경우가 많아
바보같이 저와 시어머니는 신랑을 기다렸지요.
신랑은 친구 아버지 칠순잔치에 간다고 지방에 갔다가 늦게 왔어요.
친구일이라면 열일제치고 달려가는 사람이거든요.
시아버지 상태가 아프신데 늦게까지 오니까
별로 얼굴을 보고 싶지 않더라구요.
응급실 갈때까지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그 이후부터 남편이 이상했어요.
제가 있으면 나가버리고 옆에 오지도 않고.
붙잡고 이야기 해야되겠다 싶어 얘기좀 하자 잡았더니
마구 성질을 내더군요.
그렇게 잘난척을 하고 살라는 둥, 사람 실컷 병신 만들어 놓았다는 둥, 너는 똑똑하고 나는 멍청하니 그냥 놔두라는 둥,,
안나가면 자기 뛰어내린다고 정말 뛰어내리려고 했어요.
갑자기 당한 상황에 저는 영문도 모르고 마구 빌었죠.
뭘 내가 잘못했는지 알려달라고, 그리고 무조건 잘못했다고.
지금 힘든 상황이니 같이 잘 해결해야되지 않겠냐고요.
막 밀치고, 말끝에 욕설까지 하대요.
나가버린다 하길래 막 잡았더니 시누남편 앞에서
이 여자 왜이러냐고, 웃겨죽겠다고,,
30년 남짓한 제 인생에서 이런 모멸감은 첨이었습니다.
이런 인간하고 한이불 덮고 살았다는게 치욕스럽고
내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정말 서러워요.
지금 마음 같아선 당장 갈라서고 싶은데
그게 최선은 아니겠죠.
기가막혀 눈물만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