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잠이 깬다.
몇시일까....?
침대옆 사이드테이블로 손을 뻗어 시계를 찾는다.
새벽 4시....
잠을 푹 자본일이 없는 것 같다.
항상 토막잠, 세시간, 두시간...
하루종일 피곤하다.
다시 잠이 들수 있을까 싶어 뒤척인다.
그냥 머리 속이 멍하다.
뒤척이는 것도 싫증날 무렵,
남편의 잠에 취한 목소리가 들린다.
몇시지...?
더자, 아직 새벽이야...
잠옷을 걸치고 거실로 나온다.
늘 그렇듯이 컴퓨터에 전원을 넣고,
인터넷을 연결하고,
신문을 ?어 본다.
잠시 머릿속이 어지럽다.
아니 하루 종일 어지러움이 시작된 것이다.
그 생각만 나면 속이 답답해져 오고 숨이 막힌다.
나 자신이 나 자신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아마 머릿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기위해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건지도 모른다.
나는 항상 나를 속이는 것에 익숙한지도...
내가 착하다는, 내가 순하다는. 내가 희생하고 있다는...
내가 멀쩡하다는, 내가 즐겁다는....
나는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었다.
나 혼자서 속을 끓이고 끓이고
결국에는 이렇게 나 혼자 병이 난 것이다.
밖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남편의 아침을 준비하고, 도시락을 준비해야한다.
오늘은 무얼 준비하나...
몇 명의 주인을 거쳤을지도 모르는 오래된 냉장고.
여기저기 찌그러지고 씻어도 누런 색을 띄고 있다.
냉동실에서 만두를 꺼낸다.
어린아이 주먹만한 만두를 꺼내고
찜기에 물을 올리고 만두를 넣는다.
스팀에 만두냄새가 묻어나온다.
한국에서 12시간이상 비행기를 타고 온
나의 작은 사랑.... 미키..
침실로 들어가 남편을 깨운다.
요즈음 낯설게 느껴지는 남편이다.
내가 23에 만나 32살이 된 오늘까지 알아온 남편이 아닌
왠지 어색한 타인의 느낌으로 남편이 나에게로 다가온다.
어느날 부터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는 이 서글픔을 어떻게 이야기해야할지...
시부모라는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가 우리를 이렇게 갈라 놓을지는 몰랐다.
내가 나보다도 더 사랑했던
싸구려 유행가 가사가 구구절절 나의 마음을 표현한 것 같은
그 시절을 공유한 사람인데...
눈물나게 보고 싶던 사람인데.....
더더군다나 이 사람이 잘못한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 했던 것들이
갑자기 그렇지 않다고 생각 될 때
그 혼란은 상상외로 나를 힘들게 한다.
그의 얼굴이, 느낌이, 채취가 낯설게 느껴진다.
일상은 돌아간다.
늘 하듯이 그렇듯이
아침인사를 하고 강아지와 산책을 나간다.
30분의 산책이 끝나고
아침을 먹고,
출근을 한다.
늘상 그렇듯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신문브리핑을 했다.
나는 나를 숨긴다.
당신이 낯설게 보이고,
소중하게 생각되던 당신이 그렇지 않게 느껴지고
내 삶이 낭비되고 있다고 생각되고
나의 존재가 사라져버렸으면 한다고
울면서 소리치고 싶다.
내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인 지위를 벗어버리고
나 혼자이고 싶다고 당신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하지만, 난 그렇게 이야기 못하겠지...
문득문득 스쳐가듯 이야기했지만
진지하게 듣지 않았지....
아마 또 내 가슴속에서 메아리 치는 이 소리가
내 목을 타고 터져나오는 때가 있겠지....
그때는 나도 나를 어떻게 못해...
나는 아침을 놓치고 있다.
또 토막잠을 잔다.
점심을 먹고,
인터넷에 중독된 것 마냥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책을 읽고,
라디오를 듣고,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본다.
이름모를 작은 새들이 지저긴다.
바람에 늘어진 나뭇가지가 흔들린다.
텔레비전에서 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간다.
나에게 낯선 느낌으로 다가오는 존재를
다시 옛 느낌으로 돌리기 위해, 아니 불과 한달전의 그 사람으로 돌리기위해
노력한다.
사랑한단 이야기를 해보기도 하고
보고 싶단 이야기를 해보기도 한다.
언제 오냐고 물어 보기도 하고
지금 모하고 있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그냥 공허하게 느껴진다.
또 나를 속이고 있는 것이다.
아니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노력하면 아마 될거야....
될꺼라고 생각한다...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