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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같은 시간을 보낸후에..


BY 행복한 인생 2003-08-03

지금 일요일 낮.. 남편은 어제 외박을 하고 오늘 아침 아홉시가 넘어서

들어와 아침 먹고 지금 자고 있습니다.

 

그의 잠든 얼굴을 쓰다듬어 보았습니다.

 

지난 한주..

제게는 정말 악몽같은 시간들이었습니다.

 

하루에 청심환과 안정제를 물먹듯 먹고

개 짖는 소리에도 가슴이 내려앉을 만큼..

남편의 폭력.. 그 후유증은 대단합니다.

 

아직도 그 후유증에서 다 벗어나진 못하고 있습니다.

 

쓰러질것 같아서 한의원 갔더니

울화병에 신경쇠약이라고 하면서도

제가 결핵으로 투병중이라 하니까

약도 안지어줍니다.

 

남편이.. 하루는 술먹고 들어와서 들어오자마자

아무 말도 꺼내기전에 자해식의 폭력을 행사해서

온집안에 피가 낭자하고

저는 숨도 못쉬어서 쓰러지고

쓰러진 저를 시모가 질질 끌어다 방에 넣고

 

시모는 아들이 잠들자

저한테 모든게 제탓이라는 식의 허물만 들추어 내는데

그 허물이라는게..

억지소리뿐이라서

제가 따지고 대들었습니다.

시집와서 처음 시모한테 말대꾸하며 대들었네요.

시모는 저한테 말도 참 잘한다면서 나중에는 말대꾸하지말라는 말씀..

결국 아무 말도 못하고 스스륵 물러나셨고

 

그 후에 저희 엄마한테 그러셨습니다.

저희 친정엄마가 저 쓰러진줄도 알고 그 원인이 폭력인걸 알고 전화를 해서

폭력은 안된다 하니까

맞지도 않았는데 왠 폭력이냐.. 하시며

중매한 아줌마 집을 불을 싸질러 버린다고 하셧는데

엄마하고 통화끝내고 바로 저한테 또 전화하셔서

똑 같은 소리 하시더군요.

 

자기 아들이 피흘리며 물건 부술때도 제가 뭐라고 입열라하면

입닥치라고 저한테 소리지르고

독한년이라고 하시던 시모.

 

저는 질려버려서

남편한테 엄니가 그렇게 말씀하시더라.

난 더이상 엄니 볼 자신없다고 했죠.

 

물론 남편은 폭력 일로 저한테 사과했고

각서도 받아냈습니다.

 

폭력이 있은후 이틀정도를 정말 치열하고 말로 싸웠습니다.

결혼하고 싸워본것도 처음이네요.

시부모와 함게 살면 싸움도 못하니까요.

 

시부모가 보기 싫다고 동서네로 간 덕에 우리는 치열하게 싸울수 있었지요.

그렇게 싸움을 한 후에..

결로을 내렸습니다.

 

저는 이집안의 며느리 노릇 더이상 안하기로 했고

남편은 어이 없지만

친정식구들 당분간 안본다고 합니다.

우리 친정에서는 사실 나선것도 없고 아무일 안한 죄밖에 없지만

친정에야 워낙 안한 사람이니까 안보는 보든 달라질게 없습니다.

 

그리고 나서..

저희 두사람은 놀랍도록 빠른시간안에 회복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저사람..

술취하지 않고도

말을 제게 잘하고

자기야 자기야 하며 애교도 떱니다.

 

그동안 저 사람 싸우는 동안에도 너무나 어이 없는 말들로

저를 아프게햇지만

그거 생각하면

미친놈 소리밖에 안나오고

이렇게 붙어사는 저더러 아마 정신 나간 여자라고 욕할 사람 많을겁니다.

 

사실 제 친한 친구도 그럽니다.

저더러 이집 구석에 아직도 있다고 미친년이라고..

 

지난간 일..

생각해서 무엇하겠습니까.

 

오늘 내일.. 하며 사실은 매일 이혼을 결단하는 시기만 보고 있던 저였는데..

그 시간이 오히려 더 힘든 날이었습니다.

 

지금은 이혼 생각은 안합니다.

 

둘만 살게 된 현실..

다시 한번 적응을 해봐야죠.

 

어제..

남편은 사기당한 친구를 만나고 외박을 했습니다.

시간마다 전화해서 저한테 저녁 먹었냐 물어보고

사기당한 사연 들려주며

저한테 도움을 청합니다.

좀 알아봐달라고.. 자기 친구좀 살려달라고..

 

아는데까지는 도와주마 했습니다.

저더러 니가 얼마나 잘나서 그러냐며 피뿌리며 삿대질 하던..

남편이 이제는 잘난? 마누라한테 도와달라 하네요.

제가 잘난척이나 했으면 .. 말을 안하지만..

 

아침에 친구랑 같이 올거 같아서 일찍 일어나서

콩나물국 끓이고 맵지 않은 반찬 서너가지 해두고

남편 좋아하는 된장국도 끓여두고 있으려니

아니나 다들까 베시시 웃으며 들어서더군요.

 

소주 마시다가.. 저한테 룸싸롱 가도되냐고 전화해서 묻길래

비싼데 말고 늙은 아줌마 있는데 가라고..

그럼 좀 싸지 않을까 했더니..

웃더군요.

 

결국 룸싸롱도 못가고 둘이 노래방 간거 같던데

거기서 나와 둘이 차안에서 잔 모양입니다.

 

아침에 외박햇다구 잔소리 해봐야

미안해 하는 사람이 오히려 어기짱 날까 싶어서 아무소리 안하고

그냥.. 수고 했다고 했습니다.

 

저사람도..

괜찮다고 자기는 술 많이 안마시고 친구 건사하느라 못들어온거지

자기는 괜찮다고 하면섯도

지금 곯아 떨어졌습니다.

 

이따가 양식 먹으러 나가자고 하니까..

좋아라 하면서 따라나가야죠.

제가 양식 먹고 싶다고 노래한지 두달도 넘었거든요.

ㅎㅎㅎㅎ

 

시모없는 세상..

둘만 사는 세상..

이렇게 좋은걸

이틀만에 세상이 이렇게 바뀌는걸..

지옥에서 천국으로 바뀌는걸...

 

 

세상의 모든 시모들께서..

자신은 경우바르고 딸같이 여길거라 자신하는 시모들께서..

저희 같은 경우를 보신다면..

아마도 큰 공부를 하실텐데..

 

며칠전 그 피를 부른 사건..

그때제가 정말 다리에 힘이 없어서 택시타고 서울 못갔으니 망정이지.

친정으로 갔다면

아마 이런 시간은 제게 없었을겁니다.

 

이혼 .. 한다면

뭐를 겁내겠습니까.

이미 각오했으니... 죽었다 치고 다시 살아보고 있습니다.

 

아직도 이집에 있는..

그리고 저 남편넘과 살기를 결정한 저.. 너무 바보같죠?

 

내 인생인데..

한번쯤 바보 같이 굴어도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