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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힘들었던 날을 그리워하는 날은 반드시 오리라


BY 엘리나 2003-08-04

며칠전 딸 아이가 학원에서 돌아오자 서둘러 데리고 기차를 타고 인근 소도시에 있는 노인전문병원에 갔다.

 

2년전 시어머니께서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잠시 정신을 놓으셨고 치매의 증세들이 나타나 가족들이 힘들어하면서 백방으로 약을 구해보았다.

마침 모 한의원에서 약을 드시고 차차 증세가 호전되었기에 ( 아마 여러 상황이 종합되었을 것이다)남편의 직장선배님의 어머니도 그 증세로 전문병원에 입원해계시기에 같이 약을 지어드린 적이 있다.

 

그러나 그 할머니의 병은 차도가 없었고  병문안을 가보니 자녀들 모두를 기억조차 못하시는 것이었다.

 

그 병원에서 하루를 같이 생활하면서 몹씨 마음이 아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딸 아이와 같이 있어주는 것뿐이었다.

 

갑자기 이번 방학중에 그 할머니의 생각이 났고 얼른 백화점에 가서 고운 반버선을 서너켤레 사고 간식도 준비하여 들뜬 마음으로 찾아가보았다.

 

할머니는 이년 새 더 수척해지시고 이제는 걷지도 못하시고 대답도 예 밖에는 못하셨다.

이년전에는혼자서 중얼거리시면서 발에 물집이 잡히시도록 무작정 걸어다니셨던 분인데  이제는 걷지도 못하시다니......

 

할머니의 발을 딸과 만지면서 눈물이 났다.

 

한 몇 시간 같이 지내면서  주변 할머니들을 돌아보니 모두 정신이 없는 분은 아니었다.

 

자녀들은  한달에 200만원씩 드는 좋은 병원이라 안심이 될지 모르지만 할머니들은 소파에 앉아계시다가 조시다가 갑자기 떨어져 얼굴에 피멍도 들고 간혹 몇 분은 정신이 있으신 상태지만  부양할 가족이 없어 돈으로 맡겨지신 분들도 상당수 있었다.

하긴 요즘 정서로 시부모와 사는 것이 지옥이라 느끼는데 아프신 시부모의 경우에는 말로 다 무엇하랴

 

내가 그날 아주 색이 고운 원피스를 입고 갔었는데 몇 분의 할머니들은 아 곱다 하시면서 자꾸 내 손을 만지고 내 옷을 자신의 옷 근처로 당기셨다.고운 옷에 대한 반응을 보며 할머니들의 마음이 생각나 또 한번 눈물이 났다.

 

또 한분의 걸쭉한 평양사투리를 쓰시는 할머니는 연세 팔십에 아들들은 유학후 외국생활을 하고 교수들이지만 같이 살수없는 여러 환경상 정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곳에 계셨다.

 그 할머니는 모든 것을 또렷이 기억하셨고 내가 요즘 이야기를 해 드리자 자신의 생각도 말하고 제발 도 오라우 하면서 나의 손을 꼭 잡아주셨다.

 

하긴 내가 방문한 할머니도 큰 아들과 둘째 아들은 대기업의 계열사 사장 그리고 구조본부의 간부이고 모두 넉넉하다

그러나 아들의 그릇이 큰 만큼 시간이 나지 않으니 몸으로 어찌 다 봉사하랴

외국에서 귀국하여 대학의 음악교수로 있는 막내딸이 틈틈이 방문하여 마지막효도를 하지만 할머니는 아무것도 기억을 못한다.

 

나는 그 옆에 있는 아주 인텔리로 생기신  점잖으신 할아버지의 모습과 젊은 시절 고운 모습이 느껴지는 할머니들의 모습에서 인생을 읽어본다.

 

 이분들도 한때는 가족을 이루고 사랑하고 싸우고 그리고 자식의 성공이 인생의 모든 것을 대신한다고 믿고 살아오신분이다.

 때로는 이 코너에서 나오는 무서운 시어머니였을지도 요구만하는 시댁식구들이었는지도 아무도 모른다.

 

나 역시 지금 열심히 직장생활하고 남편과 가정을 일구면서 작은 오해 안타까움 자식들에대한 사랑과 도에 넘치는 기대로 때로는  실망하면서 깨닫기도 하는 어머니요 아내고 며느리이다.

 

때로는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기도 했고 또 새 아파트와 아들의 높은 성적. 그리고 남편의 지점장 승진에 많은 것을 부여하기도 했던 일반적인 아줌마였다.

 

 

이분들에게 고생하던 그 시절은 인생의 황금기였을거라 생각된다.

 

나 또한 내가 원하지 않아도 자녀들이 다 크고 남편과 한날 한시에 못가게 되는 것은 분명할 터 내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이 나를 기다릴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단지 지금을 감사하며 사람들에게 더 많은 베품을 나누며 살고 싶다. 내가 만나는 수많은 제자들 ....

 

또 이웃의 많은 사람들 도대체 싫어하고 미워하고 잘난척하고 살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들은 너무나 짧은데 시댁이 어디있고 친정이 별다른 곳이든가?

 

나는 딸에게 방학동안 매주 한번씩 기차를 타고 가자고 했다.

 딸은 가서 할머니들에게 참 진심으로 대한다.

휠체어를 밀고 바깥 구경도 시켜드리면서 말은 안해도 인생을 배울 것이다.

 

지금의 눈으로보면 속상했던 것들이 멀리 내다보면 정말 나를 성장시켜주는 계기라는 것을 우리가 깨달을 때는 시간은 너무나 흘러있다.

 

제일 중요한 가족들의 사랑으로 이 사회가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좀  말 안듣고(?) 꾀를 부리는 것같은 손 아래 동기들에게도 사랑의 미소를 보내주고 형님들에게도 진심을 다하여 같은 동지로써 마음을 나눌때 그리고 시어머니들의 마음도 헤아려볼때 내 가정은 행복해진다.

 

 

내가 노력하는 만큼 내 친정의 또 다른 며느리들도 그러하면 이 세상의 가족들은 얼마나 행복해질까

 

아침에 그냥 생각이 나서 젊은 후배 아기엄마들에게 몇 자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