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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해서 잠도 안 옵니다.


BY 속상한 아짐 2003-05-16

마지 못해 끓여준 라면을 게걸스럽게 먹고 제 속을 뒤집어 놓은채로
미운 남편이란 사람.......지금 잠들었습니다.

난 너무 속상해서 잠도 안 오는데, 어쩜 저렇게 잠들수 있는지....

새벽 1시에 정말 창피하지만, 이리뛰고 저리 뛰고...
것두 달랑 이만원이 없어서요...
오늘 마침 돈 쓸일이 많아서 제 지갑엔 달랑 칠천원만 들어있는데,
술 먹고 택시타고 오시는 남편이란 사람 전화가 왔더군요.
지금 택시타고 집에 가는 길인데, 10분이면 도착할건데,
택시비가 없으니 돈 들고 나와 있으라구요.

집 앞 현금자동지급기는 '지금 이 카드는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라고 나오고, 하필 이럴때 늘 돼지저금통에 모아두었던 돈도 통장으로 다 입금해서 돈이라곤 집에 없는데.........정말 대책없더군요.

할 수 없이 얼굴에 철판깔고 졸고 있던 경비 아저씨께 이만원을 빌려
택시비를 줬어요.

근데, 이 남편이란 남자........
아주 뻔뻔한 얼굴로 배 고프다며 라면이 넘 먹고 싶다네요.
것두 매운 청량고추 넣어서 끓여달랍니다.

마음 따뜻하고 날 정말 사랑해 줄 수 있는 남자라서 또 내가 사랑하
는 남자여서 집안 반대 무릅쓰고 결혼한 사람인데, 10여년을 살면서
제가 안은건 실망뿐이네요.

술 먹었을땐 아무말도 하지 않았었는데, 오늘은 얼마나 화가 나던지
(솔직히 창피해서 이 동네 더 이상 못 살겠습니다. 경비 아저씨랑
남편 회사 직원이랑 택시 기사님이랑 같이 저희집 현관에 남편을
끌어다(?) 주고 간 적도 있고, 차마 이야기 할 수 없는 상태까지
되서 집에 배달된 적도 있거든요.) 마구 해댔어요.

정말 이렇게 대충대충 살거냐고.......
내가 왜 당신이랑 결혼해서 모든거 다 희생하고 사는 줄 아느냐고...
적어도 당신은 대충대충 살진 않을줄 알았다고...
혼자서 막 해대고 났더니, 이젠 잠도 오질 않네요.

속도 상하고,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서럽기도 하고...
저 결혼하고 나서, 시댁식구들이 저한테 뭐라 말도 꺼낼수 없을만큼
희생하고 살았구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모두 다 했는데....
결국 돌아온게 실망이라는 사실이.......넘 서럽네요.

혹여 연세 있으신 분들은 뭐 겨우 10년 살구 그러느냐고 하실지도
모릅니다만, 이젠 정말 지치네요.
해도 해도 끝도 없이 바라기만 하는 시댁 식구들...
것도 아주 당연하게.......오히려 뭐든 떠넘기려고 해요.
저도 사람이다 보니 제가 한 것만큼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좋으니
배려라는 걸 시댁식구들이 해줬으면 하는데, 것도 너무 큰 욕심일까요?

게다가 남편이란 사람까지 저러니.....내가 왜 결혼이란걸 해서
이렇게 실망감만 안고, 그래도 이런게 삶이려니...사람사는 거려니
하고 살아야하는지 정말 의문스럽고, 어이없기만 합니다.

물론 저보다 더 속상하고 대책없는 상황에서도 밝고 긍정적으로 살
아가시는 분이 많으신 줄 압니다....
제게 따뜻한 조언도 격려도, 아님 따끔한 일침이라도 좋으니,
누가 뭐라 말 좀 해 주세요.

이게 삶인가요?
그래도 희망이란 단어를 가슴속에 품고 인내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