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에도 그랬지만
결혼해서도 그렇게 큰돈 써가며 살은적 없고
해외는 커녕 제주도 도 아직 못가봤고
창피하지만 비행기도 하늘을 나는것만 봤지
타본적도.. 가까이서 본적도 없다.
22년된 결혼생활에
대학생 아들과 고등학생 딸,
목돈 들여다준적은 없어도
생활비 떨군적 없는 자영업 하는 신랑이 있다.
모피는 못입어봐도 70여만원 준 가죽코트는 있으며
8년을 굴린 내소유 승용차도 있고
테니스 구력은 10년째며
여기저기 문화센타에서 배운 취미가 십여가지
국가인증 자격증만도 4개다.
이제
지금까지 누렸던 나름데로의 호사를 멀리 해얄것 같다.
신랑 일이 너무 안된다.
모아둔 돈도 곶감빼먹듯 다빼먹어 버리고
달랑달랑 한두개 남았지 싶다.
나도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될것 같은 분위기다.
해서.. 자격증만 믿고 취업 사이트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더니
자격증 있고 없고는 문제가 아니고
경력자만 찾는다.
경력 무관하다는 곳만 찾아서
두군데 이력서를 들고 방문 했었다.
내 나이 마흔넘어 중반에 이력이 뭐가 있을라고..
대형마트에 직원을 송출하는 파견업체에서
나이가 턱걸이로 내나이까지 모집한단다.
내년이면 이력서도 필요 없는 인생이구나 싶다.
다리를 꼬고 날 눈아래로 내려다보는
스무여나믄살 되 보이는 여직원의 질문에
꼬박꼬박 경어를 써가며 읍소하다시피
대답을 했고
매장에서 시식따위를 권유하는 일인데
할수 있겠냐고 묻는다.
어휴~ 아직 덜 급해서 일까
아는 사람도 마주칠텐데.. 하얀 가운입고
하얀 머릿수건 쓰고 시식해보라며 붙잡는데
그가 내 아는 사람이라면..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고개를 잘래잘래 흔들며
그건 자신 없다고.. 말끝을 흘렸다.
이력서는 좋은데 맞는 직종을 찾는다면 일주일내에 연락이 갈테니
없으면 잘 안된걸로 알랜다.
또 한군데..
정규직은 경력자를 찾고
나같은 초보는 파트타임인데
9시에서 오후 3시까지 주 5일 근무에 월35만원..
35만원 소리에 가슴이 콱 메여서
이력서 도로 받아들고 뛰쳐 나오고 싶었지만
돈보단 우선 경력을 키우자면
파트타임이라도 개안겠지요..하며 애써 날 위로하며
그렇게 하겠노라고 말해놓고
월요일부터 출근하는걸로 잠정 합의를 봤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눈물이 확 쏱아진다.
비도 추적추적 오는데
음악도 그에 마춰 늘어지는 곡을 틀었더니
그 음악에 내 기분이 도취되어
밑도끝도 없는 눈물이 줄줄 흘렀다.
가야하나.. 괜히 간다고 했나..
아니야.. 돈은 뒷전이고 경력이라도 쌓으려면
버텨볼까..
내가 처한 위치를 가만 더듬어 보니 내 설움에 눈물이 자꾸난다.
어떻게 해얄지..
좀더 기다려 봐서 나한테 맞는 일자리가 나올때까지
버텨볼까..