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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아줌마


BY 피곤해 2003-07-02

가끔 남편 땜에 속이 많이 상하면 이 사이트에 들어와 다른 분들의
속상한 사연들을 읽고 위로를 받곤 한답니다.
정말 세상에 너무 힘든 아줌마들이 많다는 사실에 내 경우는 아무것도
아니야 하고 묻어버리려고 하죠.
저는 맞벌이를 하고 있는 결혼 8년차 주부입니다.
전 새벽부터 밤9시까지 거의 하루종일 회사에서 보내고 있고
그래서 집안 일과 육아는 친정어머니가 많이 도와주시고 있습니다.
남들은 그렇게 어머니가 도와주니 좋겠다고 많이 부러워하고 저도
항상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남편입니다.
저희 남편은 술을 먹지 않았을때는 아주 정상적입니다.
그런데 술만 먹었다하면 휴대폰은 소용도 없고 새벽에 들어오는 일이
예사입니다.
어제밤도 11시30분에 전화가 왔더군요.
지금 간다고. 그러고는 새벽 4시30분에 들어왔더군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변명조차 안합니다.
그 시간에 고주망태가 되어서 들어와 아직도 자고 있을 것입니다.
회사 출근도 하지 않고..
저는 꼬박 잠 못자고 기다리다 새벽에 한숨도 눈 붙이지 못한 채
회사 출근해야 합니다.
옷이며 안경,노트북,휴대폰,지갑 수도 없이 잃어버리고
음주운전 밥먹듯이 하고...멀쩡하게 걸어 들어오는 경우가 드뭅니다.
제가 맘 놓고 잠들지 못하는 이유죠.
이런 일이 한달에 서너번은 지금까지 수도 없이 밤을 새웠습니다.
결혼하고 지금까지 한번도 제가 직장생활 하는데 대해 긍정적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왜 직장생활 하느냐구요? 물려 받을 재산도 하나 없고
융자 받아 겨우 전세방 구해서 결혼생활 시작했는데 둘이서
같이 일을 해야 남들처럼 살 수 있을 것 같아서죠.
남편 눈치보며 곧 그만둔다 그만둔다 하며 다니고 있죠.
이젠 집도 샀고, 어느 정도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애들 키우는 것도 문제이고 1-2년 후면 그만 둘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걱정입니다.
이렇게 와이프 배려할 줄 모르고 허구헌날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고 다니는 남편을 믿고 살아야 할런지.
경제력이 없어진다면 더 힘들 것 같아 혹시 경험이 있으신 분들
의견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