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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옛날이여 !!!


BY 카라 2003-06-14

스물여섯 일월에 지금의 남편을 처음 만났다. 신림동에서 사시준비생이던 32살의 그는 세상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순수 그자체의 사람이었고, 묘한건 분명 초면인데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처럼 그렇게 편하고 그렇게 친근할수가 없었다.
나는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정말로 미치도록 그를 사랑했다.
그는 만나면 만날수록 잔잔하게 사람을 감동시키는 재주를 가진 사람이었고 나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주었다.
엄동설한에도, 비오듯 땀이 쏟아지는 한여름에도 어김없이 오천원짜리 공중전화카드가 0원이 될때까지 매일밤 내게 전화를 걸었고 즉석해서 사랑의 편지를 고백할땐 그 아름다운 말들에 수화기를 들고 펑펑 운날이 하루이틀이 아니었다. 하루는 감기기로 몸이 무거워 목욕탕을 갔다오는데 집부근에서 두시간이 넘게 기다렸다가 내게 감기약 봉투를 내밀었고,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넘 힘들다고 투정했더니 팔아주진 못해도 옆에서서 누가 집어가나 봐준다고 그길로 달려오고, 내가 몸이 많이 안좋아 병원에 다닐때였는데 퇴근길에 그가 다리를 절길래 알고 봤더니 나출근 시켜주고 맘이 안편해서 내가 회사 마칠때까지 계속 주변을 돌면서 기다려서 그만 발가락에 물집이 잡혀있는 거였다. 왜그렇게 사람이 미련하냐고 화를 버럭 내면서도 어찌 눈물이 나던지... 약먹을 시간을 알려주던 그가 친 삐삐소리들.
놀이동산에 가서 바이킹을 타는데 유난히 겁이 많은 나를 자기가 지켜준다며 호언장담하더니 처음부터 끝까지 눈 꼭 감고 이앙물고 있던 그 이쁜 모습. 고기먹으러 가면 언제나 내가 실컷 다 먹고 나야 젓가락을 들던 마음씀이 하나하나가 아직도 이렇게 손에 잡힐듯 선명한데
... 신혼시절 출근준비 하는 나를 대신해 싸주던 형형색색의 일곱가지 반찬의 도시락이 아직 김을 내며 내 눈에 선한데 이제 내가 그때의 그처럼 서른 두살이 되었고, 그는 시험준비를 접고 변호사사무실 사무장이 되었는데 매일 얼굴보기도 힘들 만큼 바쁜사람이 되어
난 하루하루 그를 사무치게 그리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